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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966270 / 112쪽 / 169g / 125 x 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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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세상은 어지럽다. 우리의 속도와는 무관하게 세상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삶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살아남기 급급했던 지난날이 되어 있다. 세상은 모두 미래를 향해 가는 것만 같은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기분. 사실은 제자리에 머무는 것조차도 힘겨운 마음. 세상을 사는 방법을 나만 모르는 것만 같지만, 딱히 토로할 사람도 주변에 남아 있지 않다. 모두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하소연 따위가 아니라 책임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토로할 사람 없는 기분은 자꾸만 마음속에 쌓여만 간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늦은 밤 반짝이는 노포와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혹은 보지도 않으면서 틀어놓은 TV 불빛을 안주 삼아 홀로 잔을 들이키는 사람들. 도시의 밤을 수놓는 혼자만의 불빛과 반짝이는 술잔들. 어쩌면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오늘도 술잔을 들이키곤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희주의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는 그렇게 반짝이는 불빛을 닮아 있다. 커다란 도시의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혼자라는 사실을 곱씹으며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이희주의 시적 화자는 혼자라는 사실을 오래도록 곱씹고 있다. 그 속에는 과거의 후회도 있고, 현재의 사실도 있으며, 미래가 되길 바라는 희망도 스며들어 있다. 늦은 밤 공원 운동기구에 올라 휙휙 발을 휘젓고 있는 남자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는데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따금 서걱거리며 사람들이 지나가고 바람은 나뭇잎을 덮고 잠든다 남자가 발을 저을 때마다 수줍은 그림자가 큰대자로 흔들린다 주어진 시간에 켜지고 주어진 시간에 꺼지는 가로등 평생을 한자리에서 명멸해 왔다 문득 세상이 적막한 것은 밤하늘 보이지 않는 은하수 때문이라고 샹송 같은 가로등 불빛 때문이라고 남자는 휙휙 허공에 발을 저으며 깊은 밤을 혼자 걷고 있다 ― 「가로등 불빛 아래」 전문 인용 시에서 화자는 공원에서 운동기구에 올라 발을 휘젓고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본다. 화자는 그를 바라보며 그의 속내를 조심스레 풀어낸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으나, 끝내 “늘 제자리에 머물”게 된 사내의 주변으로 사람들과 나뭇잎이 스쳐 간다. 화자는 그런 사내를 오래도록 바라보며 그의 밤이 깊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마치 그 남자가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심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것처럼. 물론 우리는 그 남자와 시의 화자가 동일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에서 나타나듯 화자는 그런 그의 모습을 ‘나’라고 지칭하지 않으며 부러 “남자”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자인 ‘나’는 그의 심정을 손에 잡힐 듯 알고 있다. 그의 발이 앞뒤를 오가면서도 현재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 화자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 임지훈(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본질이라는 말, 실존이라는 말 그리고 일자라는 말과 타자라는 말에 대하여 나는 일종의 쾌감을 갖고 있다. 그것은 가령 노을처럼 저녁이 되면 번져오는 당신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 같은 것이다. 그렇게 나는 고요하다. 2023년 12월 이희주 시인의 산문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存在)의 집”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시인은, 시를 통해 한 사람이 하나의 존재자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임을 일깨워 주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자산(資産)으로 분류된 지 오래다.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하는 이 세상에서 나는 무엇인가? 그래서 나는 다시 반항하기로 했다. 반항이라는 말이 좀 낡은 언어이지만, 그래서 시도 그렇겠지만, 그래도 그게 나에게는 정직하니까, 정직하게 반항하기로 했다. 조직에서 밀려나고 사랑에 배신당하고 타자들에게 소외되고 고립된, 한마디로 슬프고 쓸쓸한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문학이 꼭 그러라고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러려고 한다. 그것은 복무가 아니라 자발적 고독과도 같은 것이다.
제1부
봄날은 간다13/어른 김장하14/전어나 우리나15/캔맥주를 마시며16/우리 동네 갈빗집18/늦가을19/불온한 산책20/유지에게22/정23/샹송을 틀고24/봄의 섭리26/젊음27/밝은 암살28/저 여인30/Boxer31/모 독과 슬픔32/조짐34
제2부
슬픈 영화37/약한 자의 용서38/머리카락 물들이며39/Brand40/따로 산다는 것42/돌아오는 길43/이제는 필요 없는44/슬픈 질문46/조약돌의 슬픔47/내 쓸쓸한 오두막48/그 집49/불타는 동안50/감나무 한 그루51/단풍나무와 어머니52/그 시절 그 친구53/국밥집에서54/그녀는 누구였을까55/한 삽56
제3부
문득59/딸기라는 이름으로60/은미61/사이62/그 나무 의자63/사랑이라는 말64/구석67/벽68/몸69/오래되고 낡은 노래70/미야자키에서71/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72/가을비74/감꽃 필 무렵75/그리움 하나만76/그대의 품속77/근심의 근심78
제4부
종점81/매82/전진83/밑바닥 깊숙이84/가로등 불빛 아래86/저 사람87/늦은 나이88/질서89/아, 하루90/발92/바람의 세월93/나무 294/하류(下流)95/침묵의 형식96/나무 3 97/너의 새벽98
해설 임지훈(문학평론가)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