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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석에 새긴 노래 - 푸른시인선 26

정정호 저 | 푸른생각(푸른사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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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149417 / 160쪽 / 208g / 130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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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서시’ 중에서 시를 쓰는 것은 드디어 나를 벗어나 나에게서 떠나는 순례의 시작이다. 어느 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호야, 네가 어디 있느냐?” “제가 여기 있나이다” 하고 선뜻 나서지 못했다. 나서기가 조금은 부끄럽고 어색하여 나 자신의 어떤 부분을 숨기고 살았다. 그 이후 오랫동안 나도 모르게 나의 살은 그렇게 굳어갔고 나는 내 마음과 영혼의 속살을 숨겼다 그저 모국어로 내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내 영혼의 음악을 연주하고 싶을 뿐이다. 시는 의식적으로 제작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시를 읽거나 쓰는 순간만은 사무사(思無邪)의 역동적 시공간이다. 내가 쓰는 시들이 점이 되었다가 선으로 이어지다 원이 되어 영원회귀되었으면.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철없는 흥분을 느낀다. 시인 되기는 결국 어린이 되기이리라. 많이 기쁘고 즐거운. 시를 짓는 것은 결국 나를 벗어나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례의 완성이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시는 시인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소멸시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시인 개인의 경험과 정서에만 집중하는 시를 쓰는 것보다 넓은 의미의 사물, 행위, 사람, 역사, 제도, 용어, 사건, 장소, 자연, 동식물 등을 단지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포괄적으로 그 소재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보여주고 싶다. 우리 시대의 사람과 사물과 사건과 사유를 타작하며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시 쓰는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리라. (중략) 적어도 나는 내가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주류 문단 바깥의 주변부 타자로 지내고 싶다. 신고전주의 감수성으로 통념적인 낭만주의 시를 비껴가고 싶다. 나는 지금 문지방에 서 있다. 시를 지금까지 편안하게 읽어왔던 일부 독자들에게 당혹감과 불쾌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상상력과 쇄신의 인공지능(AI) 시대의 챗GPT과도 대화도 불가피하리라.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문자시에 소리, 그림과 동영상까지도 함께 춤출 수 있을까? 앞으로 챗GPT가 써낸 시들과 대결하면서 인간만의 독창성과 창작성을 담보해낼 수 있는 시와 시학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나는 야만의 역사와 황폐한 시대에 이마 위에 얼음을 얹고 가슴에 숯불을 품고 뛰지 않고 조용히 걸으리라.

저자 소개

  • 저자 : 정정호
저자 : 정정호
시인, 문학비평가, 아호 소무아(笑舞兒). 서울에서 1947년에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어영문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미국 위스콘신(밀워키)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와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한국영어영문학회장, 한국비평이론학회장, 제19차 국제비교문학회 세계대회 조직위원장(2010, 서울),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집행위원장(2016, 경주)을 역임했다. 시집 『너도밤나무숲의 풍경』(2022), 산문집 『바람개비는 즐겁다』(2021), 비평집 『문학의 타작』(2020,) 『피천득 평전』(2017) 등을 펴냈다. 김기림문학상(평론), 박남수문학상(시),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PEN번역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번역원장,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중앙대 명예교수이다.

목차

서시

제1부 나의 바람개비
서해 바다에서 부는 바람 / 양잿물과 얼음 / 고춧잎나물 / 곱슬머리의 추억 / 나의 바람개비 / 나의 뜨거운 팝송 시대 / 내부 수리 중 / ‘정 관장’의 눈물 / 치매와 함께 살아가기

제2부 엄마와 딸
엄마와 딸 / 오래된 연필그림 한 장 / 손자가 세상 온 날의 기도 / 수박 자르기 / 삶은 달걀 껍질 벗기기 / 아내의 큐 코드 연주를 들으며 / 어쩌면 그럴 수도 / 어느 날 아침 준비

제3부 피천득 산책로에서
성춘향 평전 / 하여지향(何如之鄕) / 우보(于步) 선생 / 응시자 / 순간에서 영원으로 / 지성에서 영성으로 / 왜 그입니까? / 바로크 헨델 / 왜 지금 여기서 퍼시 비시 셸리인가? / 피천득 산책로에서

제4부 청량대 연가
홍예문(虹霓門) / 청량대(淸 臺) 연가 / 블루 사파이어 / 우룰루의 최후의 만찬 / 뉴질랜드 내피어의 해맞이 / 밴더빌트대학 방문기 / 몽생미셸 앞에 서서 / 지베르니 정원에서 / 밧모섬 동굴에서의 기도

제5부 혀의 불꽃놀이
읽기의 에로학 / 무너지는 언어의 사원 / 전복의 미학 / 말의 저주 / 혀의 불꽃놀이 / 말은 몰라도 / 텍스트 이론 / 몸으로 시쓰기 / 몽상

제6부 시간 사냥
소리의 흔적 / 십구공탄의 불춤 / 누워서 책 읽기 / 가장 먼 곳 / 인간 조롱, 그 후 / 종이비행기 / 다시 부채질을 시작하며

제7부 나무 되기
금수산의 아기 흑염소 / 동물원 풍경 / 새들과 대화 / 도솔산 입구에서 / 오대산의 깊은 밤 / 나무 되기 / 반려식물 / 산과 나 / 슈퍼 열대야 / 바람이 말한 것

제8부 사냥개에 쫓기던 나는
빨간 지붕 교회 / 물수제비 뜨기 놀이 / 얼마 동안 / 룻 이야기 / 하늘 기도 / 나의 수염같이 / 사냥개에 쫓기던 나는 / 어느 날 나의 이름이 / 순례자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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