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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강이라 외공저 저 | 도서출판 득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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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8392411 / 310쪽 / 310g / 127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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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오마주의 시도는 창작자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원작자의 ‘영향’에 대한 당당한 맞부딪힘 그 긍정적 작법과 다양한 변이의 발생을 부추기는 실험이면서도 결코 기껍지만은 않은 도전이기도 하다. 세익스피어가 우리를 발명했다는 에머슨의 말에 뒤따르는 문장은 ‘그가 계속 우리를 구속하고 있다’이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레이먼드」에서 강이라는 대가의 강점을 적절하게 솎아 쓴다. 쇠락한 어촌 마을에 잠시 머무는 외지인인 입주작가들과 폐쇄된 냉동창고의 음산함은 ‘냉동창고 위에서 떨어진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심상찮은 수수께끼와 함께 소설의 분위기를 단박에 만들어낸다. 뛰어내린 사람에 대한 후사 혹은 사인은 그리 중요치 않다. 결코 서사에 대한 실패를 뜻하지 않는 이 방식은 소설이 빚지고 있는 다른 레이먼드, 즉 챈들러에서 카버로 능숙하게 옮겨갈 뿐이다. 김도일의 소설 「사방」이 달성하고 있는 성취는 얼핏 작품 자체가 단말마와 같은 한 줄의 문장을 향해 달리다 내리꽂히는 「운수 좋은 날」의 서사 작법으로 보이면서도, 그 내부에 흐르는 선배 작가에 대항하는 ‘대조적’ 줄기 그러니까 인물의 불운은 ‘어쩐지’에 담긴 운수라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사실은 온갖 개연성의 연합으로 이룩되고 있다는 차별성의 구축에 있다. 그것은 한국사의 질곡 그 역사적 맥락을 비루하기 짝이 없는 인물 삼대의 삶에 겹쳐놓음으로써 역사의 권위가 결코 제출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 보통 이하의 인물들을 불러오는 일, 역사를 뒤밟으며 소란이 쓸고 간 자리를 챙겨 줍는 일. 그것이 소설이 역사와 구별되는 지점임을 명확히 제시하는 소설의 사회적 기능의 표방이기도 하다. 조영한의 「나와 당신의 머나먼 이야기」는 손창섭을 오마주한다. 어쩌면 생, 그러니까 우리의 삶의 비밀은 그 자체로 욕되고 수치스러운 일면을 지니고 있다는 그 자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우리의 생이 대체로 무구한 채로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물의 열패감은 사실은 삶이 작동한 데 대한 결과값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인간의 조건일 수 있다. 그래서 생은 ‘쓰는 자’인지도 모른다.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문학적 패배’라는 인식 역시 어쩌면 원인으로 지목한 함구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회의해야 하는 자들의 숙명은 아닐는지. 박지음의 「걸음」의 따뜻함은 종종 위태로운 경계들을 향해 있곤 했다. 디아스포라, 정치적 쓸모에 의해 내몰아지고 다시 불필요에 의해 버려진 자들. 조국이 배신하고 이국이 배척한 사람들의 삶은 끝내 작가의 소설 속에서 되살려진다. 온갖 수모를 겪어내고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은 평범한 삶 그러니까 강간의 위협으로부터 놓여나 성실히 노동하는 로자의 삶, 곤궁한 삶 속에서 억눌려왔던 자기 말하기를 글로 써내며 사는 기철의 삶이었다. 그것이 디아스포라의 숙명이라도 된다는 듯 한 번 제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원 자리란 영영 존재하지 않음을 숱한 전쟁과 분쟁으로 또 가난과 삶을 위해 떠나고 쫓겨가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 현실의 증명처럼 로자와 기철의 꿈은 이룩되지 못한다. 유희란의 「사소한 일」은 각 인물들의 심리를 대단히 치밀하게 쫓으며 여성 인물의 자아 감각을 지배하는 가난의 흔적과 그래서 더 가장하는 여유에 대해 기 드 모포상의 원작을 충실히 오마주하면서도 끝내 아영이 흑진주 주머니를 잃어버리는 사건을 삽입해 그를 남루한 처지로 몰아 상미의 속앓이를 중단시킨다. 상미는 결국 자신의 열등감을 아영의 실패로 치환하면서 어줍잖게 자기 위안에 이른다. 그러니까 상미의 자아 극복 양상은 타자를 생성하며 이루어지는 철저한 자기기만으로 얻어지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면들은 인물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면서도 가난이 아닌 그로 인한 상처를 얼룩 묻은 행주처럼 쥐고 있는 상미라는 캐릭터를 작동시키는 것이 다름아닌 지극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오묘한 지점에 가 닿는다. 조미해의 「선을 지키는 일」에서는 모든 이가 ‘선’을 넘는데, 그래서 소설은 줄곧 팽팽한 긴장으로 이어진다. 특히 ‘나’는 남편보다 연상이라는 점을 자신의 콤플렉스로 여겨 ‘어린’ 이웃과 남편의 친구들, 그 부인들에 대해 자못 예민하다. 유라가 가버린 자리에 새로 이사 온 이웃이 오해를 받은 김에 선배의 애인과 결혼해버린 자신의 사정을 밝힐 때, 마치 말해지지 않은 ‘진짜’ 비밀은 소설의 아래에 깔려있다는 듯 소설은 모든 인물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인물은 선을 넘지 않으면 될 거라는 다소 안일한 마무리로 자신을 다독이는데, 이 결말로부터 독자의 의심은 다시금 시작된다. 내가 남편과 주고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전혀 다른 의미로 ‘사랑을 확인’하길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하고 묘한 구조를 일컫는 프랙탈Fractal은 자기 복제혹은 유사 패턴과 그 변용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무한히 반복되는 고사리 잎의 모양 같은 것들. 이때 중요한 것은 자기 유사성과 반복성은 그러나 결코 완전히 같은 것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겐 무슨 과제처럼 깨어진 채 이어 붙여지길 기다리는 도자기의 조각들이 놓여있다. 테세라로 이어지길 기다리는 보석 같은 순간들은 조금 멀리서 보면 하나의 아름다운 프랙탈을 이룰 것이다. 이번 ‘오마주’와 같은 아름다운 기획과 도전으로 인해 우리는 이렇게나 즐거운 변이를 읽을 수 있다. 고단하고 멀리 가는 이 길 위에서 언젠가 우리는 고사리의 숲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평론가 황유지)

