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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651 / 124쪽 / 124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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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인의 산문 인간이 생긴 대로 하나씩 적어나가니 시집이 된다.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어서 좋다. 비록 그 삶이 여전히 이곳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꺼내보지 못한 속마음을 꺼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삶이 조금씩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시는 이제 삶의 한 부분을 떼어내어 색다른 기억의 언어로 저장하는 클라우드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다음은 서사를 이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터전이 있고 사람들이 있고 바다와 산과 오름과 숲이 있으니 가능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법하다. 맑고 견고한 서정시 이재근 시인은 자신의 시와 독자들 사이에 높거나 가파른 문턱을 두지 않는다. 이것은 시인이 만난 사물이나 갖고 있는 서정에 솔직하고 담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우리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정서의 동화 작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근의 시는 시인의 특수한 상황과 인식을 강요하거나 외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혼자만의 읊조림처럼 가만히 말할 뿐인데, 그것이 잔잔함이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시를 보자. 조심스레 내디딘 몇 걸음 나무 사이로 난 여백에 발자국이 남고 접힌 풀잎을 이어 어느새 길이 된다 숲속에 작은 오솔길이 생겼다 _「숲속 발자국」 부분 어디 한 군데 어렵거나 혹은 복잡한 상징을 갖지 않으면서도 맑은 서정시가 된다. 시인이 자신의 경험을 옮겨 놓아서 그렇다. 경험이 곧바로 시가 되는 것은 아니고 경험을 시적으로 할 때만이 시가 될 수 있는 법이다.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 행인 “숲속에 작은 오솔길이 생겼다‘는 평범한 진술은 희한하게 이 시를 번쩍 들어 올린다. 시는 멋진 수사나 은유, 혹은 깨달음의 언어로 장식되어 한다는 오해가 널리 퍼져 있지만 무엇보다도 시인이 자신에게 정직할 때 시의 샘물이 고인다는 게 우리들이 망각하고 있는 진리이다. 이재근 시인의 시가 갖는 평이함은 이 진리를 독자들에게 새삼 일깨워준다. 시인이 자신에게 정직하다는 것은 그만큼 큰 미덕이다. 이재근 시인이 자신의 서정에 충실하면서 심리적 고독이나 삶의 비의에 대해 말할 때에도 목소리는 언제나 낮다. 그런데 이 낮은 목소리가 단지 저음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맑음으로 울리는 것은 자신의 고독이나 살면서 깨달은 삶의 비의에 대해서도 정직하고 겸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의 시가 그렇다. 칠 테면 쳐보라지 세상에 맞서는 힘으로 얼굴을 내밀다 총알처럼 박히는 모래 알갱이에 슬쩍 차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는 거친 숨을 쉰다 숨의 바닥이 느껴질 만큼 비바람은 방향 없이 들이치고 멋쩍은 우산대만 하늘을 향해 펼쳐 들고 나면 그제야 마음이 빼꼼 문을 연다 거친 물보라에 평안함이 흔들리는 순간 그래 세상이 원래 그랬다 어찌 관망만 하며 살 수 있겠는가 문 열고 폭풍우를 흠뻑 맞아 보련다 _「폭풍 치는 날」 부분 “칠 테면 쳐보라지” 같은 강단 있는 독백도 전혀 강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앞에서 말한 정직과 겸손 때문이다. 물론 이 정직과 겸손이 언어적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마치 배를 띄우는 바닷물의 부력처럼 언어화되지 않은 심층에 존재하면서 언어의 갈라진 틈으로만 비친다. 하지만 “문 열고 폭풍우를 흠뻑 맞아 보련다” 같은 진술에서는 삶을 향한 어떤 의지도 보이거니와 이 의지도 바깥으로 향해 대상과 사물을 지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를 다지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결국 끊임 없는 자신에 대한 직시가 이재근 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맑고 견고한 서정시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그런데 미래의 시가 더 궁금해지는 것은, 시집 뒤에 수록된 시인의 산문 때문이기도 하다. 시인은 “어쩌면 다음은 서사를 이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바로 밝히고 있다. “터전이 있고 사람들이 있고 바다와 산과 오름과 숲이 있으니 가능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법하다.” 삶의 터전을 제주도로 옮기고 나서 “몸이 열리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는 이렇게 삶을 바꾸는 이행의 과정에서 솟아오르기 마련이다. 그때 쯤에는 아마 훨씬 깊어진 시를 독자들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시집은 그 ’깊이‘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될지도 모른다.
시인의 말4
1부
농사를 지어야겠어요·12
저마다의 바다·15
언덕에 올라·18
오름 가는 길·20
바다로 나간다·24
그런 날·26
숲속 발자국·28
부추꽃이 피었다·29
일요일 오전·32
잊히는 일·34
섬·36
마음 노크·38
바람·40
가을이라는 이름의 쓸쓸함·42
2부
바다가 호수 된 날·44
눈 쌓인 거리·46
산수국 1·48
밤바다·50
아침 관조·52
폭풍 치는 날·54
어느 목요일 오후·56
별이 내려앉는 날·58
추자도 다녀오는 길·60
안개·62
위미 바닷가·64
시골 살이·66
혼자인 섬·68
3부
저녁이 지나간다·70
초록 창에 앉아·71
인연·72
남해 바다·74
개울 소리·75
사람이 먼저다·76
생이별·77
아프다·78
겨울비·80
마음을 보내다·82
연가·85
시골 살이 3·86
그리움·88
관계·90
해돋이·92
4부
애기 무덤·94
공항·97
솔직함·98
비탈에서 자라다·99
미련이 들어간다·100
숲속을 걷다·102
시간은 기다리지 않는다·104
겨울산·106
사진·107
섶섬·108
산수국 2·110
겨울밤·112
곶자왈·113
산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