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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675 / 256쪽 / 446g / 13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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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돈에 병든 인간들에 대한 풍자 농촌 사회에 대한 도시인들의 왜곡된 이미지는 주로 미디어에 의해 가공된다. 혹은 농촌을 떠나 도시에 나가 사는 사람들의 추억에 의해 이상화된다. 황선만 작가는 농촌이나 지방 소도시의 생활도 결국 욕망의 출렁임에 따라 진행되고 있음을 과장되지 않은 풍자와 유머로 그리고 있다. 첫 소설집이기도 한 『내가 뭐 어때서』는 그러한 인간 군상들의 초상으로 짜여져 있다. 추천사를 쓴 이시백 소설가의 말대로 “속되고, 천박하며, 야비하고, 비정하여 자칫 천잡하기 쉬운 세태의 풍경들”이다. 「준법정신」의 앞부분에서 작가는 도시인들의 근거 없는 농촌에 대한 환상을 야유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 리포터라는 젊은 여자가 나와 냉이를 캐면서 “와― 흙냄새를 맡으니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어쩌구 하면서 수선을 떨었다. 농사는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꼭 봄이 되면 들을 찾아다니면서 흙 내음이 어떠니 대지의 기운이 어떠니 떠들썩거린다. 이제 언 땅이 풀리고 새봄이 찾아왔으니 방송국마다 한참 동안 봄 타령을 할 것이다 ―「준법정신」 중 하지만 이런 도시인에 대한 야유는 결국 주인공인 ‘김정수 씨’ 자신에 대한 자기폭로로 이어진다. 운 좋게 소작을 부치고 있는 밭이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그의 손에 들어오자 그만 자기 욕심에 덜컥 걸려들고 만 것이다. 어쩌면 “이 집 저 집 날품팔이로 고생만 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의 이야기에 드러나 있듯이 그동안 적잖이 힘들게 살아온 자기 삶에 대한 보상 심리 탓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주인공은 소작 부치던 밭을 매입한 뒤로 자신의 욕망을 부끄러움도 없이 방류해버린다. 이때 그가 앞세우는 것은 ‘법’인데, 도청 공무원인 며느리와 반려동물 애완용품점을 하는 아들을 앞세워 자신이 사는 마을 공동체의 윤리를 무너뜨리고 마는 것이다. 작품의 결론은 주인공이 골탕을 먹는 것으로 그치지만 이 작품은 농사를 짓던 땅이 부동산이 돼버린 세태에 대한 씁쓸한 풍자다. 작가의 세태 풍자는 「내가 뭐 어때서」에서도 이어진다. 이 작품은 사진작가인 주인공이,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잊혀져간 삼산리의 광산 노동자들과 삼산리이야기협동조합을 꾸려 군청에 지원한 사업이 선정된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성호와 탄광 노동자 생활을 접고 식당을 하는 달수, 영덕, 달수의 조카 철민이 한 팀이 돼 생애사 기록 사업 공모에 선정되었지만 달수, 영덕, 철민의 욕망에 배신당한 성호의 이야기이다. “야, 영덕아! 순진헌 소리 허덜 말어. 공모 신청인지 뭔지를 누구 이름으루 혔냐? 협동조합 이름으로 혔잖어! 내가 이사장이구, 너희 둘이 이사 아니냐. 세상이 다 그렇게 흘러가는 겨. 사실상 성호 성님이 무슨 자격으로 요구헐 수 있겄어. 안 그려? 더구나 동네에 온 지 얼마 안 된 외지인까지 우리가 챙겨야 헐 필요가 있겄어?” ―「내가 뭐 어때서」 중 성호는 다시 한번 “돈에 찌들다 못해 돈에 병든 인간들을” 마주한 셈이다. 그런데 이런 “병든 인간들”은 이미 서울에서 숱하게 만났던 것이고 그들을 피해 산골 마을인 삼산리로 왔지만, 거기에도 그런 인간들은 있었던 것이다. 성호는 눈 녹은 느티나무라도 찍을 것이며,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 보이더라도 자신의 눈에는 “보일 것이다”고 자위하지만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건대, 작가의 그런 바람은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자기 욕망에 대한 소설적 보고 「해 뜨는 집」, 「우정의 거처」는 후일담 소설의 형식인데, 여기에서도 자기 욕망이 먼저 앞서는 인간 군상들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특히 「해 뜨는 집」의 경우 학생운동 시절의 추억에만 빠져 있을 뿐, 결국 자기 욕망에 충실한 등장인물들에 대해 주인공인 ‘인수’가 보여주는 반응은 도덕적 비난에 그치지만, 「준법정신」의 ‘김정수 씨’나 「내가 뭐 어때서」의 달수와 영덕, 철민의 원형인 것처럼도 보인다.