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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저 | 한겨레출판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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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5620 / 368쪽 / 368g /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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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힘주어 버티고, 균형 잡고, 일터에서 관계 맺고, 재현하고 표현하며… 숙련의 시간이 빚어낸 몸들에 대하여 이 책에서 베테랑의 ‘몸’은 물리적 신체로 분석되지만은 않는다. 1부 ‘균형 잡는 몸’에서 힘을 주고 풀어내며 일하는 신체에 집중한다면 2부 ‘관계 맺는 몸’에서는 일터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살피는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 3부 ‘말하는 몸’에서의 몸은 표현의 장으로서, 수어·감정·연기·활자를 담아낸다. 이처럼 ‘몸’을 매개로 하는 넓은 논의는 다양한 노동의 형태를 아우르고, 비인간 동물·장애·젠더 수행·산업재해 및 안전·산업의 변화 등 사회 면면의 주제와 맞물리며 풍부하고 유연하게 펼쳐진다. 1부에서, 30년 경력의 ‘세공사 김세모’는 광을 내기 위해 손가락 서너 개에 힘을 주어 금속을 갈아내며 휠의 회전력을 버텨왔다. 그 바람에 “손가락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으로 뜀박질을 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말린 어깨와 휜 손목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 뜨거운 육개장을 단숨에 들이키는 김세모로부터 저자는 ‘일의 속도’를 읽어낸다. 20년이 넘는 세월 학교 급식실을 책임진 ‘조리사 하영숙’ 역시 쌀 포대와 무거운 식재료, 식기를 옮기는 사이 몸이 딴딴해졌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식단 고민, 바짝 깎는 손톱, 악세서리를 하지 않는 습관은 그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저자는 숙련자 하영숙을 두고 이리 말한다. 역시 “살림은 기획”이라고. 20여 년간 건물 외벽을 타온 ‘로프공 김영탁’은 실리콘 보수작업을 위한 각종 장비를 몸에 달고 버틸 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긴장을 놓고 힘의 반동을 자유로이 탈 줄 아는 유연한 몸짓을 강조한다. 줄은 끊기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외벽을 능숙하게 타기까지의 과정 안팎으로 저자는 글을 덧붙인다. 로프공이 고공에서 균형을 잡는다면, ‘어부 박명순·염순애’는 평생 바다 위에서 균형을 잡아왔다. 흔들리는 배에서 그물을 걷고 고르며 탁 버티고 서 있으려니 기역 자로 굽은 허리는 펴질 새를 모른다. 어부의 생이 달린 일이지만 동시에 물 속 존재들의 생도 달린 일이라, 저자는 가판 위에서의 복잡했던 마음을 인터뷰 후기에 녹여낸다. 2부에서 몸은 관계의 맥락이 오가는 매개로서 활발히 쓰인다. 산모의 자연주의 출산을 돕는 ‘조산사 김수진’은 산모의 미세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자다가도 문자 메시지 알람 소리에 깨게 될 정도로 예민해진 그는, 아이를 받는 순간 미끌하고 따뜻한 보람 역시 충만히 만끽한다. 그의 노동을 들은 저자는 태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의 존중으로 이야기를 넓힌다. ‘안마사 최금숙’은 시력을 잃은 후 안마를 처음 배웠다. 미세하게 튀어나온 혈관과 결을 달리하는 근육을 손끝으로 느끼며, 그는 뭉친 몸을 이끌고 사는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앞의 두 베테랑이 사람과 관계를 맺었다면 ‘마필관리사 성상현’은 일터에서 말과 관계 맺는다. 성격도, 성향도, 좋아하는 것도 제각각 다른 말을 살피고 소통하는 방식을 연마한 그는 일터를 벗어나서도 말과의 소통 방식이 몸에 배어 있다. 저자는 그의 노동에 존중을 표하는 한편, 비인간 동물과 인간 사이의 복잡다단한 위계에 대해 고민한다. 대중목욕탕을 거쳐 1인 세신숍에서 일하고 있는 ‘세신사 조윤주’는 백반과 때수건으로 갈라진 발바닥과 손끝을 내보이며, 목욕탕을 오가는 수많은 이들과 느슨하게 맺어온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동네 목욕탕은 노인을 돌보는 어느 정도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목욕탕 안에서 이루어지는 유기적 관계들까지 포착한다. 마지막 3부에서의 몸은 표현의 무대가 된다. 평소엔 다소 굳어 있는 표정의 ‘수어통역사 장진석’은 수어통역을 할 때만큼은 손과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의 갖은 근육을 전부 사용한다. 농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세상에서 그는 그 말을 전하려 늘 분주하다. 저자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어의 편리하고 효율적인 구석을 드러내며,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 편리함을 구분짓는 잣대에 의심을 표한다.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전포롱’은 들끓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오일 파스텔을 쥐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법. 그림과 동료 여성 창작자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제 전시기획자가 된 그를 두고, 저자는 “너 좋아하는 일 하잖아”라는 말 뒤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덧댄다. ‘배우 황은후’는 통상적인 젠더 표현에 늘 의문이 있었다. 화장한 얼굴로 겨드랑이, 팔꿈치, 엉덩이까지 깨끗하고 청순하게 재현하는 대신, 연기하는 대상이 어떤 것이더라도 내게서 생명력을 틔울 수 있도록 백지 상태의 몸을 1센티미터씩 세밀하게 움직이는 법을 연마했다. 그의 말에서 시작해, 저자는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행보를 좇는다. 마지막으로, 아흔의 ‘식자공 권용국’은 장시간 조판대 앞에 서서 티끌처럼 작은 활자를 핀셋으로 옮겨 활판을 만든다. 빠르고 정확하게 손끝에서 문장들을 찍어내기 위해 거쳐온 시절은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두텁게 만들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종이를 찍어내는 인쇄 기계 틈에서도 그를 식자공으로 ‘존재하게’ 만든다. 