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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변명 - 청어시인선 409

김종건 저 | 청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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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551923 / 136쪽 / 136g / 13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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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우아한 시작(Reborn)을 위하여 -김종건, 『우아한 변명』에 대한 감상 권정희 (前 추계예술대 문학부 강사) 1. 여름날, 인터뷰 시인은 찰스 디킨스의 책을 읽고 있었다. 정확히 『두 도시 이야기』란 제목의 책이었다. ‘프랑스 혁명이 배경이었던 것 같은데…’ 옛 기억 속에 묵혀 두었던 책의 내용을 간신히 불러내려던 참이었다. 눅눅한 여름 장마의 틈새로 새 나온 쪽빛이 책 사이에 내려앉았다. 책과 시인 사이로 은은한 빛의 아지랑이가 일었다. 요란한 비처럼 동요하지도, 숨 막히는 더위처럼 일렁이지도 않는, 몹시 평온하고 싱그러운 장면이었다. 시인이 반색을 건네는 것도 잊은 채 나는 우두망찰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순간에 스며들었다. “대체 어떻게 시를 쓰세요?” 삶 속에서 세 번째 자기완성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세 번째 개인 시집을 엮어낸 시인을 향해 나는 묻고 싶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시에 대한 열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열망을 한 가지 길로 꾸준하게 연결시킬 때, 그것은 희생이 되고 완성이 된다. 꾸준함을 담보하지 않는 한,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 한 열망은 결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시인은 두 아들을 키우는 가장이자, 실리콘 기술을 능숙하게 발휘하는 건설노동자다. 그나마 장성한 아들들은 출가를 해서 부담을 덜었지만, 여전히 한낮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 걸어두어야만 하는 시인이었다. 그에게 있어 시를 위한 꾸준함이란, 기꺼운 희생이란 대체 어떻게 허락된단 말인가. 나는 가슴 한편에서 서너 번도 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묻지 않기로 했다. 올곧게 써낸 오십여 편의 시는 이미 시인의 것이었다. 꾸준하게 지켜낸 열망으로 또 한 번 완성의 순간을 맞이한 그는 누가 뭐래도 시인이었다. 곧 대체 어떻게, 얼마나 많은 것을 견디기에 이토록 오롯이 써낼 수 있느냐는 질문은 아무래도 외람되다. 에어컨에서 흘러나온 엷은 바람에 커피가 출렁였다. 어쩌면 내 마음의 흔들림이었을지도 모를, 분명한 감정. 그것은 경외감이었다. “정말 꾸준하세요. 직업이라 그런가요?” “내 직업은 노가다지요.” “네? 그럼 시인이 아니란 말씀이세요?” 물론 릴케의 말처럼 ‘직업’이란 시인을 굳건하게 서 있도록 해주는 뿌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꾸준하게 개인 시집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시인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시인이겠느냐, 건설 현장에서의 일은 일상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해주는 정도가 아니겠느냐… 나는 조금은 얄궂은 질문들로 시인을 보챘다. 시인은 커피 향처럼 푹 누그러지는 웃음만 지었다. 책 속에서 <예순 즈음> 봄에는 사는 게 누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사치인 것 같고 삼시 세끼를 다 챙긴다면 죄를 지은 것 같아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는 날이 있다 끓는 물 속에 통째로 던져 넣고 싶을 만큼 삶이 무기력해지는 날 십수 년을 정리 못 한 책장처럼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안 나는 지난날들 가을 저녁의 단풍처럼 화려했지만 발밑에 부서지는 낙엽 같은 지금을 다시 주워 담을 순 없을까 봄은 되풀이되는 게 아니라 되살아나는 것 다시 살아온 봄날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되풀이되든 되살아나든 일단은 살아 있어야 한다 <목련> 미치겠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 말밖에 없었다 아니, 이 말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봄이 있어 그대를 기다릴 수 있다 그대를 기다릴 수 있어 살아 있다 살아 있기에 그리워할 수 있어 다행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종건
저자 : 김종건
1964년 서울 출생
추계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시집〉
『우아한 변명』
『은밀한 목욕』
『바퀴벌레 공생기』
『그곳에 내가 있었네』(5인 시집)

목차

5 시인의 말

1부 파(波)

12 예순 즈음
14 개장(改葬)
16 4월, 오후
18 목련
19 독백
20 쓸 만한 이별
22 후회스럽지 않게
24 부활절 소묘
25 못생긴 노래
26 잠깐, 봄
28 희망론(論)
30 몸살 날 땐 미용실에 가자
32 봄의 그늘

2부 란(瀾)

36 밥그릇
38 지붕 없는 집
40 여름 동화
41 귀가
42 장마 혈전
44 영종도에서
45 말복(末伏)의 만찬
46 첫사랑
48 땀띠
50 철들 때를 기다린다
52 요란스럽지 않게
53 섣달그믐
54 아련하다

3부 만(萬)

58 산에서 내려가기
60 걸어서 세계 속으로
62 고시원 유 씨(氏)
64 그리운 동화
66 시덥지 않은
67 소나기
68 골목에서
70 해피 뉴 이어
72 단풍놀이
74 독거(獨居)
76 환절기의 노래
77 가훈
78 파란만장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4부 장(丈)

82 우아한 변명
85 그냥, 봄
86 공원에서
88 입동(立冬) 근처
89 12월
90 개기월식
92 겨울, 포구에서
93 여자 빨래가 없는 풍경
94 바느질을 하며
96 하루
98 갱년기의 밤
99 동지(冬至)
100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

해설
102 우아한 시작(Reborn)을 위하여_권정희(前 추계예술대 문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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