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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150560 / 128쪽 / 166g / 12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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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신남영의 시편들을 관통하는 ‘언어’와 관련한 시와, ‘음악’과 관련한 시들이 압도적이었다. 작품에 견인되고 있는 어휘들만 보더라도 모두가 지적 전문성을 띤 작품들이었다. 소위 ‘사랑’과 같은 인간의 정감을 파고드는 시는 없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 ‘사랑’이란 말 하나 없이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늘 시차를 안고 살아야 하는 넌 어느 별에서 왔을까 끊어질 듯 이어지는 너의 메시지는 새벽을 건너온 지친 목소리로 무겁게 쓰러지고 만다 아마 처음으로 내게 건너온 너의 메시지는 박하향 나는 캔디맛 같은 것 잠시 스쳐 간 손길이라도 한때는 굳게 다짐했던 약속도 이제는 네가 멀어져 갈수록 허공에 사라지는 별빛이 되겠지 너는 이제 명왕성에 간다는 것일까 그곳은 너무 멀고도 추운 곳 적막한 흑암의 공간을 비행하듯 네 앞에 놓인 삶의 궤도는 또 어찌 그리 아득할 것인지 산다는 것이 따스한 빛과 물이 있는 저만의 숲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눈과 얼음의 길을 지나 우리는 어느 먼 별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금은 함께 갈 수 없다 해도 시간과 공간이 휘어버린 그런 행성 하나쯤 있다면 -「명왕성 소녀」 전문 명왕성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작고 외로운’ 소행성이다. 크기는 달보다도 작고 지각 대부분이 얼음과 바위로 구성되어 있다. 1930년 발견된 이후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인정되었으나 그나마 2006년 국제천문연맹의 행성분류법이 바뀜에 따라 이 외로운 별은 행성의 지위조차 잃고 지금은 ‘소행성134340’이란 공식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이 작고 쓸쓸한 별이 시인의 아픈 사랑의 대상으로 비유되고 있다. 첫 연에서부터 소녀는 “늘 시차를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 표현된다. 천문학적 전문용어로도 설명할 수도 있겠으나 쉽게 가자. ‘시차’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뜻이 있다. 지역에 따라 시간 차이가 있는 ‘시차時差’와, 같은 물체라도 다른 두 곳에서 보았을 때 서로 달리 보이는 ‘시차視差’가 있다. 어떤 경우라도 두 사람 사이에는 문제가 있다. 처음에 건너왔던 소녀의 메시지는 “박하향 나는/ 캔디맛 같은 것”이었으나 이제는 “새벽을 건너온 지친 목소리”가 되어 “끊어질 듯” 사라지고 만다. ‘시차時差’ 때문인가. 한때 “굳게 다짐했던 약속”으로 보였던 것도 이제는 “허공에 사라지는 별빛”이 되고 만다. ‘시차視差’ 때문인가. 여기까지가 두 사람이 처한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 다섯째 연에서 화자는 “너는 이제 명왕성에 간다는 것”이냐 묻고 있다. 그리고 그곳은 “적막한 흑암의 공간을 비행”해야 갈 수 있는 “너무 멀고도 추운 곳”이라며, “네 앞에 놓인 삶의 궤도”는 또 얼마나 아득할 것인지 걱정을 하고 있다. 명왕성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명칭은 ‘명부冥府’의 왕, 즉 저승 세계의 지배자 플루토(Pluto)에서 따왔다. 그래서 ‘밝을 명(明)’자 대신 ‘어두울 명(冥)’자를 쓴다. 이 명칭은 아직 그대로 ‘명왕성’이다.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지, 태양계 밖으로 나간 것도 아니고 이름까지 빼앗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슬픈 별은 ‘태양계의 행성’으로 다시 복귀될 가능성이 없다. 화자는 천왕성도 해왕성도 아니고 가장 멀고 외로운 명왕성으로 가려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염려하고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어떤 경우에도 절망하지는 않는다. 일곱째 연에서 화자는 “산다는 것이 따스한 빛과 물이 있는/ 저만의 숲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두 사람도 어렵고 험한 길을 지나 마침내 “어느 먼 별에서라도”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화자는 마지막 연에서 상대성 이론까지 언급하며 자신의 희망을 재천명한다. 즉 “시간과 공간이 휘어버린” 별이 있다면 둘은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공이 휜다면 당연히 만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는 그의 간절한 희망에 박수로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한 안타까움을 느낀다. 작품은 끝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랑’이란 말 하나 없는 작품이지만 우리의 가슴에는 그 사랑의 애절함이 긴 여운을 남긴다. 시인의 말 중머리를 넘지 못하는 나의 거문고는 아직도 진양조에 머물러 있다. 내가 닿지 못하는 짧은 산조의 끝에도 예인들의 독공의 시간이 담겨 있다. 천공天空의 소리를 엿보고 엿듣는 일은 그 극점의 무진강산으로 함께 들어가는 시간, 그것은 언어로 진세塵世를 건너가고자 하는 한 수행자修行者의 비망기備忘記인 것이다.
1부
쇼팽을 듣는 밤·12
기호의 기하학·13
무녀舞女, 오디세이·14
폴 타는 여자·16
명왕성 소녀·18
북 치는 소년·20
수련水蓮의 수련修鍊·21
마른 발목이 보인다·22
검은 허공을 켜는 ― 자클린 뒤 프레·24
클롱의 힘으로·26
낙화, 행운유수·28
늦가을 저 갈가마귀는·30
2부
미조 낙조·34
물결의 나락으로·35
삼생연三生戀·36
환생이 있다면 ― 꽃나무통신 8·38
네 무수한 꽃잎의 만다라에 ― 꽃나무통신 9·40
저녁의 산책·41
몽유록처럼 ― 꽃나무통신 10·42
흰빛의 환청 ― 꽃나무통신 11·44
마음의 꽃잎이 돋아난다·46
모과꽃이 다 진다 해도 ― 꽃나무통신 13·48
살아생전에 ― 꽃나무통신 14·50
망부운望夫雲·52
3부
천무天舞·56
하늘의 소리를 엿듣다·58
남도의 남당南堂·60
지난봄의 도화빛을 담다·61
산천초목·62
부용당에서·64
적벽가를 듣다가·66
바람에 달빛을 담다·67
진양조·68
타령조로·70
현의 노래·72
행서초行書抄·74
고절孤節·76
4부
고요한 바다로·80
전선야곡戰線夜曲·82
어느 봄날의 동행·84
꽃잎, 유서 같은·86
눈꽃이 피어나는 ― 양동시장·88
이 폭염의 날에·89
촛불이 횃불이 되어·90
김군·92
시인 박석준·94
천 년이 걸리더라도·96
봄날의 신천지·98
길을 묻다·100
낙화유정 2·102
해설 | 호병탁_‘18! 저만의 시니피에’에 담긴 엄청난 함의·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