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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추천사
결국 이 피 튀기는 전쟁의 승자는 시간뿐이다. 주체와 세계의 비대칭 위에서 현실의 세계는 의미를 질식시키는 무의미에 가깝다. “차가운 금속의 난간이 피라냐처럼/손바닥의 축축한 살을 물어뜯고 있었다”는 섬세한 표현에서 보듯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는 힘”으로서의 폭력성과 그 결과인 ‘종말’은 이 세계에 편만하며 심지어는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고 벗어날 수도 없다.(골드버그 장치) “출구 없는 공허”라니(가능한 세계 2) 이 세계는 얼마나 모순적인가. 하루의 끝은 이토록 먼데(고달픈데) 세계의 끝이 언제나 너무나 가까이 있다. 가령 호젓하고 아름다운 바그다드 카페와 (전쟁으로) 불타는 바그다드가 연결되고(바그다드 카페에서), 귀여운 아르마딜로는 야간 기습 공격에 눈을 뜨고 죽은 아르마딜로 부대 병사의 모습과 겹친다. 겹침, 유혈이 낭자한 이 비릿한 인식의 순간을 노춘기는 “곤란한 마주침”이라고 명명한다(곤란한 마주침).
어떻게 곤란한가. 거품에서 태어난 비너스의 탄생 모티프는 욕조 자살자의 모습과 겹치고(비너스의 탄생), 제 심연으로 자맥질하던 잠수부의 광기는 온통 죽음의 공포로 차오르는 병실의 이미지로 바꾸어진다(Le Grand Bleu). 나와 세계의 비대칭은 기억(앎)과 미지의 비대칭이고, 따라서 의미와 무의미의 비대칭이다. 그래서 곤란하고 힘겹지만 그 마주침의 결과로 ‘너’와 ‘당신’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죽음과도 같은 물성의 세계가 ‘나’라는 일인칭의 경험의 세계로 분열 생성되는 응시의 자리에 ‘너/그대/당신’이 있고 ‘얼굴’이 있다. 그래서 이 응시는 내부로부터의 응시이고 언제나 내려다보는 모양을 한다. ‘너’와의 마주침은 섬?하고 유쾌하며 부드럽고 날카롭다. 노춘기의 이번 시집은 그렇게 처절하고 따뜻한 응시의 시집이다. 한 응시의 높은 자리에서 석양에 물든 얼굴처럼 인간과 태양은 같은 색깔의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본다(붉은 얼굴). 이렇게 아프고, 두렵고, 유쾌하며, 처연한 시집,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집이다.
―이현승(시인)
시인의 말
제1부
이 별에서의 오르페우스 11
하쿠나 마타타 12
그것이 나를 본다 14
고래에게 16
우물의 깊이 18
비행운의 뿌리 20
곤란한 마주침 22
스트로크 24
고잉 홈 26
누구나 시간을 멈출 수 있다 28
아직 너의 잎이 푸르다 30
가능한 세계 1 32
제2부
눈의 여왕 35
비너스의 탄생 37
골드버그 장치 39
바람이 불어오는 곳 2 41
타불라 라사 42
독 짓는 밤 44
붉은 얼굴 46
의심이라는 병 48
바그다드 카페에서 50
아르마딜로와 춤을 51
재떨이 54
Le Grand Bleu 56
가능한 세계 2 57
제3부
정글엔 언제나 61
너와 함께 63
바람이 불어오는 곳 1 65
원더랜드에서 66
사냥꾼 일기 1 67
사냥꾼 일기 2 69
사냥꾼 일기 3 71
사냥꾼 일기 4 72
사냥꾼 일기 5 73
사냥꾼 일기 6 74
사냥꾼 일기 7 76
완벽한 시간 78
새들처럼 80
제4부
에우리디케, 별에게 85
여기에도 그것이 86
너는 말한다 88
왼쪽으로 90
밍키 이야기 92
도로시에게 94
국수의 맛 96
꿈에 98
레인보우 이펙트 100
돌아오는 사람 101
불안한 행복 103
버스를 타고 나에게로 2 105
가능한 세계 3 107
해설 이찬 투명성의 모험, 뉘앙스의 미감 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