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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284313 / 119쪽 / 243g /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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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공공근로 나온 꽃들이 / 언덕을 떠메고 가네 / 무거운 듯 힘겹게 떠메고 가네 // (……) // 돌아서서 검은 비닐봉지 닮은 나를 벌려 / 다시 나를 구겨 넣네 ―봄 무늬 부분 봄꽃이 피었다. 공공근로 나온 사람들이다. 언덕에 사람 꽃이 박혀 있다. 땅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걸음으로 조금씩 움직인다. 살아서 꿈틀거린다.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바닥에서 뜯어내 시의 화폭에 옮겨 심은 ‘나’가 아프다. 살아 있어서 아프다. 아름다운 비참이다. 시인이 할 수 있는 것, 자폐 또는 수감. “돌아서서 검은 비닐봉지”에 “나를 구겨 넣”는다. 봄꽃을 발견한 일, 죄이다.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누가 누구를 투옥하는가. 시인이 자신을 암흑 속에 가두고 출입구를 밀봉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나는 나를 낭독하지 않습니다 / 나는 나를 번역하지 않습니다 // 나를 내 밖에 세워두고 눈 맞히소서 / 내가 나로 들끓게 하소서 ―겨울 버즘나무의 기도 부분 ‘나’를 위해 ‘나’를 깎아낸다. ‘나’의 비루함과 남루함을 절삭한다. 홀로 눈 맞는 ‘나’와 “나 대신 비 맞는 나”를 쪼개버린다. 이것이 “시가 언어를 견디는 방식”이다. “내가 나를 고쳐 입을 때까지”(돌장승) “나는 나를 낭독하지” 않고 “번역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의 다짐이다. 그가 지켜야 할 원칙이다. “내가 나로 들끓”어 언어라는 몸을 잃을 때까지, 언어 없이 시의 몸을 탄생시킬 때까지, ‘나’는 “수그리고 들어”갈 것이다, “1인 기도실 // 나”(대성당)의 내부로, 어둠의 내장 속으로. 이관묵의 시집 안에서 조르주 루오의 검은 예수를 대면한다. 그의 시적 윤리가 길어 올린 이미지이다. 물을 태우고 난 뒤 / 재를 헤집어 물소리 몇 과 수습하다 // 물소리는 물의 사리 / 물의 뼈 // 물소리 봉안할 절 한 채 지어야 하리 ―물 다비식 전문 물을 태우다, 물소리 몇 과 수습하다. 불가능한 이 행위에서 이미지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물을 태운다는 진술에서 우리는 죽은 자에게 올리는 술, 타는 물 한 잔을 떠올린다. 영결(永訣)하기 위해 불꽃 닮은 “물의 뼈”를 담아 제단에 바친다. 물이 소리를 뱉는다. 물이 뼈를 허공에 던진다. 물소리 귀에 박힌다. 물의 뼈, 마음을 가로지른다. 물의 뼈, 몸속에 쟁쟁하다. “물소리 봉안”한다. 죽음 너머로 물이 흘러간다. 이미지는 창생(創生)한다. 죽음을 넘어선다. 영원한 생의 현장으로 데려가는 청각 이미지. 생령 가득한 “눈 오시는 길 / 나무가 내 걸음 앞에 삭정이 하나를 // 툭! // 떨어뜨린다”. 나는 ‘툭’ 부러진다. 이미지가 나를 부스러뜨린다. “그 소리 주어다 처마 끝에 걸어두었더니 /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바싹 말랐다”. 시인은 “앙상한 단어”라고 지시하지만, 우리는 빙설의 폭풍 속에 매달린, 껍질과 뼈만 남은, 말라비틀어진 북어 같은, 수사(修士) 이관묵의 형상을 그린다. 견딤의 양식이 걸려 있다. “한층 더 높아진 하늘”(무생(無生))이 열린다. 이른 새벽 / 보육원 현관 앞 핏덩어리 던져 놓고 / 가다 돌아보고 / 가다 돌아보고 // 눈물! // 얘야, 이 분이 네 엄마란다 / 나보다 푹신한 ―흑동백 전문 나는 흑동백, 핏덩어리 같은 꽃을 주워들 수 없다. 흑동백, 떨어진 꽃송이, 출산 후 땅바닥에 쏟아진 피, 어미 몸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가축, 유기된 신생아로 연속되는 이미지의 변환 앞에서 우리는 무너져 내린다. 엄마의 눈물을 가슴에 담는다. 언어를 압살하는 이미지의 마력에 전율한다. 그리고 외친다. “이 세상 눈물보다 더한 구원은 없습니다”.(절벽기도) 시인이 전해준 아름다움에 젖어 소리친다. “기쁨!”. 이관묵의 시집은 “우리를 발 없는 발로 서 있게 하는 // 하얀 마주침 / 하얀 시”로 독자를 정결한 그리움에 물들게 한다. 사랑하고 싶다. ‘너’를 만나고 싶다. “너를 안아보”(눈사람)고 싶다. 이관묵의 {반지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 먼 방파제. 반지하와 할머니의 죽음과 엎어진 운동화 한 짝이 죽음을 포월包越하는 찬란한 빛으로 넘실댄다. 비극을 사랑으로 감싸는 시인의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 따스하고 아픈 절창을 듣는다. 갓 여남은 살이나 되었을까 사내아이가 반지하 단간 방 찬 바닥에 새우처럼 구부리고 잠을 잔다. 며칠 전 병원으로 실려 간 할머니의 잠을 둘둘 말아 개 놓고 오늘은 할머니가 입던 시간도 깨끗이 빨아 널었다. 연탄아궁이 앞 엎어진 운동화 한 짝은 모든 길이 공중에 나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지상의 물음에 지하의 묵묵부답이 깊어지는 세계. 절반은 낮이고 나머지 절반은 늘 끌고 다닌다. 오늘도 그 절반을 데리고 멀리 방파제 가서 한참을 앉았다 왔다. ―반지하 전문
시인의 말
1부 땅바닥 경행經行
시 그늘
홍매화
땅바닥 경행經行
할미꽃
일반석
계룡산
산안리 1
산안리 2
절벽기도
찔레꽃 순례
능소화
모란
산딸나무 꽃
목련 노선
모과나무 문장
가을에 오는 빛들
2부 질문의 생가
반지하
구절초 앞에서는
건어乾漁
무릎 화엄
재개발 구역
얼룩 공원
우편번호
질문의 생가
오동나무에 내리는 빗소리
내가 식는 방식
바람 공방
봄 무늬
눈
흑동백
헌 빗자루
첫 눈발들
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에게
3부 하늘 민박
입에게 저지른 죄
오래된 미래
묵비권
모르는 생각
낙타
수도암
하늘 민박
입추 무렵
질문아, 잠 좀 자자
석계역
이정표
가랑잎 안부
고사목
명함 받아들고
구경꾼들 -브레이트 풍으로
겨울 낮달
4부 겨울 버즘나무의 기도
무생無生
정리해고
물안개
어떤 낭인浪人을 위하여
그늘 이후
밤 편지
물 다비식
분재원에서
자서전
혼자라는 성지
저속보호구역
돌장승
돌
겨울 버즘나무의 기도
대성당
눈사람
밤에게 던지는 스무가지 청문聽聞
해설 사람이라는 기쁨과 사랑의 구원을 위하여 · 장석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