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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42367 / 122쪽 / 175g /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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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이미지의 스펙터클은 얼마나 억압적인가, 얼마나 살인적 광경인가?” 기존의 시각적 질서, 권력의 표상 체계에 균열을 불러일으키는 파솔리니의 변증법적 몽타주 혹은 ‘시적 분노’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 출신인 디디-위베르만은 과거의 광산 사고 목록을 훑어보다가 1968년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에서도 커다란 광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그는 이 사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따라서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이러한 기억상실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경우 상실된 기억이 다시 돌출해 인식 가능성을 얻게 되는지 질문한다. 그러면서 디디-위베르만은 파솔리니의 몽타주 영화 <분노>를 소환한다. 디디-위베르만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파솔리니를 주목한 바 있다. 『반딧불의 잔존』(2009)에서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미한 빛을 내며 잔존하고 있는 민중의 몸짓을 가시화하는 일을 언급하며 반딧불-민중의 춤을 찬미했던 파솔리니의 시적 응시에서 그 모델을 찾았고, 『민중들의 이미지』(2012)에서는 주변부의 것이라 할 인류학적 기록들을 조직하여 미미하게 잔존하고 있는 몸짓과 얼굴을 시대착오적으로 다시 출현하게 하는 감독, 형상적 섬광을 담아내는 감독으로 그를 소개했다. 이 책에서는 변증법이 작동하는 장소로서의 시영화를 통해 리얼리티에 도달하고자 한 파솔리니의 영화 <분노>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1962년 파솔리니는 제작자 가스토네 페란티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던 9만 미터 분량의 1950~60년대 뉴스릴 자료를 사용해 몽타주 영화를 만든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파솔리니의 단일 장편 다큐멘터리로 구상된 것이었으나 1963년 파솔리니가 완성한 급진적 결과물에 당황한 제작자는 계획을 바꿔 영화를 총 2부로 구성하기로 하고, 『신부님 우리 신부님』으로 잘 알려진 우파 작가 조반니노 과레스키에게 후반부의 연출을 맡긴다. 제작자는 훗날 영화가 좌파와 우파 이데올로기 사이의 일종의 영화적 논쟁으로 재구성된다면 더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는 대중적으로 철저히 외면당했고 곧 잊혔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파솔리니의 영화만 복원되었고, 비판적 힘을 가진 몽타주 영화의 예외적이면서도 탁월한 사례로 재평가된다. 디디-위베르만은 파솔리니의 이 몽타주 영화가 무로부터 세계를 다시 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시도들보다 훨씬 더 시적이고 정치적이라고 말한다. 당황한 제작자로 하여금 시급히 영화를 ‘중화시킬’ 수단을 찾아나서게 만들었던 파솔리니의 몽타주는 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모든 연대기적 시간 너머에 위치하는 시적 몽타주의 비평적 힘 9만 미터의 뉴스릴을 앞에 두고 파솔리니는 이 이미지들이 보기를 거부했던 바 혹은 보여주기를 거부했던 바를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증스러운 이데올로기적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이미지들을 어떻게 다시 몽타주할 것인가. “전쟁 직후 그리고 전후 세계에 당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상성이다. […] 인간은 정상성 속에서 잠이 든다”라는 강렬한 목소리로 시작되는 영화는, 어떤 위험의 징후도 없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기만적인 세계가 당도했음을 알린다. 파솔리니는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혁명’과 ‘새로운 자본주의의 국제질서’, ‘자연재해’와 ‘미인대회’, ‘넝마를 거친 하층민들’과 ‘우아한 옷을 입은 부르주아들’, ‘이름 없는 이들의 침묵’과 ‘힘 있는 자들의 연설’, ‘광산 사고 현장에서 촬영된 비탄의 광경’과 ‘그 무렵 세상을 떠난 할리우드 배우 매릴린 먼로의 얼굴과 신체’, ‘추상회화 작품’과 ‘텔레비전 장면’과 같이 이접하는 요소들을 변증법적으로 충돌시키고 재조립하는데, 몽타주의 작용은 관찰자적인 ‘초연함’과 입장을 취하는 ‘분노’라는 이중적인 시선 사이에서 특유의 시각적 운율을 만들어낸다. 또한 영화는 세 개의 목소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는 이미지를 해설하는 ‘공식적인 목소리’ 즉 권력의 목소리, 두번째는 ‘산문의 목소리’ 즉 정치적인 양심의 목소리, 세번째는 ‘시의 목소리’이다. 파솔리니는 두번째 목소리의 낭독을 반파시스트 화가이자 친구인 레나토 구투소에게 맡겼고, 세번째 목소리는 『핀치콘티가의 정원』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이자 친구인 조르조 바사니에게 맡겼는데, 이 두 목소리는 마치 정치적이고 시적인 두 면모가 음색과 리듬의 대조 속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듯이 대조를 이룬다. 디디-위베르만은 파솔리니의 이 시각적 시가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이질적인 시간 속에서 불러냄으로써 합의된 이미지가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 안에서 돌연히 출몰하는 다른 무엇인가를 보고 읽게 만드는 비평적 힘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파솔리니는 이렇듯 아무런 ‘위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대에 ‘광산 가스’와 같이 우리를 위협하는 ‘잠재적 위기’를 감지해낸다. 이 책은 역사가와 예술가들에게 제대로 보이지 않는 파국, 혹은 공식적으로 인지된 파국의 형상 아래 모습을 감추고 있는 또 다른 파국들을 감지해내고 경고를 줄 수 있는 사유 혹은 창작의 방법론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벤야민과 아비 바르부르크, 크라카우어, 브레히트, 아도르노, 아감벤 등의 논의를 참조하여 변증법적 이미지의 작동방식이라 할 시각적 몽타주와 그 사유 형식을 분석하는 이 에세이를, 디디-위베르만은 그가 주창하는 몽타주적인 형식 속에 분석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담아냈다.
가스 냄새를 감지하다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