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내가 뭐 어때서」에서 성호가 “서울에서 살 때 그토록 부딪혀 왔던 인간 군상들”을 언급한 것도 심상치가 않다. 무엇보다도 마을 공동체가 파괴된 것에는 도시의 욕망이 농촌으로 흘러들어온 사회적 배경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뭐 어때서」에서 은연중 드러난다. 요즘은 이 마을도 도시와 똑같이 저마다의 울타리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지 않던가. 마을 공동체라는 말은 역사책 속으로 숨어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다. ―「내가 뭐 어때서」 중 이런 세태와 「해 뜨는 집」에서 대학 시절 때 은사인 김동현 교수를 대하는 변호사 친구 강성진의 모습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김동현 교수는 “작년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공천 심사위원”이었으며 “게다가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분으로 무슨 국무위원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김동현 교수를 대하는 변호사 친구 강성진의 모습은 자기 욕망에 충실한 속물의 전형이다. 비록 인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대학 시절 단골집인 ‘해 뜨는 집’으로 향하는 것밖에 없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기 욕망에 취해 사는 우리 현실이다. 서글픈 현실에 굴하지 않는 건강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김 사장」에서도 「내가 뭐 어때서」의 달수, 명덕, 철민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는 바로 ‘김 사장’인 민호의 친구 필재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궤멸적인 타격을 받을 때 배달을 통해 나름 성업 중인 필재는 ‘더 많이’ 벌지 못해 불만인 인물로 그려진다. 한마디로 힘들어 하는 친구인 민호에 대한 염치와 예의가 없는 인물이다. “아, 김 사장! 그건 모르는 소리야! 나는 밤에 맥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컸다구. 그런데 이젠 맥주를 한 번 떼면 일주일이 지나도 그대로야! 오늘도 이젠 장사 끝이지. 원래는 지금부터가 피크인데 말이야. 그러구 소득이라는 것이 말이지, 월 몇백 벌던 사람은 일이백 떨어질 테지만 이삼천 벌던 사람은 그 떨어지는 단위가 달라.” ―「김 사장」 중 힘든 와중에서도 민호는 주방 아르바이트인 미진과 계속 가게를 꾸려나가겠다고 다짐하지만, 이것도 사실 다짐 이상의 의미는 없다. 어쩌면 소설가에게 ‘다른’ 길을 제시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일지 모른다. 황선만 작가의 첫 소설집 『내가 뭐 어때서』는 세태 풍자에 머무는 작품집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욕망에 눈이 번들거리는 “인간 군상들”에 대한 소설적 보고다. 작가의 말 기차역 대합실이나 시골 오일장은 품이 넓다. 그곳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머문다. 선거 때면 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기차역이나 오일장이고, 젊은 부부가 가끔 아이들 데리고 이색 여행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장날이면 관성처럼 장터로 나가는 어르신들이 아직도 많다. 그만큼 장터나 대합실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패자와 승자가 뒤섞여 있지만 가장 인간적인 표정이 웅성대는 곳이다. 어린 시절 내 사색이 시작되었고 생각의 물줄기를 길어 올릴 마중물이 아직도 가득한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곳에서 길어 올린 날것 그대로의 글을 쓰고 싶다. 아프지만 유쾌하고, 슬프되 비겁하지 않은 글로 당대인들과 동행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서로 가장 따스한 표정으로 마주하고 싶다. 2023년 가을 풍경을 마주하며, 황선만.
준법정신 007
내가 뭐 어때서 035
도둑의 조건 065
노인을 찾아서 089
김 사장 115
해 뜨는 집 141
우정의 거처 167
주연배우 189
너무나 오래된 책 215
인형 뽑기 227
발문 | 김종광 238
작가의 말 2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