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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변화 - 철학의 정원 57

프랑수아 줄리앙 저 | 그린비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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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6827890 / 192쪽 / 269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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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거대한 빙하의 움직임처럼, 커다란 사건은 고요한 변화에서 돌출한다 별은 갑작스럽게 해체되지 않는다─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힌 서양 철학의 빈틈 어느 날, 연인들이 헤어지고 별이 해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런 사건은 어떤 징후도 없이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사건’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연인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나 젊은 항성의 내부에서 고요하게 일어나던 핵융합이, 우리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응축된 결과 사건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인 프랑수아 줄리앙은 서양 사유의 전통이 이런 과정을 사고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이유를 인도유럽어 체계에서 찾는다. 필연적으로 주어와 술어의 관계를 서술해야 하는 인도유럽어 체계하에서 변화를 이해하려면‘변하는 어떤 것’을 상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하는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일례로 ‘늙음’을 제시한다. 우리가 ‘늙음’을 알아챌 수 있는 이유는 눈가의 주름 한 줄이나 흰머리 한 올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의 노화다. 변화가 전반에 걸쳐 일어나기에 ‘사건’이라고 인식되는 것은 결국 ‘분위기’가 변화된 결과를 인식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이해가 없다면 ‘사건’은 단절된 ‘어떤 것’으로만 이해될 수밖에 없다.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회색’이 있다. 두 개의 개별항 사이에 중간항을 만들어 냄으로써 변화의 ‘과정’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회색’은 또 하나의 개별항으로 그 지위를 유지한다. 과거와 미래 사이의 ‘현재’ 역시 마찬가지다. 서양 사유는 언어의 한계 속에서 존재론을 만들어 냈고, 파편적인 사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세계의 연속성과 유동성을 설명하기 위해 ‘시간’이라는 개념을 가공해 내야만 했다. 사건의 연쇄가 아니라 ‘이행과정’ 그 자체인 세계 서양 사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저자는 중국의 사유를 끌어온다. 중국에서는 한 해의 흐름을 봄과 가을이라는 두 계절, 춘추에 의거하여 파악했다. 이 두 계절은 ‘지속성’의 본보기다. 지속성이란 중국 사유의 핵심적인 개념인 ‘변통’(變通)에서 ‘통’에 해당하는 성질로, ‘변’과 대립되어 나타난다. ‘변’한 것은 지속(‘통’)되고, 지속되던 것이어야 변할 수 있으므로 ‘변’과 ‘통’은 각각 서로를 요한다. 이 원리에 따라 연대기를 정하면서, 변양의 양 극단인 여름과 겨울이 아니라 이행과정을 상징하는 계절들로 연대를 파악하였다는 점은 중국 사유가 ‘시간’과 ‘존재’라는 서양 사유 전통에서 비껴간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서양과 중국의 자연관 역시 이런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리스인들이 자연을 운동하는 물체로 보고 변화 또한 ‘운동’에 빗대어 인식했던 것과 다르게, 중국에서는 ‘음’과 ‘양’이라는 상관 요소로 자연을 이해했다. 변통이 그러했듯 음양 역시 서로를 요하며, 운행의 과정에서 각각 서로에게 기운다. 보름에 차오른 달이 그믐까지 서서히 기우는 것처럼 말이다. 음양은 ‘존재’로서의 요소들이 아니며, 서양에서 그랬듯 단절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중국에서 세계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연속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은 세계를 ‘이행과정’ 그 자체로 이해했다. 반면 서양에서는 세계를 ‘사건’의 연쇄로써 이해하며, 하나의 사건이 우리 눈앞에 ‘갑자기’ 돌출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사건’을 위주로 세계를 단절하여 생각한다면 사회현상이나 사건의 인과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다. 역사에 기록되는 것은 ‘사건’이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힘이나, 혁명 세력을 집결하게 하고 결국 혁명을 드러나게 만드는 힘은 감지할 수 없이 상황을 전환시킨 이행과정에 있다. 사건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그것이 시대적 흐름의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며, 우리가 눈치 채기 어려운 ‘은미한 경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채로 사유의 수면 아래에서 진행된다. 이렇듯 고요한 변화가 가진 힘은 상류에서부터 조금씩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거대한 ‘사건’이라는 결과를 도출하는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고요한 변화를 따르는 방법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고요한 변화가 “확정하고 영속화할 수 있는 공식이나 고정 가능한 모델로 환원되지 않으며, 여러 요인의 작용이 시작된 매 변화를 거쳐 현재 진행 중인 변화를 새로운 전환으로 열어 놓는”(74~75쪽)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변화란 끊임없는 생성이며, 따라서 변화 뒤에 이어질 “변화의 변화”를 예측해야 고요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 예시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고요한 변화의 전략을 살펴보자. “적이 편안한 상태로 오면 적을 피곤하게 만들기 시작하라. 