저자 소개

  • 저자 : 강이라 외공저
저자 : 강이라
제24회 신라문학대상에 단편 「볼리비아 우표」가,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쥐」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볼리비아 우표」, 「웰컴, 문래」가 있고 앤솔러지 「나, 거기 살아」, 「당신의 가장 중심」, 「작은 것들」을 함께 썼다.

저자 : 김도일
2017년 포항소재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이 세상에 쓸모없다 느낄 때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쓸 것 같다. 재능과는 관계없다. 소설집 『어롱이 놀던 자리』(2023)를 썼으며 앤솔러지 『당신의 가장 중심』(2021), 『작은 것들』(2022)을 함께 썼다.

저자 : 조영한
1989년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났다.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으로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가 있다.

저자 : 박지음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에「리플레이」로 등단했다. 2017년 제8회 월간토마토문학상 수상.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지원 대상자에 선정되었다. 소설집으로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관계의 온도』가 있다. 테마소설집으로 『나 거기살아』(공저), 『여행시절』(공저), 『소방관을 부탁해』(공저)가 있다.

저자 : 유희란
2013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유품」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사진을 남기는 사람』, 장편소설 『감동적인 말로 나를 깨워』가 있으며 앤솔로지 『소방관을 부탁해』를 함께 썼다.

저자 : 조미해
2015년 평사리문학대상, 2016년 경북일보문학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수혜했으며, 『카페인 랩소디』(2022)를 함께 썼다.

목차

레이먼드 레이먼드
사방
나와 당신의 머나먼 이야기
걸음
사소한 일
선을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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