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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기 그늘 - 삶창시선 78

김형로 저 | 삶이보이는창(삶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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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712 / 172쪽 / 224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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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슬쩍’에서 ‘입멸’까지 그렇다면 김형로 시인이 상상하는 “느 것 나 것 없는 좋은 시상”이나 “피와 땀과 숨이 어우러진 대동세상”의 구체적인 이미지는 무엇일까. 시가 추상적이고 큰 언어만 뱉고 말면 그만이 아닌 것은 이제 누구나 하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인에게 구체적인 현실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김형로 시인이 그리는 그 ‘세상’의 모습은 비탄과 죽임의 순간에도 숨 쉬고 있었다. 자식 잃은 에미가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 나설 때 칼바람 뼛속까지 몰아치는 날 모르는 사람이 목도리를 에미 목에 둘러준다 제 것을 벗어 아무 말 없이, 슬쩍 _「슬쩍」 부분 “자식 잃은 에미”가 참담한 심정으로 그 원인을 밝혀달라고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 나설 때” 누군가 칼바람을 덜어줄 목도리를 둘러주는 그 짧은 순간. 거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문제를 곧장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고통을 덜어주는 작은 행동들의 연합 또는 겹침을 김형로 시인은 꿈꾸고 있다. 시인은 거짓 선지자의 적일 수밖에 없다. 큰 것을 상상해도 시의 언어는 언제나 풀잎처럼 생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형로 시인도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삶을 삶답게 해주는 것은 이런 ‘슬쩍의 윤리’(김동현)의 지속인 것임을. 그 작은 것들 또는 짧은 순간들의 힘이 역사의 무게를 지탱하게 해주는 하부가 된다는 것을. 한 그릇 국밥 알아주는 이에게 목숨 버리겠다는 듯 후룩 크읍 쩝 험험 후루 크윽 제 무덤 속으로 주저 없이 몸을 던진다 _「국밥 한 그릇」 부분 이 시는 “한 그릇 국밥”이 주체인데, 국밥은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목숨”을 버린다. “주저 없이 몸을” 던져 다른 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 무덤”은 죽음이 아니라 부활이 된다. 「국밥 한 그릇」이 제주 4?3과 광주 5?18을 회피하지 않은 목숨들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김형로 시인이 『숨비기 그늘』 전체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역사적 참극이 단지 참극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진실’이다. 그런데 이 진실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진실과 한몸이 되는 일은 또 여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법조문 침 바르는 잔챙이”나 “계산만 해대는 조무래기”가 되지 않고 “풍찬노숙 천둥소리”(「어디 없나」)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가 삶의 도(道)와 덕(德)을 떠나 자율적으로 존재한다는 근대시의 오랜 병폐에서 김형로 시인의 시는 훌쩍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읊조림에 머무는 것도 아니다. 삶의 도(道)와 덕(德)을 훼손시키려는 역사의 진행에 맞서다 온삶이 참극이 되어버린 존재들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시인 스스로 새로운 삶의 도(道)와 덕(德)을 묻고 있을 뿐이다. 굴비의 생을 통해 불가해한 역사의 시간을 회피하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긍정하면서 통과해야만 입멸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할 때, 시인 김형로가 품고 있는 새로운 삶의 도(道)와 덕(德)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엮걸이에 달리며 저 굴비의 아가미엔 짠 소금이 구름처럼 왔을 것이고 짠 바다에서 더 짠 소금 속에 들어가는 몰입을 배웠을 것이고 속을 버리고 자세만 남은 몸으로 하나의 몸짓, 하나의 표정이 되어 아직 끝나지 않은 길에서 마르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입멸이란 것이고 _「굴비」 부분 추천사 김형로의 시집은 자기해방을 위한 결단의 시로 가득 차 있다. 이전 시집이 “총체적이고 다면적인 존재의 본질을 깨우치게 하여, 무의미하고 무료한 존재성을 깨뜨려 주게 하는 복음”(문학평론가 김경복)으로 다가왔다면, 이번 신작시집은 이른바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과 그 넋을 위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주4·3인민항쟁, 광주5·18민중항쟁을 집중 조명함은 물론, 4·16 세월호와 10·29 이태원 대참사 등에 대한 끈덕진 탐구를 통해 김형로 시인은 참혹한 역사 현장, 무도한 정치 현장 속에서 희생된 영혼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슬쩍」, 「북향 비탈의 세한도」, 「보리밭에서 푸른 하늘을」, 「내 새끼를 왜 이러냐고」, 「부끄러움은 힘이 세다」, 「그 바다 그 골목의 아이히만」 등의 시편은 일상적 삶이 역사의 이면으로 떠오르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내고 있는 절창이다. 말하자면 그는 역사의 그늘에 감추어진 사람들의 신음 소리를 새롭게 발굴해냄으로써 이즈음 한국시가 잃어버린 ‘서사’를 복원하고 있다. 일상의, 역사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한 김형로의 시적 깃발은 결코 ‘시대정신’을 놓지 않는다. 우리들에게 전면적인 해방의 행동세계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이승철, 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

저자 소개

  • 저자 : 김형로
저자 : 김형로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파주, 춘천에서 유년을 보내고 부산에서 성장했다.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미륵을 묻다』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두 권의 시집을 내놓았으며 2021년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작가회의, 부산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회 회원.

목차

시인의 말5

1부 그래도 사람이 있어

우는 꽃·12
좋은 사람·14
슬쩍·16
옛날 배우·18
감자꽃·20
굴비·21
신파조 당신·24
어디 없나·26
나무의 슬하·28
국밥 한 그릇·30
봄밤·32
그런 사람·34
북향 비탈의 세한도·36
등을 쳐 먹다·38
우리의 마을·40

2부 속절없었기에 다시 핍니다

돔박꽃 품에 좁쌀 되·44
그 섬의 말·46
아버님 전 상서·48
맨발·50
보리밭에서 푸른 하늘을·52
통일 항쟁·57
어드렌 가민 살아집네까·60
난 모르쿠다·62
만약에·64
지워진 이름·66
꿈에 본 4·3·68
숨비기 그늘·70
디아스포라·72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74
좋은 상 아홉 번 꿈꾼·77

3부 이팝꽃 진 자리 사람이 시작되고

내 새끼를 왜 이러냐고·84
마지막 새벽을 나서며·86
오, 광주·88
엄마 생각·90
웃지 못할 통계·91
빨갱이들·92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94
두 친구·96
두 십자가·98
젊은 시민군·100
깃발은 내려지지 않고·102
너는 도청에 남았겠냐·104
부끄러움은 힘이 세다·105
최후의 성체·108
오월에 내리는 비·110

4부 큰 꿈은 없고 다만

펜데믹을 받아 적다·114
서울까지만 간다·116
국민의 군대에 고함·118
그 바다 그 골목의 아이히만·123
데자뷰·128
눈물이 법이 되는·130
형용사는 불온하다·132
대한민국 만세·134
목줄·138
날씨는 좋았고 바다는 잔잔했다·140
바보는 늘 새 같아서·142
구불·144
멧비둘기가 우는 법·146
태극기를 더 내려 단 날·148
그러나 유령 아닌 것들·149

해설
꽃과 哭 사이, 사람의 일을 묻다·152(김동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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