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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5646678 / 268쪽 / 399g / 12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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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들어봐》는 출판사 디노북스의 여섯 번째 책이다.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갠’의 단편소설 8편이 실렸으며,
이상 문학상 수상 작가인 소설가 구효서의 발문이 어우러졌다.
《들어봐》는 2022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
22:1의 경쟁률을 뚫고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작품이다.
또한 출간 전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펀딩 시작 30분 만에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하며
일찌감치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소설집이기도 하다.
팬데믹이 상흔처럼 남긴 ‘격리’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어느새 ‘혼자’에 몹시 익숙해졌다.
1인 가구 폭증의 시대답게《들어봐》에는
각자도생으로 살아가는 남녀노소가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집구석이 도무지 편하지 않아 ‘갈 곳이 따로 있길’ 염원하는 터프한 여고생.
조용조용 살다가 지리산으로 훌쩍 떠나버린, 맑은 슬픔을 품은 중년의 여성.
수박밭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문어 떼의 공격을 받고 냅다 튄 청년.
“돈 받고 싶으면 와라, 사흘만 같이 살자!”고 제안하는 새 엄마도 아닌 새 할머니.
그리고 마흔셋에 우울증을 호소하다 야밤에 남의 집 벽장을 뒤진 어느 아빠까지.
소설가 갠이 들려주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알싸한 유머가 깃들어있다.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낯선 골목을, 산자락을, 해변을 거니는 착각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귀를 쫑긋 세우면 이야기 너머로
요요한 바람 소리, 거친 파도 소리마저 들릴 것이다.
물들은 늘 도망을 꿈꾸거나, 도망간다. 글에 죽음이 종종 등장하는 것도 가장 먼 도망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 너머로의 도망이니까. 사무치게 쓸쓸하고 대책 없이 해맑은 도망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을 수 있어 기쁘다. _ 편집 후기 중에서
추천사
구효서 (소설가)
날카로움이라는 말은 날이 있는 칼에서 온 것임에 틀림없다. 흔히 날카롭다는 말을 한자로는 예리(銳利)라고 쓰는데 그 단어를 들여다봐도 금속과 칼이 있다.
예리한 칼. 그것의 용도는 뼈와 살, 씨앗과 과육, 꼬투리와 열매를 감쪽같이 분리하든가 원하는 모양으로 도리거나 다듬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날카로운 칼의 가장 본질적인 쓰임새는 대상을 끊고 발라내고 도려서 칼의 날카로움에 상응하는 날카로움을 빚어낸다는 데 있을 것이다. 갠의 칼이 그렇다.
책 속에서
- 해변의 비스듬한 산비탈에 수박밭이 있어.
- 응.
- 그런데 달밤에 하얀 것들이 바다에서 나와서,
- 무섭니? 무서운 얘기야? 하지 마. 나 공포영화 후유증 심해.
- 하나도 안 무섭고 웃겨.
- 웃겨?
- 웃겨. 들어봐. 희고 동그란 것들이 수박밭으로 올라가서,
- 물에서 나온 하얀 것들이 수박밭으로?
- 그렇다니까. 그게 수박을 하나씩 껴안고
으스러져라 힘을 주니까 수박이 쩍 갈라져 깨졌어.
그것들이 빨간 수박을 맛있게 먹어, 쩝쩝거리며.
- 빨리 말해. 그 하얀 것들이 뭐야?
- 문어.
- 문어? 그 문어? 문어가 수박을?
- 응.
- 바다에서 나와서 수박밭을?
- 그렇다니까. 눈부시게 환한 달밤에 떼 지어서. 실화야.
- 실화 좋아하네. 콱. 문어 대가리는 벌게. 벌겋다고.
- 달빛 속에서는 마냥 하얗대. 진짜래.
유군은 억울했다.
고씨가 직접 봤다고 소상히 얘기해줘 수박밭으로 달려갔더니
정말 수박들이 능지처참당한 듯 법석으로 부서져 있었다.
인간의 주먹도 칼도 아닌 제 삼의 뭔가가 으깨버린 게 분명한
수박들이 붉은 살점을 사방에 흩트린 채
낭자한 피 같은 육즙을 땅에 쏟고 있었다.
- 구라쟁이.
강양이 비웃으며 의자를 찼다.
침 삼키며 열렬히 듣더니 뭘 노려보기까지?
유군은 카페 밖으로 쌩, 나가버리는 강양의 뒷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봤다.
구라였대도 재밌는 얘기 아냐? 밍밍한 타입이네.
릴리가 알겠지
이토록 밝은 날
들어봐
꽃구름 방
작은 코의 집
새
사소한 개소리
노란 꽃
작가의 말
발문_구효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