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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은 색이 아니에요 - 소울앤북 시선

이장호 저 | 소울앤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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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697278 / 160쪽 / 208g / 130 x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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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익숙한 이름을 적다 보면 문득 낯설어진다 승현주영정은하중경미기혁상향준용헌순홍윤명 가철수숙진환규광침서관의균봉근원석왕식택무 창섭형배병혜신태일치성양소도손대조복라재최 안삼덕연모남김흥이장호국군필사오언문범화부 추민우왈유종선인두례로만완길춘교건효엄해여 염리렬애강심고전옥란박나공임차채한송아구지 희금법보변동시찬 나도 늘 낯설어지고 싶다 2023년 11월 이장호 ---------------------------------------------------------- 대표시 익명의 프레임 배경은 빨간 꽃 잎사귀 그림자는 보편적인 그림자 색 꽃잎은 떨어지려는 의도를 내색하고 있는 듯 아래로 늘어져 있다 흰색이었던 과거는 흰 물감을 덧칠하면서 현재로 바뀐다 액자는 몇 개의 색을 가두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독립시킨다 캔버스에 스며든 물감은 여러 가지 파장을 일으키는데 자색과 적색 바깥의 색들은 보이지 않는 색으로 캔버스를 위협한다 그림은 어느 벽에든 걸려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지만 관객은 누가 만든 프레임인지 알지 못하고 프레임 속에 갇히고 만다 꽃은 잠시 떨어지는 중이거나 그려지는 과정에 있다 모호한 여론은 프레임이 완성되는 순간부터 색을 가진다 꽃으로 색을 배운 관객은 갤러리에 모여 그림을 읽는다 연출된 음악과 동선을 지나며 같은 색의 액자에 사로잡히게 된다 꽃은 흰색이거나 붉은색으로 그려지는 중이다 액자는 언제나 벽에 걸리는 중이거나 걸려 있기를 원한다 ------------------------------------------- 노랑은 색이 아니에요 늙은 호박은 언제부터 늙어 있었는지 날카로운 말을 찔러 넣어도 아프지 않은가 봐 비릿하며 달짝지근한 외로움은 어디에 숨겼을까 단단했던 침묵은 노랗게 짓물러지고 꼭지만 말라간다 늙으면 약해지고 상처를 잘 입을 텐데 조심해서는 껍질을 벗기기 어렵다 따끈한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훌훌 벗어지는 것들 그렇게 칼칼한 낱말들만 사용했던 것은 어쩌면 뜨겁게 울어줄 무엇이 필요해서였는지 모른다 궁금한 안부에 퉁퉁하던 반응은 속을 갈라 보고야 알게 된다 씨앗들이 파먹고 남긴 것은 노랗게 휜 공간 그 빈 곳을 숨기려고 껍질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나 보다 엄마는 노랗게 아팠다 지천이 은행잎으로 깔린 공원을 자주 걸었고 시집도 오기 전부터 고개 숙인 벼밭을 거두기도 했다 맑은 눈에 노란 물을 들이고 나서부터는 돌아누우며 뜨거운 음식을 멀리 두었다 차갑게 식은 죽을 데우고 있지만 나는 아직 어느 한 곳도 뜨거워지지 못하고 노오란 동굴만 파고 있는 중이다 ------------------------------------ 모음으로 말해 줘 가슴을 부풀려서 숨을 마셔 봐 입속을 둥글게 만들어 소리 내는 거야 자음은 없어도 괜찮아 하나의 문장이 아니어도 좋아 느끼는 그대로 담아서 보내 줘 높고 낮음이 없어도 좋겠어 감탄사처럼 마음이 느껴지는 한마디 모음이라면 충분해 소리를 낼 수 없으면 모양만 보여 줘 가까이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배우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나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아 모음으로 말해 줘 ------------------------------------- 앙금빵 서로 다른 것이었지 둘이 만나 무엇을 한다는 게 계획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더라고 달달하게만 살면 되는 줄 알았지 짭짤한 것을 흘려야 할지 누가 알았겠어 아니지 짭짤한 게 먼저야 달달한 건 그다음이더라구 쿨하고 맘에 담아 두는 게 없어야 오래가는 줄 알았어 바닥 저 밑에서부터 스미지 않는 곳 없이 두텁게 가라앉는 무엇이 있어야 달달한 것이 되더라구 겉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사실, 오래 치대고 숙성이 되어야 해 한낱 가루에 지나지 않던 것이 달달함을 꼭 감싸 안으려면 견디기 힘든 고온에서 바싹 구워지면 잡균들도 끼어들 틈이 없지 탄탄해지는 거야 끝내

저자 소개

  • 저자 : 이장호
저자 : 이장호
강원도 평창에서 출생하였으며 2022년 계간『창작21』로 등단하였다.
서정문학회와 한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익명의 프레임 12
벽에 바름질을 하고 14
노랑은 색이 아니에요 16
슬픔은 팔지 않아요 18
마당귀에 선 사내 20
꽃다발을 꽂은 파란 꽃병 22
레고 가족 24
검은 말을 탄 흑인의 사진 26
비누 28
발우 30
선인장은 시들지 않아요 32
불안도 장사가 되나요 34
저수지 36
모음으로 말해 줘 38

제2부

맹장은 어디쯤일까 40
무슨 잼을 바를까요 42
미장 조 씨 44
관계를 파는 가게 46
종양은 세 시에 끝나요 48
밤은 자꾸 깊어져요 50
매운 유산 52
실버타운 54
오래된 말씀 56
마담 보봐리 58
크런치 60
아이 연대기 62
해피 프라이드 64
짠맛의 밀도 66

제3부
앙금빵 70
피노키오는 다행이었어요 72
여백의 시간 74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 76
MMORPG 78
검은 구멍 80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82
민달팽이의 이별 84
망고가 뭘 알겠어요 87
군고구마 90
상상 레시피 92
아마존은 흐르고 있어 94
높은 풀숲에서 96
달가림 98

제4부
라면에 대하여 102
세일즈맨의 저녁 식사 104
건빵이 좋아 106
언어는 도시에서 자란다 108
웃음이 어떤 것인지 물어볼게요 110
나락투성이 112
적도에 가자 114
녹내장 116
풍선효과 118
반짝이는 통증 120
매직 히어로 122
약한 지붕 124
동백길 126
깊은, 안녕 128

해설
과정의 예술정치학과 존재 회복의 시학│유종인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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