노동은 결국 다른 존재들과 엮어 짜는 것이므로 베테랑의 몸을 들여다보는 것의 의미 “여기까지 쓰고 생각한다. 베테랑의 몸을 안다는 것은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나의 노동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13쪽)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베테랑 노동자를 만나고 그들의 몸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듣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잠시 떨어져 생각한다. 12명의 베테랑을 만나며 저자가 깨달은 것은 어떤 ‘가짐들’이었다. 몸가짐, 마음가짐 그리고 ‘이해의 영역을 갖는’ 순간들. 저자는 숙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간을 채워야 쌓이는 것’. 그 길고 지난한 과정을 버텨 시간을 채우는 게 어렵고, “잘 채우는 건 더 어렵다”(49쪽)고. 책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얼굴의 베테랑들은 ‘나 혼자’ 잘나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이들은 도구든, 기계든, 동료든, 일터에서 만난 대상이든 ‘나 혼자’를 뛰어넘는 맥락에서 일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노동이라는 것은 손에 무언가를 쥐고, 땅에 발을 딛고, 나와 다른 존재들과 연루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해를 부여잡아야 했다. 노동은 내내 헤아리고, 읽어 내리고, 귀를 여는 일이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연결된 노동의 속성으로 인해, 나는 그가 다채로운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것을 본다. (중략) 그이가 베테랑이 되어온 시간이다. 그 시간을 알고 싶어 이야기를 듣는다. _13쪽 중에서 이를테면, 세공사 김세모는 ‘어두운 작업실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대신 분업화된 세공 작업 틈에서 끊임없이 앞뒤 주변 작업자의 노동 환경이 어떤지 확인한다. ‘내 기술’을 연마하고는 결국 ‘우리가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한다. 조산사 김수진은 드라마에서처럼 ‘산모에게 힘을 주라 소리치지’도, ‘가만히 누워 절대적 안정을 취하라 권하지도’ 않는다. 김수진은 출산의 주체인 산모의 컨디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행을 고요하고도 세밀하게 조절한다. 로프공 김영탁은,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우리’가 없다고 말한다. 배우 황은후는 동료들과 직접 주도적으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집단을 꾸려 연극을 올리고, 수어통역사 장진석은 동료들과 수어통역협동조합을 만들어 청인 통역사와 농인 통역사의 협업을 이루어내고 있다. 식자공 권용국은 생존을 위해 일터를 전전하다 자신을 불러준 지기 덕에 아흔이 된 지금까지도 활판공방에서 현역으로 일한다. 어부 박명순·염순애는 서로 의지하며 육지에 사는 존재로서 한평생 바다에 녹아들고자 분투했고, 마필관리사 성상현은 말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체형과 걸음걸이를 바꿨다. 조리사 하영숙은 동지들과 함께 싸워 일터의 환경을 개선하고 정년까지 버텨냈다. 안마사 최금숙은 손상된 몸을 더 잘 어루만지고자 다른 시각장애인 안마사들과 협동조합에서 더 체계적인 안마 기술을 연구하고, 세신사 조윤주는 잠 쪼개가며 일하는 틈마다 노쇠하고 아픈 몸으로 목욕탕을 찾는 노인들을 은연히 돌봤다. 일러스트레이터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한자리에 붙어 분투하느라 각종 질병을 얻었고, 그 경험 덕에 이제 다른 젊은 여성 창작자들의 건강과 권리에 대해 고민하는 전시기획자가 됐다. 결국, 누구 하나 베테랑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혼자’ 완성해온 이는 없다. 일에 대한 애정과 걸출한 능력, 인내심과 성실함만으로는 ‘베테랑’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 어깨를 겯을 동료, 주변과 일터를 살피는 마음, 관계 맺고 돌보고 함께 고민하는 노력을 더한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일에 맞게 주무르는 동시에 더 나은 일터, 더 나은 노동을 빚어 왔다. 저자의 말마따나, 베테랑은 단순히 시간을 오래 쌓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그 시간을 ‘잘’ 채우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사람이다. 다시 돌아가 각자도생의 시대, 우리가 베테랑이 된 이들의 몸을 살피고 그가 걸어온 시간에 감화받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여기에 있을 테다. 베테랑에 관한 첫 번째 인터뷰였고, 나는 그에게 기술에 관해 물었다. 그는 계속 “하면 되는데” “보면 아는데” 같은 말을 했다. 후에 보니, 기술이 몸에 붙은 사람들이 몸에 붙은 것을 떼어내어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인터뷰가 이어지고 그에게 베테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그는 동료를 챙기고 “우리가 일한다”는 마음을 가지는 이가 베테랑이라 했다. 숙련과 기술을 가벼이 뛰어넘은 답이었다. _40-41쪽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희정
저자 : 희정
기록노동자.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한다. 저서로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다룬 르포집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일하다 죽고 병드는 사회를 기록한 《노동자, 쓰러지다》, 청구성심병원 이정미 노동열사평전 《아름다운 한 생이다》, 성소수자 노동에 대해 다룬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싸우는 사람들과 그에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기, 우리, 함께》, 기록노동 에세이집 《두 번째 글쓰기》, 전자산업 내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를 다룬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일터의 정상성과 노동할 자격을 규정 짓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일할 자격》이 있다. 그외 《밀양을 살다》 《회사가 사라졌다》 《숨을 참다》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등을 함께 썼다.

