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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 - 푸른사상 소설선 35

채정 저 | 도서출판푸른사상사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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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19341 / 256쪽 / 333g / 146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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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채정의 첫 번째 소설집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에는 5·18민주화운동, 노인 문제, 부부 문제 등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잔인한 운명에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악착같이 견뎌내는 인물들이 있다. 벼랑 끝에 내몰려 있을지라도 끝까지 버텨내고 아픔을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보듬어 한 발 내디딜 힘을 내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적 삶의 모습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는 상처받은 이웃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따스하게 품어냄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성찰하게 한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소설에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다단한 얼굴이 감춰져 있다. 작가가 필명으로 삼은 이름이자 「등고선」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 ‘채정’은 천연 염색과 섬유 조형 작업을 하는 예술인으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생계라는 현실적인 문제의 기로에 서 있다. 아이를 잃은 과거의 상처에 사로잡혀 있던 그녀는 갠지스강으로 떠나 몸과 마음을 씻으며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한편 「엄마의 완장」에서 지역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는 주인공은, 치매 전문 요양원에 입소한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다. 남편이 부재하고, 아버지마저 가출로 집을 나가버린 상황에서 그녀는 가장의 역할을 떠맡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표제작인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의 남성 인물 ‘박’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로,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였던 그는 또 다른 가정폭력 가해자가 되어 아내는 병을 얻어 죽고 두 아들 역시 집을 떠난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온전한 가족이 부재해 있는 것이 특징적인데, 소설 속 인물들은 이러한 결핍되고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고통을 인내하며 삶을 견뎌낸다. 그렇게 발견한 자기 존재 가치의 깨달음이 삶의 여정을 이어가는 데 크나큰 힘이 되어줄 것을 우리는 기대하게 된다. <작품세계> 이제 첫 소설집을 내는 작가 채정의 소설은 평범한 듯 보이는 인물들이 사실은 그 평범함 속에 내장하고 있는 부재와 결핍과 고통을 단단하게 견뎌내면서 마침내 자아, 그리고 세계와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행로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지켜나가려는 인물들의 다짐도 세계와의 불화를 끝내고 싶은 내밀한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야 비로소 온전하게 숨 쉬면서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가 세상을 긍정하고 인간 존재를 따뜻한 심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하나의 태도요 세계관으로 그것 자체로 귀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만 인물의 긍정이 현실을 바꾸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그런 현실을 대하는 인물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화해에 이르는 것은 부재와 결핍 이전의 과거가 현재의 위안이 되는 것으로, 곧 각각의 인물이 부재와 결핍을 가져오게 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아직 꿈꾸거나 만들어내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하여 인물의 사소한 말과 행위라도 필연적인 동기가 주어져야 하고, 독자는 작가가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점도 물론 작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문학은 이러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단정적인 생각은 그 자체로 오류와 폭력일 것이다. 문학은 인간 존재가 그렇듯이 매우 복합적인 데다 제각각의 섬세한 무늬를 지니고 있는 ‘어떤 것’이다. 「등고선」 속 여성 인물 ‘채정’이 그러하듯 작가 채정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우리는 기대하면서 지켜볼 것이다. 인간에 대한 긍정이야말로 문학의 궁극적인 가치며, 늦은 것은 문제가 아니라 늦게까지 쓸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작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 심영의(소설가, 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책속에서> 타는 듯 붉은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맨발에 두건을 쓴 남루한 행색의 사람들이 끝도 없이 어딘가를 향해 몰려갔다. 뭔가에 홀린 듯 걸어 갠지스강에 도착한 그들은 몸을 씻고 북을 치며 죽은 영혼을 보내는 의식을 행했다. 삶과 죽음을 다르다고 생각지 않는 듯, 이승에서 수고했으니 잘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느껴질 뿐 슬픔은 없었다. 인도인과 행색이 별반 다르지 않던 그는 아,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슴속에 슬픔이 매설된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는 걸까? 나윤의 외모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쩍 마른 몸피에 안색은 창백했고 눈빛만 형형했다. 그 모습에 불안해하며 물었다. 정말로 그들은 삶과 죽음을 하나라고 믿는 거냐고, 혹시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의연하려는 필사적인 몸짓이 아니냐고……. 그때 그들이 했던 대답은 뭐였을까? 기억나지 않았다. \t(「등고선」, 24~25쪽) “세상이 참, 지랄 맞죠? 누군 다리병신이 되었는데도 요 모양 요 꼴로 살고, 누군 멀쩡한 사지 육신을 가지고도 유공자에, 보상금에, 호사를 누리니 말입니다.” 호사를 누린다는 김의 말은 과했다. 보상금만 해도 그랬다. 보상금이 지급되었다는 보도에 이름도 모르는 시민단체에서 연락을 취해왔다. 그들은 교묘한 말로 기부를 종용했다. 처음에 망설였지만 몇 개의 단체에 기부하자 외려 홀가분했다. 사실 유공자 혜택도 별거 없었다. 국가가 지정한 병원에서의 치료비 면제와 국립공원 입장료 면제,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영화관 할인, 그리고 몇 번으로 한정된 기차요금 반값 할인 정도였다. 다만 애들 학비를 면제받을 때는 달랐다. 아비로서의 뿌듯함과 오래전의 행동이 옳았다는 우쭐함은 분명 있었다. 유공자 자녀에게 주어진 가산점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박이 지닌 유공자 자격을 김에게 내줄 수도 없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 88~89쪽) “혹시나 했등만 소문이 맞았구만. 사실은…….” ‘김덕진’을 알고 있다고 툭, 내뱉듯이 말했다. 얼마 전에 가족 행사에 갔다가 우연히 사촌 오빠에게 들었다며 둘은 같은 원양어선을 탄다고 했다. 술에 취한 그가 털어놓기를, 젊어서 몹쓸 짓을 했다며 죗값으로 평생 바다 위에서 떠돌다가 죽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했다. 그런 그도 병을 얻어 더는 험한 뱃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그래서 얼마 전에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야글 들어봉게 그치도 불쌍하게 살았드만.” 나는 고흥댁을 향해 눈을 희번덕이듯 뜨며 소리친다. “불쌍하다고? 글믄 나는, 나는 뭐다요? 이렇게 평생을 산 나는 뭐냐고…….” 허물어지듯 탁자에 몸을 부린다. 내 등을 다독이던 고흥댁이 나지막이 말한다. “긍게, 용서해야 벗어난당께? 그랬으믄 진작에 잊어불고 살지 않았것능가.” (「벅수」, 207쪽)

저자 소개

  • 저자 : 채정
저자 : 채정
여수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고 있다. 2021년 「등고선」으로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같은 해 「벅수」로 여수 해양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채정’은 ‘색채의 뜰에서 놀다’라는 의미로 등단작 「등고선」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 의미가 좋아서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등고선
엄마의 완장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
시간을 건너는 법
징검다리가 있는 집
청색 디딤돌
벅수
홀릭

부재와 결핍에서 긍정과 화해로_심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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