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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시대 - 창비시선 495

장이지 저 | 창비(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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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24954 / 104쪽 / 150g /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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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편지란 비어 있어서 우리가 거듭해 꿀 수 있는 꿈이에요” 백지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연결의 상상력 언뜻 열렬한 연문(戀文)으로 읽히는 시편들은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낭만이 짙게 드리운 언어 뒤편에서 시인은 ‘편지’라는 형식에 대해 존재론적으로 고찰한다. 시인에게 편지 쓰기란 ‘당신’과 가까워지거나 무언가를 주고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만 ‘당신’이 거기 있음을, ‘당신’의 “현전을 확인”(「고도를 기다리다보면」)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당신’을 부르며 언제 돌아올지 모를 응답을 기다리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의 존재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자신의 결여를 메우기 위해 타자의 심급이 필요하”(「죽지 않는 구멍」)기 때문이다. 시인은 ‘당신’으로 대표되는 “미지(未知)”(「롱 러브레터」)의 타자들을 엽서 위에 반복해 불러내어 자신의 “빈 곳”(「죽지 않는 구멍」)에 “또다른 얼굴이, 얼굴들이 솟아나”(「언덕 위 관음」)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인이 편지-시 안으로 불러들이는 타자는 연인 같은 구체적 대상을 넘어, 텍스트 안에서 재구성되는 영화, 웹드라마, 연극, 동화 속 장면과 목소리 들로 확장되고, 가차 없는 폭력과 끔찍한 야만으로 인해 “우리가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있는 곳”(「책갈피」)으로까지 나아간다. 이때 편지는 이곳의 우리를 저곳의 부재 또는 상처와 매개하는 필수적인 통로로, 단절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거듭난다. 우리의 존재는 타자를 경유하지 않고서 설명될 수도 가능할 수도 없다는 듯 멀리서나마 편지를 통하여 타자와 연결되어 있으려는 노력은 이 시집에서 장이지의 시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이렇듯 “편지의 존재론”(해설)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시편들이 편지를 풍성하게 사유하는 바,『편지의 시대』를 읽는 일은 그 안에 스민 철학적 깊이와 집요함에 새삼 전율하고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곳에서 연결은 어떻게 성취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사 편지의 시대를 읽으며 편지 쓰는 마음을 떠올린다. 다정함, 애절함, 간곡함…… 안부를 묻는 말에 더하지 못한 사정을 헤아린다. 편지를 쓰면서 우리는 달라진다. 속마음을 감추면서, 명랑을 과장하면서. 받은 편지를 읽으며 우리는 또 한번 달라진다. 행간에 생략된 말을 떠올리면서, 주워섬긴 말들을 그러모으면서. 그러므로 편지를 쓰고 읽는 일은 “자기의 허물을 몰래 불태우”(「허물」)는 일, “우리는 예전의 우리일 수 있을까”(「…에서 온 이메일」)라고 물으며 ‘함께’의 시간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사라지는 일이다. “엽서는 모든 것을 말하려 하지만……”(「결괴」)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당신에게 하고픈 말을 물 위에 적어”(「물 아래 편지」)도 그 말이 물 아래까지 온전한 형태를 유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편지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여전히 누군가는 혼잣말로 노래를 만들고 그것을 엽서에 묵묵히 적어 내려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너의 슬픔을 알면서 나는 너에게 가지 못하”(「언덕 위 관음」)기에 우리는 편지를 쓴다. 그것을 쓴 사람에게로 마침내 되돌아온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편지를 쓴다. 세밑에 “이토록 붐비는 사랑이라니”(「롱 러브레터」), 모처럼 길모퉁이 우체통처럼 반가운 시집을 만났다. 오은 시인 ----------------------------------------------------- 시인의 말 찬비가 온다 너에게 보낸 편지가 다 젖을까 온종일 그 생각만 하다가 문득 밤의 깊은 곳에서 내가 걱정한 것은 그게 아니고 네가 울고 있지 않을까 하는 그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이것으로 내 마음의 여섯번째 무늬를 삼는다 편지가 온다 겨울 냄새 묻어온다 2023년 겨울 장이지

저자 소개

  • 저자 : 장이지
저자 : 장이지
2000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안국동울음상점』 『연꽃의 입술』 『라플란드 우체국』 『레몬옐로』 『해저의 교실에서 소년은 흰 달을 본다』, 시선집 『안국동울음상점1.5』, 문학평론집 『환대의 공간』 『콘텐츠의 사회학』 『세계의 끝, 문학』, 영화평론집 『극장전: 시뮬라크르의 즐거움』 등이 있다.

목차

먼 곳 / 해안선 / 불타버린 편지 / 라플란드 / 우주적 / 외워버린 편지 / 슬픈 습관 / 한산(寒山) / 결괴 / 물 아래 편지 / 유원지 / 표변 / 편지란 무엇인가 / 사랑의 폐광 / 사전 / 제발 / 꿈의 범람 / 가장 불행한 사람 / 구름의 뉘앙스 / 엽서 / 사랑을 말하는 것 / 가랑비 몽몽 / 롱 러브레터 / 운메이(運迷) / 반복 / 속삭임 / Record Shop and Bar / 통화(通貨) / 봉투만 있는 편지 / 나를 찾아서 / 기대 / 구름이 깊어 알 수 없는 곳 / 엽서 / 야광별 시스템의 종말 / 러시아 인형 / 화천대유(火天大有) / 러브레터 / 허물 / 유실(遺失) / 비밀 / 이피게네이아의 꿈 / 책갈피 / 죽지 않는 구멍 / …에서 온 이메일 / 블라인드 / 부감풍경(俯瞰風景) / 첩첩산중 / 맥 / 전화 / 아직 거기 있어요 / 책갈피 / 거리 / 우표 수집 / 그래서 영화란 무엇인가 / 언덕 위 관음 / 블루스 / 배꼽 / 파산자들 / 혼자 가는 먼 집 /시간의 흐름 속에서 / 체리 향기 / 졸업 / 고도를 기다리다보면 / 카이 / 우편 공간의 폴 / 8월의 크리스마스 / 저 멀리 / 책갈피

해설|장은영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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