사진 : 최형락
프리랜서 사진작가. 약 10년간 프레시안 기자로 활동했다. 2020년, 2023년에 온빛사진상을 수상했다. 사진집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사진, 강을 기억하다》를 출간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균형 잡는 몸
세공사 김세모
“저희는 손 떨면 안 되거든요”
인터뷰 후기: 그는 어떤 속도로 일을 해왔나

조리사 하영숙
“배에 힘 딱 주고 들어야지”
인터뷰 후기: 살림은 기획이다

로프공 김영탁
“선수들은 옥상에서 표정이 달라요”
인터뷰 후기: 목숨이 하나임을 제대로 알기까지

어부 박명순·염순애
“몸에 배 가지고 괜찮아요”
인터뷰 후기: 가판 위에서 마음이 복잡했던 것은

2부. 관계 맺는 몸
조산사 김수진
“산모가 출산의 주체가 되도록 이끌죠”
인터뷰 후기: 생명과 존중에 대하여

안마사 최금숙
“내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는구나”
인터뷰 후기: 손상된 몸과 어떤 환상들

마필관리사 성상현
“말을 타려면 가벼워야 해요”
인터뷰 후기: 수단과 관계, 그 사이

세신사 조윤주
“손바닥으로 기운이 전해지잖아요”
인터뷰 후기: 목욕탕이라는 공간

3부. 말하는 몸
수어통역사 장진석
“표정만으로 다른 말이 되는 거죠”
인터뷰 후기: 그 편리와 효율은 누가 정한 걸까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전포롱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인터뷰 후기: “너 좋아하는 일 하잖아”라는 말 뒤에

배우 황은후
“연기하는 대상과 만나기 좋은 터가 되도록”
인터뷰 후기: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이야기

식자공 권용국
“아무거나 줘도 다 합니다”
인터뷰 후기: 그는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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