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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바라보며

최승옥 저 | 선우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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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587448 / 206쪽 / 390g / 151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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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복숭아 사랑> 이파리가 은빛 물결을 타고 있다. 노란 봉지에 싸인 복숭아가 여름 햇볕을 머금으며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중이다. 흡족한 마음으로 밭으로 들어선다. 복숭아나무를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열매를 튼실하게 키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느껴진다. 둔덕을 넘나들며 이랑을 걷노라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 교감이 오간다. 부지런한 옆집 밭 아주머니는 언제 왔는지 한 말씀을 하신다. “아니, 이 시간에 뭐할 게 있다고 왔어?” 사실 우리 부부는 눈만 뜨면 복숭아밭에 오고 싶어 안달이다. 복숭아 농사는 노란 옷을 입은 복숭아 열매를 만져보는 기쁨에 찾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열매가 자란다. 복숭아 농사는 봉지 싸기가 끝내면 일이 확 줄어든다. 소독하고 열매를 솎아낸 후 봉지를 씌울 때까지는 밥 먹을 새도 없다. 다소 한산해진 요즘에는 꼭 해야 할 일이 없어도 나도 모르게 발길이 밭으로 향한다. 복숭아가 잘 크고 있는지, 낙과가 되지는 않았는지, 혹여 산에서 침입자가 다녀가지는 않았는지, 두루두루 궁금해서다. 복숭아 농사를 지은 지도 어언 십여 년이다. 우리 부부는 남들처럼 땅마지기를 갖는 게 소원이었다. 땅을 사기 위해 몇 년 동안 적금을 들었다. 흔히 말하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고 알뜰살뜰 아끼고 덜 썼다. 오랜 기간 모은 돈으로 드디어 땅을 마련했다. 몇 날 며칠 밤잠을 설쳤다. 눈을 뜨면 복숭아 농사를 짓는 이웃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모두 무리해서 한꺼번에 심지 말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웃의 정보에 힘입어 우선 소일거리만큼만 심었다. 그런데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의 근육도 일상에서와 농사지을 때 각기 다른 부위가 쓰이는 듯했다. 몸살이 자주 났다. 그래도 나무가 쑥쑥 자라고 꽃이 피는 모습에 기운이 났다. 한 해 한 해 복숭아나무가 늘어났다. 처음으로 첫 수확을 하던 날, 말랑말랑하고 수줍은 새색시 같은 복숭아를 만져보는데 신통했다. 우리가 직접 농사지은 복숭아를 수확하다니 꿈만 같았다. 맛을 보여주고 싶은 지인들을 떠올렸다. 곧바로 친인척 등 이웃에게 맛을 보라며 나누어 줬다. 고마운 이들에게 맛을 보여주는 호사도 누렸다. 복숭아 농사를 짓다 보니 안타까운 일도 해내야 한다. 열매가 나뭇가지에 올망졸망 앙증스럽게 매달려 제법 과시하고 있을 시기가 되면, 못나거나 클 것 같지 않은 열매는 따내 버려야 한다. 나뭇가지를 잡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한 알씩 밀어서 옆으로 제치면 열매는 톡톡 땅으로 낙상한다.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때면 속이 쓰리다. 제발 솎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거 같아 몇 번이나 사다리에서 내려오곤 한다. 그렇게 복숭아 농사꾼의 대열에 들어섰다. 몇 해 만에 밭 주위로 땅도 좀 더 샀다. 그곳에 새로운 품종의 묘목을 심었다. 나무가 어리니 이랑 사이 잡풀이 무성했다. 놀리는 땅이 아까워 사이사이 콩도 심고 옥수수를 심었다. 콩을 심고 5일이 지나니 어린싹이 흙을 비집고 힘겹게 나왔다. 그 모습에 흠뻑 빠졌다. 얼마나 예쁘고 신비스러운지 모른다. 농사는 날씨가 우선이다. 해가 갈수록 기후변화로 고되다. 여름 날씨는 뜨거워지고 겨울은 길고 춥다. 지난 3월에는 따뜻한 봄인가 싶더니 갑자기 함박눈이 쏟아졌다. 복숭아나무에서 꽃망울이 터질 무렵이니 화사한 분홍 꽃이 힘없이 떨어졌다. 사람이 어찌해볼 수 없는 이변이라 손 놓고 바라보아야만 했다. 옆집의 복숭아나무도 봄 날씨에 몇 그루가 냉해로 쪼그라들었다. 아픔을 겪으면서도 나름 매력도 많다. 복숭아나무도 하나하나 개성이 있다. 잘생긴 나무에서부터 못생겼지만 과일을 튼튼하게 맺는 나무까지 우리네 신체와 닮았다. 지금도 유난히 마음이 더 쓰이는 나무가 있다. 밑동에 손가락만 한 대못이 박힌 나무가 있는데 볼 때마다 어쩔 수 없던 순간이 떠오른다. 작년에 수확을 한참 볼 때쯤 태풍이 나무를 뒤흔들었다. 이미 태풍이 온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무도 거센 태풍이고 보니 우리 부부는 다급한 마음에 나무에 매달렸다. 둘이 매달렸지만 거센 태풍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나무가 뿌리째 쓰러지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찍 찌지직’ 하며 쪼개지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살려 달라고 굉음을 지르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못을 박아서 쓰러지는 것을 막았다. 나무가 태풍에 찢기듯 내 마음도 찢어지는 것 같았다. 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려고 온갖 신음을 내며 견디어준 나무라서 그런지 아픈 자식같이 애틋하고 마음이 쓰인다. 어떤 이들은 하던 일이 잘 안되거나 뚜렷한 목표가 없을 때 농담처럼 ‘농사나 짓고 살지 뭐’ 한다. 농사라는 것, 해 보지 않았으니 쉽게 하는 말이다. 하루하루 온몸을 으깨는 듯한 고통을 감내하여야만 수확을 얻는 게 농사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애정과 사랑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게 농사다. 내 마음을 알아서일까. 더운 여름을 잘 견디며 자라 준 복숭아나무가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어 준다. 코스모스도 친구가 되어 활짝 웃어준다. 덩달아 나도 행복해진다. 이제 막 발그레한 복숭아는 나에게 속삭인다. 이제는 거센 태풍도 지루한 장맛비도 무사히 이겼으니 튼실한 열매만 기다리라고.