배부른 채 오면 배고프게 만들기 시작하라. 결합된 채 오면 분열시키기 시작하라 […] 적이 자각하지도 못한 채 그가 저항할 능력을 상실할 때까지 가도록 그를 변화시켜라.”(151쪽) 고요한 변화의 통찰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삶과 세상의 모습 세계를 사건의 연속으로 생각할 때에는 세계가 운행되는 과정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9·11 사태 역시 냉전 체제와 소련의 해체가 세계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국가 간 갈등의 힘이 긴 시간 축적되어 테러의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사건’이 돌출하기까지 고요하게 이루어진 변화의 미세한 징조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사회현상의 원인을 파편화하여 이해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상류에서부터 일어나는 변천에 대해 큰 경각심을 가지고 탐색해야 사회가 대면한 변화의 국면을 예측하고 그것을 가시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사유, 즉 음양의 조화라는 방식으로 사고해 왔다. 그러나 세계대전 이후 급격하게 서구 문물이 유입되고 서양식 교육과정에 따르게 되면서 사고방식 역시 서구화되었다. 그 결과 삶의 대부분의 영역이 사건 위주로 재단되고, 하루의 여러 부분까지도 단절된 사건의 연쇄처럼 생각된다. 자연히 한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현상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한국 역시 ‘존재’와 ‘주체’의 관성에 종속된 서구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요한 변화의 지혜’를 받아들일 때, 우리 사회와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프랑수아 줄리앙
저자 : 프랑수아 줄리앙 (Fransois Jullien)\t
프랑스의 철학자로 파리7대학 교수, 프랑스 파리국제철학대학원원장, 프랑스 중국학협회 회장, 파리7대학 현대사상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프랑스 인문과학재단 교수로 재직중이다. 줄리앙은 40여 년간 중국사유와 서양사유를 맞대면시키는 작업을 통해 중국학의 차원을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사유를 펼쳐왔다. 역사, 언어, 개념 등 모든 면에서 서로 무관하게 정립된 중국사유와 서양사유는 각각의 습벽(習癖)을 서로에게 드러냄으로써 철학을 재가동시킨다. 줄리앙은 그동안 동서양 사유의 관계를 통찰한 40여 종의 단행본을 저술했고 최근에는 이와 같은 방대한 지적 자산을 토대로 독창적인 문화론과 실존의 윤리학을 정립하고 있다. 서양의 대다수 이론가들이 동양사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많은 동양학자들은 서양사상을 정확히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줄리앙의 관점은 엄밀한 연구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철학은 동서양 양쪽 이론가들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운행과 창조』 『사물의 성향』 『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대화』 『무미 예찬』 『장자, 삶의 도를 묻다』 『존재로부터 삶으로』 등 30여 권을 썼으며 그의 저서는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역자 : 이근세
경희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뱅대학교 철학고등연구소ISP에서 스피노자 철학과 모리스 블롱델의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뤼셀 통·번역대학교ISTI 강사를 역임하고 귀국 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서양근대철학, 프랑스철학이다. 점차 연구의 초점을 동서 문화담론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주요 저서로 『효율성, 문명의 편견』, 『철학의 물음들』 등이 있고, 역서로 『스피노자와 도덕의 문제』, 『변신론』, 『데카르트, 이성과 의심의 계보』, 『스피노자 서간집』, 『전략』, 『문화적 정체성은 없다』 등이 있다. 연구 논문으로는 「스피노자의 존재론 기초」, 「스피노자의 철학에 있어서 시간성과 윤리」, 「블롱델의 행동철학과 라이프니츠의 실체적 연결고리 가설」, 「프랑수아 줄리앙의 비교철학에서 중국과 서양의 효율성 개념 비교」, 「야코비의 사유구조와 스피노자의 영향」, 「스피노자의 정치철학에서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복종의 관계」, 「모리스 블롱델의 행동철학에서 과학과 기술의 의미」, 「이념의 문제와 글쓰기 전략」, 「동아시아적 이념의 가능성」, 「블롱델의 철학에서 방법론과 실천의 문제」, 「모리스 블롱델의 현상학적 방법론」, 「데카르트와 코기토 논쟁」, 「조선 천주교 박해와 관용의 원리」, 「프랑수아 줄리앙의 중국회화론」, 「로고스와 노장」, 「조선 천주교와 미시정치학」 외 다수가 있다.

목차

서문 _7

1장 주체/행동과 다른 관점: 변화 _17
2장 변화 아래에서: 이행과정 _27
3장 눈은 녹는다(또는 존재를 위한 입장은 이행과정의 사유를 가로막는다) _35
4장 변용에 시작이 있는가? _49
5장 이행과정 또는 횡단?늙음은 항상 이미 시작되었다 _59
6장 반전의 모습 _71
7장 삶의 유동성(또는 어떤 것이 어떻게 이미 다른 것이 되어 있는가?) _87
8장 ‘시간’을 발명해야 했는가? _105
9장 사건의 신화 _121
10장 부족한 개념: 역사, 전략, 정치 _139

옮긴이 해제 간극와 탈합치 _159
옮긴이 후기 _185
프랑수아 줄리앙의 저작 _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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