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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254522 / 264쪽 / 343g / 13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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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감옥 같은 직장 세계 그 지하에는 작은 빛도 들어오지 않았고, 내부 조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다. 바퀴벌레가 기어다닌다면 영화 <빠삐용>의 한 장면을 재현할 수 있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바퀴벌레는 돌아다니지 않았다. 죽어 있는 바퀴벌레만 있었다. (63쪽) 박 다큐는 주변 상황에 대해 일체 함구했다. 다만 입 주변이 번들거렸다. 그는 얼마 되지도 않는 제작비로 혼자 치킨을 시켜먹고 아무 데나 쓰레기를 방치했다. 스튜디오는 음식물 반입과 취식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지만 나 몰라라였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양심에서 자유로웠다. (135쪽) 이토록 무해한 유머가 또 있었던가? 비하와 비아냥이 아니면 사람을 웃길 수 없는 듯, 자극적인 코미디가 넘쳐 나는 현실에서 이 소설은 특유의 언어유희로 심심한 위로와 위트를 전한다. 언뜻 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웃음 코드를 숨긴 채 시치미를 떼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순히 웃기려는 것을 넘어 인간 본성과 사회 모순을 예리하게 들춘다. 『캐스팅』의 코믹적인 문장과 장면은 마지막 반전을 향한 치밀한 단계들이었다는 데서 전작 『러블로그』와 맥이 같다. 그러나 이번 소설이 주는 페이소스는 그 이상이다. 작가가 주조한 이야기는 이전보다 더욱 깊은 곳을 노린다. 작가의 강력한 메시지는 소설 말미 펼쳐놓은 모든 퍼즐이 맞춰질 때 오롯이 드러난다. 진실은 현상 이면에 있다. 자신의 꿈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그녀를 캐스팅할 것이다. (150쪽) 이 소설의 제목이자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키워드인 ‘캐스팅’은 다의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야기의 줄기인 팟캐스트 방송과 이를 위한 섭외 작업, 또 무엇을 던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 무엇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힘을 가진 이들이 축조한 게임 세계, 운명이라고 믿는 것의 부속물이 되기보다 자신을 던져 자신의 삶을 찾아 가는 것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숨이 막히지 않아?” “아니, 심장이 뛰어!” 멈추지 않는 그녀의 두 발과 거친 숨결이 말했다. 성취가 아니라 상처일지라도 안고 가겠다고. 운명의 부속물이 아니라 운명이 되겠다고. (201쪽) 『캐스팅』 1장의 제목인 ‘리와인드’에서 보듯, 작가는 소설 곳곳에서 이야기를 시간의 역순으로 배치했다. 삶이 우리를 캐스팅하기 위해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야만 한다. 그것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마들렌의 향기처럼, 현실을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다. 막연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돌아봐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며 동시에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 읽다 만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이 놓여 있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게 같은 부분만 돌고 돌았다. 구겨졌다 펴졌다를 반복하는 너절한 페이지에 멈춰 있었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자의식의 과잉이 생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힘이 들어가는데 겉돌았다. 치열하게 살수록,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삶에서 멀어졌다. 정신없이 일하는데도 본질과 멀어지는 느낌, 바쁘게 하루를 보내면서도 혼자 정체된 기분이 일상을 지배했다. (68쪽) “기억 없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아. 기억 없이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128쪽)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정체불명의 노인, 도시에서 사라진 맛을 간직한 국숫집 아주머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인력사무소 소장, 대중의 시야에서 이탈한 톱스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이들까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삶을 유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또한 저마다의 방식과 형태로 모 피디가 성장하는 데 관여한다. “하찮게 보여도 모든 물건은 쓰임이 있어. 의미가 없는 물건은 하나도 없지.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같은 물건을 가지려고 해. 때로는 하나뿐인 자신을 싸게 팔아 필요도 없는 비싼 물건을 사려고 하지. 그들은 진짜를 알아보지 못해. 자신을 몰라. 레플리카를 보고 눈물을 흘려. 그래서 이렇게 물건이 많이 남아 있는 거야.” (149쪽) 모 피디는 삶이라는 모순과 일이라는 고통 속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 끝에 캐스팅하는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꿈을 남을 위해 쓰는 사람들이 만나 결국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이루어준다.
1. 리와인드
2. 오래된 거리
3. 기억의 쓸모
4. 달의 뒤편
5. 박하사탕
6. 시나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