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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

이순화 저 | 브로콜리숲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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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121730 / 120쪽 / 159g / 125 x 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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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2013년 시 전문잡지인 애지를 통해 등단한 이순화 시인의 첫 작품집이다. 크게 4부로 1부는 간절한 말, 2부 바로 당신이 필요해요, 3부 문고리에 두 귀를 걸어두었네, 4부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는 것들, 로 나누어 총 64편의 시를 담았다. 이 시집은 시집 제목처럼 지나갔지만 지나가지 않는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유년에 대한 기억은 “엄마, 내가 다시 엄마를 젊은 엄마로 낳아줄게요” 같이 자기희생과 타자에 대한 따스한 연민을 담보하고 있다. 성장기에 대한 기억은 불안한 자기정체성에 대한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시편들은 “온전히 다가갈 수 없는 말” 임을 알고 있지만 차마 잊을 수 없는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손톱을 깎듯 잔잔하고 정갈하다. 그러나 그 행위가 나에 대한 기록을 넘어 타자에 대한 사랑으로 전복되어 나타난다.

1. 간절함으로 빚은 기억의 전언

못다 한 말들이 뚝 뚝 떨어지고 있네 /일테면 이별의 예감 같은 말/동시상영 극장 앞
인적 끊어진 미술관 담장 길 따라 낙엽이/침묵에 젖어 흐르고 있네/온전히 다가갈 수도 없는 말/이런 걸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아득하고도 먼 허공을 사이에 두고 /이런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간절한 말」전문

이순화 시인은 간결하고 진정성 있는 어조로 기억과 사랑에 대한 변주곡을 들려주고 있다. 담백하고 순수한 말이야 말로 가장 간절한 말이며 “아득하고도 먼 허공을 사이에 두고”도 들릴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통과의례를 마친 성숙한 여성 자아의 면모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 시 편은 자신의 전 존재에 대한 사랑이며 모성에 대한 헌사일 것이다.

2. 사랑해 사랑해, 주술적 진술

사흘 멀다하고 꽃그늘 잡아 뜯었습니다 손톱을 세워, 사랑해사랑해 노래 불렀죠 사랑은 새떼 따라 멀어져가고 엄마의 주름투성이 거죽 덮어쓴 내가 졸졸 새고 있었죠//사흘 멀다하고 붉은 꽃 따 먹었죠 검은 입술 쓱쓱 문지르며, 나는 야위어 돌아와 돌아와 노래 불렀죠 새떼 쫓아간 아빠는 소식 없고 백일홍 꽃 진 자리 흉터 속에 들어앉아 나는 나방이 되는 꿈 꾸었죠, 꼬물꼬물 산거미가 내리는 저녁이야 엄마! 나는 발 동동 구르며 마흔 지나 스물 지나 통쾌하게 뛰어내려 한 살 애벌레가 되었죠 횃대에 붉은 수탉이 마당으로 달려 나와 내 목덜미 쪼아 댔죠 구구구구 마당을 구르는 천둥소리 저건 아빠 발소리야, 나는 꽃그늘 아래로 꾸물꾸물, 내가 줄줄 새고 있었죠 피, 피, 엄마! 끝 간 데 없이 광활한 이 적막//「덩굴 숲 이야기」부분

꽃그늘을 잡아 뜯고 손톱을 세워가며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랑해 사랑해”다. 몇 번의 뛰어내림으로 벌레가 되는 변신은 결국 엄마를 되돌려 놓으려는 몸부림이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시의 제목에서 보듯 덩굴숲 속에서 자신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지만 “통쾌하게” 뛰어내림으로써 생을 정면으로 마주보려 한다. 시적 진술이 역동적이며 아득해 주술적 성격을 띤다.

3. 생이라는 손톱

이렇게 시작하는 거라고/나는 밤마다 손톱을 깎아요/ 하얀 종이 위에 손톱을 올려놓으면 손톱이 애벌레처럼 고물거리고/새로 태어나는 거라고/ 나는 무릎을 꿇고/오늘 밤 손톱을 마저 깎아요//「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는 것들」부분

이순화 시인은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몸에 배여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은 시와 타자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주체가 우위에 있지 않고 낮고 어려운 곳으로 향한다. 이는 마치 대상을 위무하는 주술사처럼 면모를 보인다. 자신을 깎으면서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는 것들을 소환해 그것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표지그림 모기홍 서양화가

계명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21회 개인전과 300여회 단체전

저자 소개

  • 저자 : 이순화
지은이 : 이순화
경북 상주 출생
계간 시전문지 『애지』로 등단
2017년 현재 『경북일보』에 〈해파랑 길을 걷다〉연재 中  

목차

1. 간절한 말

문득 잠에서 깨어나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게
간절한 말
천공
가을이 돌아오는 늦은 저녁
아픈 사람
모포항
불온한 봄밤
덩굴 숲 이야기
풀꾹새
붉은 발목
저녁이 말을 걸어올 때
갯메꽃
이를 사소한 일이라 하지 않겠다
즐거운 악몽
목련

2. 바로 당신이 필요해요

바로 당신이 필요해요
초파일 기도
폭설
약속한 적 없는 약속
별리 別離
흰 짐승처럼 앓는 밤
사향 장미
오늘의 방문
스물둘
가족
문득
어느 날 당신에게
나를 따라온 나를 위한 첫 줄
해맞이
중이염을 앓다
한가위

3. 문고리에 두 귀를 걸어두겠네

문고리에 두 귀를 걸어두겠네
5월
즐거운 악몽2
눈꺼풀을 자르다
벽 속의 자화상
코너에 몰리다
비를 읽는 나만의 독법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옆구리가 새고 있다
언제나 이래요
모항 母港
죽령
폴라리스 폴라리스
그녀의 가시가 옮겨졌다
어떤 사건 일지
귓속에서 울고 있는 새
가벼운 질문

4.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

내 팔뚝에 날개가 달렸어
도솔사 백일홍
터널
안개 강
시린 발 쑤욱 밀어 넣고 보니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
저문 돌배나무 아래 서면
아마릴리스
포구의 밤
봄
정오의 희망곡
도솔사 가는 길
동생, 이라고 부르면
그날의 소래포구
달밤
아침에 쓴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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