저자 소개

  • 저자 : 최승옥
저자 : 최승옥
<문학미디어> 신인상(2010. 여름)으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음성문인협회, 한국 농어촌여성문학회, 문학미디어문학회 회원, CJB TV 백일장 장원(2006. 수필 부문), 문학미디어 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지금은 창작활동과 장수복숭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5
반숙자 | 농사를 짓듯 글을 쓰다 7

1부 음성천에 모인 행복
어머님표 사랑 12
벼 베기를 하면서 15
복주머니 18
음성천에 모인 행복 21
전하지 못한 선물 24
꽃샘바람 28
길 31
꿈 35
하루 전날 밤 38
희망의 메시지 41

2부 붕어의 항변
동반자 46
붕어의 항변 50
향기로운 포도원 54
약막골 58
이웃사촌 61
성이 엄마 65
엄마의 외출 69
메뚜기 72
덫 76
정선 할머니 80

3부 복숭아 사랑
복숭아 사랑 86
찔레꽃 향기 91
그 옷에는 숫자가 있다 95
섬김의 집 98
시어머니의 외출 101
행복이 104
꽃놀이 108
오르막길 112
바람 부는 날 116
엄마가 살아가는 방법 121

4부 오월 초록 한가운데서
검둥이 126
남편의 가을 130
축복받은 땅 134
같은 곳을 바라보며 138
오월 초록 한가운데서 142
산을 오르며 145
괜찮아, 다 괜찮아 149
작은 바람 153
과수원집 남자 156
코로나19가 물러가면 160

5부 장수농장과 만배농장
쪽파 이야기 166
도토리묵 169
그래도 농부는 172
진짜 사나이 176
웅골 부부 180
할멈꽃 184
장수농장과 만배농장 188
어른이 날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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