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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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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호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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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현
- 16,200
- 17,820
- 19,800
- 18,900
출판사 리뷰
애초에 한 방울의 물이었다/ 둥둥 몸을 감싸는 물과 섞이지 않고/ 홀로 자라는 물이었다// 꽉 막힌 방,/ 어둡지만 환한 그곳에서/ 나는 파랗게 움이 트고 있었다// 밀물과 썰물이 찍힌 서해와/ 달의 숨소리가 높은 동해와/ 조릿대 사분대는 대관령을/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바다와 바람의 호흡만으로// 눈 대신 귀가 환하게 열렸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말랑한 뼈가 하나씩 돋았다/ 부드러운 손이 바깥에서 나를 어루만질 때/ 온몸이 따뜻해졌다/ 그때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어디선가 만난 것만 같았다// 아늑하지만 안개 속 같은 방/ 발길질을 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꾹 참고 기다리고 있었다/ 꼭 만나야 했다// 퉁퉁 부은 발을 어루만지며/ 태명을 불러주던 다정한 그 사람을─ 이승애 「둥근 방」 전문 이승애 시인의 「둥근 방」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한 ‘둥근 방’이며, 엄마 뱃속의 ‘태아의 꿈’을 매우 아름답고 뛰어나게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은 “애초에 한 방울의 물이었”고, “둥둥 몸을 감싸는 물과 섞이지 않고/ 홀로 자라는 물이었다.” 양수 속의 물방울이었고, “꽉 막힌 방/ 어둡지만 환한 그곳에서/ 나는 파랗게 움이 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물 속에는 철과 염분과 인과 칼슘과 단백질 등의 모든 물질들이 다 들어 있었고, 나는 이 「둥근 방」에서 “밀물과 썰물이 찍힌 서해와/ 달의 숨소리가 높은 동해와/ 조릿대 사분대는 대관령을/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바다와 바람의 호흡만으로”도 “눈 대신 귀가 환하게 열렸”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말랑한 뼈가 하나씩 돋았”던 것이다. 요컨대 엄마 뱃속의 「둥근 방」은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자 삶의 터전이었고, 산과 바다와 하늘과 땅과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 움직이는 대우주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애초에 한 방울의 물이었지만 홀로 자라는 물이었던 나, 꽉 막힌 방, 어둡지만 환환 그곳에서 파랗게 움이 트고 있었던 나, “밀물과 썰물이 찍힌 서해와/ 달의 숨소리가 높은 동해와/ 조릿대 사분대는 대관령을/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던 나”, “바다와 바람의 호흡만으로/ 눈 대신 귀가 환하게 열”리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말랑한 뼈가 하나씩 돋았”던 나─. 하늘 기둥은 떡잎부터 다르듯이, 시인의 꿈을 꾸고 있는 태아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둥근 방’ 밖을 무한히 살펴보고 성찰할 수 있는 역사 철학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태아의 꿈은 시인의 꿈이고, 시인의 꿈은 새로운 세계를 상징과 은유로 연출해낼 수 있는 「둥근 방」의 꿈이라고 할 수가 있다. 꿈은 꿈을 허위가 아닌 진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을 때 모든 기적이 일어나는 것처럼, “부드러운 손이 바깥에서 나를 어루만질 때/ 온몸이 따뜻해”졌고, “그때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어디선가 만난 것만” 같았던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우연이 아닌 필연의 쳇바퀴를 굴리며 태어나듯이, 엄마와 나는 이처럼 생물학적고도 화학적인 끈으로 이어졌던 것이고, 그 결과, “아늑하지만 안개 속 같은 방/ 발길질을 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꾹 참고 기다리고 있었다/ 꼭 만나야 했다”라는, 참음과 그 의지 하나로, “퉁퉁 부은 발을 어루만지며/ 태명을 불러주던 다정한 그 사람을” 만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시인의 말 5
1부
고요 한 동이, 동그랗게 입을 열다
봄 12
술 익는 소리 13
마른 달빛 15
물의 속도 16
둥근 방 17
목소리 19
여름 편지 21
저녁의 시간 22
허공의 집 23
고갯길 25
비 그친 오후 26
솟는 귀 27
골목의 봄 29
나무의 공식 31
빈 의자 32
2부
발효의 시간 ― 그 기다림 너머
가파도 34
소낙비 35
인연 36
그리운 저녁 38
雨요일 40
어머니, 꽃구경 가요 ─ 청남대 국화축제 41
가뭄 43
오후 44
우두커니 45
루사가 다녀간 뒤 46
수련 47
삼월 48
사람이 온다 49
담벼락 너머 51
뜨거운 무사 52
3부
우린, 아버지의 등에 매달린 어린 봄이었다
당신의 봄 56
내다 팔 봄이 수북하다 58
눈은 벚꽃처럼 내리고 ― 입대한 아들에게 59
개기월식 61
오월 63
발산천 65
하루의 탑 66
말뚝 67
감자꽃이 필 때 68
안부 69
환하다 70
울산역에서 72
언덕길 73
겨울산 아래 74
살구꽃이 왔다 76
4부
절반의 이름, 절반의 노래
절반의 이름 78
장독대에 봄볕이 내려앉고 79
불안한 소리 80
사이 81
시월 82
관계 83
북바위산의 가을 84
우암산 牛巖山 85
카페 벼리 86
항아리 88
흔들리다 89
혼신 渾身 90
춘객 春客 91
결혼 축시 ― 아들 결혼식에 92
설우산 雪雨山 94
해설삶과 시, 그 아름다운 술래잡기 - 이승애의 시세계/ 김진석 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