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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허수경 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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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42169 / 316쪽 / 411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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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부르는 소리로 저리도 청랑하게 흐를 수 있는 세상은 두렵습니다 아름다워진 것이 겁나고 오밀조밀하게 색칠한 것이 화장독 오른 계집 아침 분세수 세모시 옷깃 새로 페니실린 냄새가 납니다 물결같이 이를 악물고 바스라지기도 하지만 아래에 서면 빛나고 싶어 두려워집니다 희끗희끗 칼금 그으며 지나는 바람이 나뭇잎 수척한 얼굴에 계절 굽이지는 길을 만들고 그 길 위에 내려앉아 우수수 몸을 떨지만 거미줄은 은빛으로 빛나도 나비는 거미에게 먹히고 불러 세워 뒤돌아보아도 나는 몇 광년 후에야 보는 별빛으로 먼데요 ---「달빛」중에서 감꽃이 질 무렵 봄비는 적막처럼 내렸다 감꽃 천지 군화 발자욱이 그 위를 덮친다 집집마다 아픈 아이들 가위 눌린 잠 속으로 감꽃은 폭풍처럼 휩쓸고 다닌다 어린 살 속에 시린 날을 세우고 발진처럼 불거져 내리는 감꽃 대문 두드리는 소리 비명 소리 미친 듯 떨어지는 감꽃 꼭지 그 위에 적막처럼 봄비가 내린다 날이 밝으면 왜 이리 조용하지 이상하다 아버지는 쓴 입속으로 물을 넘긴다 먼 둔덕 애장터 오지 사금파리가 아리게 반짝이고 어른들은 화전을 부친다 오미자 물을 우려낸다 이상하다, 왜 이리 조용하지. ---「이상하다 왜 이리 조용하지」중에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공터의 사랑」중에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혼자 가는 먼 집」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허수경
저자 : 허수경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모래도시』 『아틀란티스야, 잘 가』 『박하』,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파울 첼란 전집』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 10월 3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오늘의 착각』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가 출간됐다.

목차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한식/ 폐병쟁이 내 사내/ 원폭수첩 2/ 남강시편 1/ 남강시편 3/ 달빛/ 유배일기/ 땡볕/ 별 노래/ 새/ 할리우드/ 이상하다 왜 이리 조용하지

혼자 가는 먼 집
공터의 사랑/ 불우한 악기/ 마치 꿈꾸는 것처럼/ 혼자 가는 먼 집/ 사랑의 불선/ 쉬고 있는 사람/ 먹고 싶다……/ 표정 1/ 한 그루와 자전거/ 저 마을에 익는 눈/ 시/ 유리걸식/ 백수광부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어느 날 눈송이까지 박힌 사진/ 머리에 흰 꽃을 단 여자아이들은/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그러나 어느 날 날아가는 나무도/ 내 마을 저자에는 주단집, 포목집, 바느질집이 있고/ 베를린에서 전태일을 보았다/ 두렵지 않다, 그러나 말하자면 두렵다/ 바다가/ 동천으로/ 모르고 모르고/ 이 지상에는/ 비행기는 추락하고/ 폭발하니 토끼야!/ 어느 눈 덮인 마을에 추운 아이 하나가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대구 저녁국/ 그때 달은/ 해는 우리를 향하여/ 새벽 발굴/ 연등빛 웃음/ 그해 사라진 여자들이 있다/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시간언덕/ 나무 흔들리는 소리/ 마늘파 씨앗/ 물지게/ 여름 내내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거짓말의 기록/ 수수께끼/ 글로벌 블루스 2009/ 비행장을 떠나면서/ 찬 물새, 오랫동안 잊혀졌던 순간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것을 본 양/ 열린 전철문으로 들어간 너는 누구인가/ 카라쿨양의 에세이/ 울음으로 가득 찬 그림자였어요, 다리를 절던 까마귀가 풍장되던 검은 거울이었어요(혹은 잠을 위한 속삭임)/ 사막에 그린 얼굴 2008/ 눈동자/ 여기는 그림자 속/ 삶이 죽음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때처럼/ 추억의 공동묘지 아래/ 문장의 방문/ 사탕을 든 아이야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농담 한 송이/ 그 그림 속에서/ 이 가을의 무늬/ 이국의 호텔/ 포도나무를 태우며/ 병풍/ 딸기/ 포도/ 자두/ 오렌지/ 호두/ 목련/ 죽음의 관광객/ 내 손을 잡아줄래요?/ 우산을 만지작거리며/ 우리 브레멘으로 가는 거야/ 가짓빛 추억, 고아

함께한 시인들
허수경許秀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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