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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333977 / 152쪽 / 152g / 12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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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남길순 시인은 생명을 가진 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고통으로, 죽음으로 전이되는 순간을 강렬한 전율로 그려내며, 그로 인한 충동이 야기하는 비애를 감각적으로 묘파한다. 김한규 시인은 동음이의어와 비문(非文)을 통한 비틀기, 부정의 형식적 미학을 통해 삶을 낯설게 바라본다. 김한규가 쓰는 부정의 형식은 시적 주체가 부정의한 세계로부터 “냄새의 뒷전”(「뭉치」)으로 전락하여 잉여적 존재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숨기이자 쓰기의 방법론적 수행이다. 문저온 시인의 시적 주체는 “달팽이 한 마리”의 삶을 얹고 “좀 멀리, 좀 가볍게 그러나 팔랑 뒤집히면서, 비행과 낙하 사이를”(「열무와 잎사귀와 달팽이」) 유영하며 활력적 유희의 장소인 ‘시’를 발화하고자 한다. 박영기 시인은 “달랑게들이 집게발로 모래를 퍼/입술로 꾹꾹 다”져 “모래구슬”(「게와 파도」)을 빚어내는 것처럼 갈망하고 위로하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살고, 삶을 쓰는 주체의 기투이자 분명한 자기 증명임을 노래한다. 조행래 시인은 “어디에도 소용되지 않”는 “허공에 싹을 틔”우며(「생장」) “새로이 차오르는 무게를 다시, 아주 낡은 자세로”(「낮은 자세」) 감당하고 추구하는 시인의 실존과 형상을 빚어낸다. 서연우 시인이 응시하는 대상은 ‘구석’에 놓인 존재다. 구석은 내몰린 자들의 공간이며 의미를 지니지 못한 소외된 이들이 공동화된 장소인데, 서연우는 ‘남겨진 죽음’으로 간주되는 삶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고발하며, 인간의 일상에 나타나는 ‘새로운 폐허’에 주목한다. 심선자 시인은 불안, 자기분열의 상처와 고통에 귀 기울임으로써 역설적이게도 희미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긍정하고, 아울러 병든 타자를 감싸 안는 윤리를 보인다. 추천사를 쓴 이영광 시인이 표현하듯 이 “시인들의 골똘한 내면에서는 불분명한 것을, 불분명하게 분명히 적으려는 시도가 우글거”린다. 이 우글거림이야말로 아웃사이더의 호쾌한 몸짓이며, 자유 그 자체일 것이다. 시인의 말 ‘시골시인 Q’는 나로부터 확장해 가는 질문(Question)이다. 그러니까 낡아 가지 않고 질문을 멈추지 않겠다는 Q이다. Q는 완전체 O를 찌르거나 뚫고 나오는 가시 같은 것이기도 하다. 2023년 7월 추천사 이 앤솔러지는 생각하고 적은 말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적은 말, 벼려낸 말과 솟아난 말, 아는 말과 모르는 말의 다발들이, 서로 어긋나고 침투하며 들끓는 경연장 같다. 정신을 잃을 수 없는 지점에서 말들은 사실에 부합하려 하기도 하고, 정신을 차리고 견딜 수 없는 자리에서는 진저리 치며 뒤틀리고 비산하기도 한다. 어떤 시들은 정결한 심리적 에너지를 끌어모아 스스로 시적 발화를 이루어 타오르고, 어떤 시들은 먼 행간들에 명운을 걸고 낯선 상상의 허방에 결단하듯 몸을 던진다. 또 어떤 시들은 틀리게 더듬거리고 거꾸로 중얼거리려 애쓰면서, 즉 문법을 깨거나 의미를 흩트리면서 강박적인 비문과 오문을 타고 어딘가로 가 보려 한다. 대립적인 이미지들의 병치와 이질적인 장면들의 전치를 통해 개별 부스들은 물론, 시집 전체는 어떤 긴장된 미지의 풍경을 현시하는 듯하다. 시인들이 미지에 스치려 하는 것은 미지가 시인들의 영혼 속에서 불분명하게 숨 쉬며 운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시인들의 골똘한 내면에서는 불분명한 것을, 불분명하게 분명히 적으려는 시도가 우글거리는 걸까. 그런데도 “말이 나오는 대로” 의식을 방임하고, “독백은 고백이 아”닌 곳에서 “진실”이라는 몸의 신음을 찾아 헤매며 정신의 모험을 거듭하지만, “여기서 일어난 일은 일도 아니”라는 천진성이 풍경의 배후를 떠받치고 있다. 시인은, 분투하면서도 제가 분투하는 줄 모르는 자이다. 그는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면서도 바닥을 치는 일의 어려움을 절감하는 이의 겸허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해체는 특별히 어렵지도, 그저 쉽지도 않은 작업이다. 감각의 착란과 의식의 뒤틀림이 이 정신없는 상상의 모험가들에게 왜 중요한가. 시가 늘 인간과 현실을 보이는 그대로 보여 주지 않고, 안 보이는 그대로 보여 주려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이 앤솔러지를, 떠듬떠듬 오래 읽었다. 이영광 시인
1 남길순
처서
나리꽃 필 무렵
짱뚱어
커다란 원
친절한 의사
런닝맨
가물치
이모
산문|순천만 일기
2 김한규
컨테이너
지키는 사람 뒤에서
U턴하며 U턴하지 않겠다는 숀펜
택시를 탔어, 어디로 가는 택시 맞아?
뭉치
가스통
지나왔습니까?
밤길에는 표지병이 보일 겁니다
산문|숨는 연습
3 문저온
가지 않고
염소
새는 나에게 어떻게 왔나
화상
예술적인 운동장
독백에 대하 여―토(吐)
어둠을 찍을 때도 빛은 필요하였다
연극
산문|열무와 잎사귀와 달팽이
4 박영기
부추 같은 우울
충분한 휴식
오후의 동물원
흰 낙타 이야기
훔친 시
게와 파도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빠른 방법
양파
산문|상상 속의 그 무엇
5 조행래
식도락
칼잠
붕괴
양생(養生)
활개
산책
생장
낮은 자세
산문|불꽃놀이하는 사람들
6 서연우
남겨진 죽음들
터널을 지나는 동안
삭도를 타고
고라니
메타세쿼이아를 베는 굉음
눈사람
삼호로 교차로
누군가는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산문|국민체조
7 심선자
퇴근
크로와상
벽은 알지
밤에
우리들의 방
어느 골목에서 놓친 것들
모습
공을 보세요
산문|엉망이라도 괜찮은가
해설
차이의 장소에서 듣는 시인들의 목소리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