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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773588 / 200쪽 / 348g / 131 x 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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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열정적·운명론적 사랑의 정체
이병주 소설 『우아한 집념(執念)』은 법률적인 문제와의 조합을 다룬 「거년의 곡」, 시대사적인 환경 속의 개인사를 모티브로 한 「아무도 모르는 가을」, 그리고 작가정신의 근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우아한 집념」을 모은 책이다. 이 세 편의 소설은 모두 강고(强固)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원래 이병주의 소설은 자연히 자신의 실제적 체험을 바탕으로 역사 해석의 빛깔을 띨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60대 곧 1980년대로 넘어서면, 당대 사회도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그 자신도 작가로서의 역할에 익숙해졌으며 세상을 보다 유연하고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게 되었다. 그러한 변화가 담긴 1980년대 초반 그의 소설들, 인본주의자의 눈으로 세상살이의 새로운 지혜와 남녀 간 사랑의 다양다기한 모습을 그려내는 작품들을 직접 만나보자.
「거년의 곡」,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거리
“토론이 끝난 뒤 어쩌다 진옥희가 이상형과 단둘이 남게 되면 ‘현실제란 놈, 영리하기도 하고 좋은 놈인데 그 속물근성엔 딱 질색이란 말야. 철저한 현실주의자, 타협주의자다. 청년이 벌써 저런 모양으로 되어 갖고 장차 어떻게 할 거란 말인가.’ 하고 개탄하는 이샹형의 말을 듣게 되었다. 현실제는 현실제대로 진옥희에게 말했다. ‘나를 현실주의자라고 비난하지만 현실을 무시하고 어디에 생활이 있겠어. 현실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자만이 이상을 운운할 수 있는 거야.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자는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어, 현실주의자는 법률을 자기 편으로 할 줄 아는 자다.”
이 소설은 197×년 늦은 여름의 어느 날, 청평호에서 발생한 보트 전복사고와 그로 인해 한 젊은 남자가 익사한 이야기가 외형적인 얼개를 이루고 있다. 죽은 남자의 이름은 현실제이고 함께 보트를 타고 있던 젊은 여자는 진옥희다. 두 사람은 S대 법과대학 4학년 재학 중이며, 현실제는 재학 중에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전도양양한 수재다. 진옥희 또한 4년간 수석을 해 온 재원이다.
나아가 이름 그대로 이상주의를 대표하는 이상형과 현실주의를 상징하는 현실제의 대립까지 더해진다. 이렇게 심화되는 삼각관계는 단순히 진옥희가 현실제를 죽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쟁점이 아니라, 법률을 매개로 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어떤 상관성과 배타성을 갖게 되는가를 탐색하려는 작가의 고민을 보여준다. 여기 법률적 계산보다 더 부드러우나 더 완강한 이병주의 인본주의, 인간중심주의가 숨어 있는 형국이다.
「아무도 모르는 가을」, 인습의 멍에와 폐절의 사랑
“드높고 맑은 가을 하늘! 효준이 정성 들여 심고 가꾼 나무들이 얘기를 시작하려는 참인지 몰랐다. 나는 내 생각을 쫓기 시작했다. 직접 내가 들은 것은 아니지만 ‘왜 내가 무정부주의자가 되려고 하는지 오빤 정말 모르겠어요?’ ‘왜 내가 좌익운동을 하는지 오빤 정말 모르겠어요?’ 하고 울부짖는 윤효숙의 소리가 귓전을 울리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제도의 관습을 넘어서지 못하고 좌절한 슬픈 사랑의 이야기다. 남자의 이름은 윤효준, 여자의 이름은 윤효숙이다. 이들은 삼종 간, 곧 8촌 간이다. 이 두 사람을 관찰하고 사건을 설명하는 화자 ‘나’는 윤효준의 친구이다. 윤효숙의 꿈은 윤효준을 통해 ‘나’에게 전달되는데 여의사에서 무정부주의자로 그리고 좌익운동가로 순차적인 변화를 보인다.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을 회상하며 관찰자 ‘나’는 이 두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가을’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 꼭 두 사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개입하는 불가항력적 운명의 이름을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우아한 집념」, 세속을 넘는 결곡한 사랑의 힘
“저 이혜숙은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해 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 복수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선생님께 인생을 가르쳐 드리려는 것뿐입니다. 제가 만든 스크랩을 보셨지요? 그것은 선생님의 문장이 좋아서, 또는 선생님에게 대한 애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성실이 어떤 것이며, 정성이 어떤 것인가를 언젠가 한 번은 선생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이 소설은 밝고 경쾌하고 재미있다. 마치 한 편의 우화(偶話)를 읽은 것처럼 후감이 개운하다. 소설의 독자를 쾌청하고 후련한 느낌으로 인도하는 것은, 20여 년 전 유현이 생명의 씨를 뿌리고 그 경과를 알지 못하는 이혜숙과 한정숙 모녀 때문이다. 이 모녀가 이십 년 세월을 건너뛰어서 유현을 만날 준비를 한 그 과정은 놀랍고도 감동적이다. 소설의 전개와 결말은 일반적인 도덕률에 비추어 보면,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이야기 구성이다. 그러나 소설적 담론으로 이를 축조했을 때, 그리고 작가의 감옥체험 등 실제 경험을 여기에 더했을 때, 독자는 흥미진진하고 잘 짜인 한 편의 소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거년(去年)의 곡(曲)
아무도 모르는 가을
우아한 집념(執念)
작품 해설
작가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