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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897586 / 185쪽 / 241g /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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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추천사
전호석 시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아무 사람”처럼 나온다. “아무 사람”은 말 그대로 아무나 될 수 있는 사람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도 들어가는데, 때로는 시의 화자조차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 이 세계를 돌아다닌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화자에게 발화자로서의 권위가 충분할 리 없다. 미약한 권위의 발화자에게 이 세계는 사실상 구경꾼으로서의 지위밖에 허락하지 않는다(“사실/구경이 취미입니다 제 일이 아닌/ 파국들”). 혹은 관망자나 방관자의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는 세계에서 “자신이 아무래도 대충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데 이상하게 아프게 들린다. 자신의 삶에서 한 번도 주인공인 적이 없었던 이의 고백이 나 한 사람이나 너 한 사람의 고백일 수 없기 때문이다. 새삼 “아무 사람”의 고백으로 들리는 그 말이 거창할 리도 유창할 리도 없지만, 그럼에도 “내리는 형태로 찍힌 눈송이들”처럼 정돈되지 않은 그 말이 이상하게 반갑다. “사는 일은 어렵”고 “지폐 한 장 얻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많고 많은 달변가의 말보다 “쌓인 무가지”처럼 무용하게 “펄럭”이는 말이 귀에 와서 콕콕 박히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의 그 말은 ‘아무 사람의 말’이면서 바로 ‘나의 말’이기도 할 것이다. 전호석의 시가 독자에게 기대하는 말도 어쩌면 그와 같은 말일 것이다.
―김언(시인)
시인의 말
사람이 떠난 하얀 담장 빛 받아 눈부시다
이미 죽은 사람들과 유명무실한 존재들
웅덩이가 넓어지고 덩굴이 담장을 덮어 간다
나는 한적한 사관이고 버섯이 자라나는 그늘에 갇혀 있다
- 책 속에서
시집 속의 시 세 편
학림
이 거리에는 동상이 참 많습니다
검은 몸 위에 빗물 자국이 가득한데요
나무들이 자라나는 동안
동상은 동상이고
낡는 것과 자라는 것 사이에서
나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벤치
죽은 나무로 만든 기호 위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훔쳐 들었는데요
새 지저귀는 소리도 듣고
우는 사람의 하소연 같은 것들에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분수 앞에서 고민하고
새파란 잎이 떨어져 있습니다
구름이 박힌 하늘은
움직이고 있을까요 무엇이
낡아 가는 것일까요 무엇이
우리를 자라나게 하나요
나는 시간이 많고
괘종시계와 손목시계의 일 초는 같아요
그런 것들이
그런 것들이 오늘은 잘 보였고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기다리기
각질이 떨어지고
마음 한곳에 사라지지 않는 겨울을 두고
눈사람을 만들고 녹였습니다
눈사람과 동상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거
둘 다 찰나일까요
가르침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나는 강박합니다
어깨에 묻은 새똥을 모르고
그런 것은 신경 쓰지도 않고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쉽게 말하고
사는 일은 어렵네요
지폐 한 장 얻기가 쉽지 않은데
세계는 풍요롭고
동상은 번들거려요
하늘에서 내리는 모든 낱알들을 눈이라고 불러 봅니다
내 몸을 조각하는
내 몸
당신은 혼돈이 아닙니다
위태롭지도 않습니다
음영은 어디에나 있고
입체를 느끼게 하고
나는 특별하다고 믿는 정신이 당신을 뻔하게 만들고
신기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어서
가만히 있어 보려고 ■
반투명
집으로 가기 전 마지막 휴게소
마른세수
뽕짝 음악
물때 낀 유리창
너머 밥 먹는 사람들
나는 강물 흐르는 것을 본다
붉은 하늘 가장자리
덜 붉은 하늘
자꾸 비켜서는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을 훑으면
한없이 멀어진 사람들
송사리를 건져 내는 왜가리의 눈
가죽 가방과 노트
선물하기 좋은 물건들을 고르는 동안
박각시나방이 꽃들을 배회하고 ■
행신
자꾸만 연말이 되고 유명한 사람들이 모여서 종을 다시, 다시 치고 저번에도 왔던 길인데, 먹었던 밥인데, 만났던 사람들과 또 만난다
우리 참 오래 봤군, 그렇군, 그렇군, 그렇군……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만난다, 실패해서 만난다
내일 당장 뭐가 필요할까
다 마신 술병을 치우다 보면
없으면 죽는 거, 못 참는 게 있지 않아?
월계수 잎……
고기와 함께 끓는
돌아가는 길은 많고 달고 귀찮다
뭔가 내릴 것 같은 날씨였지만
아무것도 내리지 않는다 하늘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잎을 따며 생각해 보면 나는
포대가 내용물도 없이 홀로 서 있는 꼴이라고
풀썩 쓰러지면, 납작해지는
그리고 눈 같은 것에 뒤덮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그러나
아주 멀리 떠나도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사람은 그렇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나 혼자 숨차니까
당신 앞에 멈춰 몰래 운다
괴물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내 목을 가지기 위해 내 뒤에서 언제나 기다린다
눈을 채워 두면
얼마나 버틸 것 같은데?
친구가 술을 따라 주며 묻는다 쉼표와 말줄임표가, 낙엽이 너무 많다 이런 삶을…… 잎을 태우며
나는 인정하기로 한다, 한다, 한다…… 모든 혐의를
근원을
이를테면 재즈를 ■
시인의 말
제1부
학림 - 11
capital - 14
팔판동 - 16
특수효과 보고서 - 18
피사체 - 20
답신이 없어서 - 22
잔다리로 - 24
낡고 푸른 - 26
진찰 - 28
반투명 - 30
공장 - 32
셀룰러 - 34
소풍 - 38
선성(善性) - 40
제2부
제웅 - 45
치아 - 46
회랑 세계 염탐 - 48
젖은 회색 주술 - 50
감시 망각 처벌 - 52
거짓 정오 액체 - 54
옷깃 사건 나비 - 56
파티션 - 58
가상 물질 운전 - 60
제3부
중앙도서관 - 65
동묘 앞 - 68
역(力) - 70
라이브러리 - 73
풍향계 - 76
cardhouse - 78
조류학 - 80
유충 - 82
다음 날 아무도 없는 폭포 - 84
끓, - 86
전체주의 - 88
발전기 - 90
쥐 - 92
뭐야? - 94
책과 동전 - 96
torso - 98
몸의 바다 - 100
라이브러리언 - 102
헤어진 다음 날 - 104
아나톨리아 해안 - 106
또한 왈츠 - 109
제4부
샤프심과 콘크리트…… - 117
팔면영롱 - 124
제5부
수류탄 - 131
스콜 - 132
레터박스 - 134
앞선 일행 - 136
필기체 - 138
직사광선 - 140
모바일 - 142
방울 - 144
긴 터널 - 146
애연 - 148
소극 - 150
몸, 몸뿐 - 151
행신 - 154
lecture - 156
패턴 - 158
두드러기 - 160
커피믹스 커피 - 162
antiaging - 164
무기성(無記性) - 166
해설 이병국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모든 것 - 1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