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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로운 인생길

김정연 저 | 선우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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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587462 / 238쪽 / 469g / 152 x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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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은혜로운 인생길> 내가 신앙생활을 시작하려고 원불교 강남교당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다. 생각보다 큰 법당에 들어서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제일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드문드문 빈 좌석이 있었지만 계속 자리가 메워지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도 침묵의 그림자가 어려 고요했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주위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누구도 나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은 듯 법회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침묵의 세계는 인연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세상사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종교도 다르지 않을까? 모든 만남은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나지는 것이 아니라는데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원불교와도 인연이 있어서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일까? 호기심은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는데 법회가 시작되었다. 처음 접하는 것이니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설법이 시작되었다. 온화하면서도 부드러운 말씀이 정곡을 찌르는 듯했다. “내가 상대에게 잘해야 상대가 나에게 잘하지, 내가 상대에게 잘못하는데 상대가 나에게 잘하겠는가?” 첫 설법을 듣고 지금까지 내 잔영 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은 법문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는데 나의 종교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신앙 길을 가면서 나의 인생길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생길을 가는데 부부가 신앙을 같이 한다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영혼의 세계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뿌리가 될 수 있음이다. 원불교 강남교당을 처음 나가 박청수 교무님의 설법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꼭 나 들으라 하시는 말씀 같다고 하니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을 들으라고 하는 말씀 같았다 하여 큰 울림이 되었다. 그 울림이 계기가 되어 설법을 듣기 위해 한 번만 더, 한 번 더 하고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지금까지 원불교 교도로서 공부하고 있으니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원불교의 인연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되었다. 믿을 수 없지만 어머니의 천일기도가 끝나는 날, 내가 원불교에 나갔다는 말을 훗날 존경하는 이선조 교무님께 들었다. 말을 들으면서도 긴가, 민가 했으나 화두로 남겨 두었다. 그렇게 가족이 같은 신앙을 하는데 유일하게 원불교와 무관한 분이 할머니셨다. 그 할머니는 나의 인생길에 정서적으로 인성적으로 반듯한 성품을 갖도록 살펴주셨다. 할머니의 인생은 농부로서 땅을 일구며 가문을 지키기 위해 남자 역할까지 도맡아 하신 여장부의 삶이었다. 그렇게 고향에서 잘 살고 계셨는데 구순이 넘어가자 연로해 언제 어떻게 될 줄 모른다는 이유를 내세워 서울로 모셔 왔다. 그때는 그것이 효라고 생각했으나 그 효심은 옳은 처사가 아니었다. 평생 땅을 일구며 사셨는데 서울에 와서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아는 곳이 있을까, 가고 싶다고 갈수가 있을까, 단독주택이라 하지만 그 안에 갇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고향에서야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 만나고,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마음대로 가고, 누구 하나 간섭할 사람이 없었다. 먹는 것 또한 텃밭에 푸성귀가 다 반찬이니, 어쩌다 입맛이 없다고 하면 손부가 약간의 소고기를 사다가 육회를 만들어 드리면 소주 한 병에 맛있게 드셨다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비할 바가 되겠는가. 자유로울 수 없는 곳에서 모시는 것이 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미처 살피지 못했음이다. 후에 깨달은 것이지만 고향에서 모셔 오지 않았으면 공기 좋은 곳에서 흙을 벗 삼고 마을 친지들과 함께 훨씬 수(壽)하셨을 것이란 참 뜻을 뒤늦게 자각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시간이 유일하게 한 가족이 동행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다만 4대 다섯 식구가 한 집에 살다보니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였다. 같이 살다보니 할머니와 어머니 고부 사이가 껄끄럽거나 불편하지는 않더라도 어딘지 모르게 조그만 응어리들이 눈에 띌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내가 세 고부 사이를 화목하게 만들었다. 겉으로야 편치 않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받들었겠지만 그 심정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어머니의 칠순 때이다. 만덕산에서 훈련을 하고 계셨는데 아내가 약간의 음식을 준비하여 훈련 받는 곳에 가서 식사를 대접하고 오자고 했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수고를 자처하고 나서니 나로서야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로 인해 여러 사람에게 많은 칭찬을 받았다. 아내는 말한다. 밖에 외출했을 때 만나는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어떻게 시할머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느냐는 격려나 찬사를 들었을 때, 잘 모시고 잘 못 모시고를 떠나 모시고 있는 것만으로도 효부란 칭찬을 듣는단다. 누구나 들을 수 없는 칭찬이기에 기쁨은 배가 된단다. 어찌 어려운 일이 없었을까만 일을 당하면 머뭇거리지 않고 행하는 아내가 가슴을 뭉클하게도 하고, 든든하기도 해 내 인생길에 은혜로운 존재로 동행하고 있음이다. 고모님은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으시며 양념 같은 분으로서 생존해 존경을 받고 있다. 고모와의 관계도 나보다 더 돈독하다. 전화 주고받는 것을 들으면 서로 존경하고 존중해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면 고모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고모가 시집가기 전 일이다. 텃밭에 심어진 단수수가 몸살을 알았다. 기회다 싶으면 하나씩 베어다가 마디마디 부러트려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그 맛은 인공으로 만든 설탕과 비교할 수 없는 기품이 서린 추억속의 맛이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싱싱하고 풋풋한 지난날이다. 어느 날인가 단수수의 껍질을 벗길 때 조심해서 벗겨야 함에도 무심코 벗기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살짝 베인 것인데 피가 나니 참지 못하고 엄살을 부려 우는 바람에 애매한 고모가 꾸중을 들었다는 후일담에 뒤늦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미소를 지은 적도 있었다. 지난 모든 순간순간이 돌이켜보면 모두가 은혜로운 시간들이었는데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젊었을 때 인지했더라면 좀 더 은혜로운 인생길이 되었을 텐데 하는 마음에 눈시울을 붉힐 때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은혜로운 인생길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정연
저자 : 김정연
전남 영광 출생
청주대학교 대학원(관광 . 호텔경영학과)경영학 석사
국립공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겸임교수 역임
원불교 충북교구 교의장 역임
<문예한국>으로 등단(1996)
청주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예총우수예술인상(2001), 청주문화인상(2015) 수상
저서 : 수필집 ≪순간마다 은혜였음을≫(2022)

목차

책머리에 4

1. 수박 한 통의 행복(8편)
자네, 어제가 무슨 날인지 아는가? 10
아버지 15
은혜로운 인생길 20
이름값 하라 25
사군자 30
수박 한 통의 행복 35
하필이면 40
잘 잡아요 45

2. 핑크뮬리(9편)
개부심 52
핑크뮬리 57
여수 밤바다 61
고치고 좀 다니지 66
낙엽 70
채석강 노을 75
알고 모름의 차이 80
왜 키우셨어요? 86
허수아비 인생 96

3. 지나고 보니(6편)
지나고 보니 102
꿀잠 106
뿌린 대로 거둔다 111
안개 1 118
안개 2 122
텔레파시 127

4. 기적일까, 은혜일까(7편)
발품을 팔아라 134
기적일까, 은혜일까 139
염황이제 161
새로운 길을 가다 보면 171
번개 나들이 178
봉사(奉仕)의 의미 185
마애여래 삼존상 199

5. 케렌시아(7편)
모나게 살지 말라 204
피켓 속 인연 210
친구 215
취중에 진담 221
꼬라지 내다 228
케렌시아 233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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