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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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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외 29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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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성혜령, 임솔아, 장희원, 정기현, 황시운
- 11,700
- 10,800
- 1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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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소설집에는 현실에서 자본을 창출하거나 그것을 분배받을 위치에서 밀려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배명희 작가는 자본의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 속에서 고통과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집회에 동원되는 힘없는 노인들의 모습,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 가난으로 인한 고통,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삶 등 현대인들이 가진 소외감과 공허함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이들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첫 번째 소설 「광장」은 생활전선에서 밀려나 일상을 주체적으로 꾸리지 못하는 노년층의 삶을 다루고 있다. 공원에서 막걸리 한잔 즐기는 것도, 조의금이 없어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70대 노인 박씨. 그와 같은 노인들에게는 참여만 하면 식사도 해결해주고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달아주는 광장 집회에 동원되어 구호를 외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자식조차 따뜻한 손 한 번 잡아주지 않는 게 현실이지만, 한때는 열심히 일해서 “세상을 이만큼 만든” 사람들이다. 가족에게도 소외된 이 노인들은,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통로인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표제작인 「엄마의 정원」은 병원에 장기 입원한 엄마와 간병하는 딸 ‘기화’가 등장한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던 기억으로 인한 상처를 지닌 기화는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기화가 어머니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면서 가슴 깊이 묻어왔던 어린 날의 상처를 직시하게 된다. 이외에도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온 사람의 회상을 펼친 「롤러코스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폭력을 다룬 「페트병」 등도 주목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상에 파고든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단단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출구 없는 삶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몸부림침으로써 틈으로 새어드는 한 줄기 빛을 발견하여 그곳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
이 책에 실린 소설 속 사람들은 외롭다. 가난해서, 친구나 사랑이 부재해, 혹은 비가 내리거나 세상이 두려워.
인간이 안전하고,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 걸어 들어간 제도. 가정, 사회, 그리고 강철로 만든 견고한 담장 안. 경계로 내몰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불안하다.
고독과 달리 외로움은 위안을 받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이 그들을,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사람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고, 타인의 도움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너무 쓸쓸하다.
삶이 그런 것이라 해도, 생명은 능동적이다.
약자에게 자꾸 가혹해지는 세상에서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능력과 역량이 다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약자인 우리 모두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위로가 될지 잘 모르겠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다.
그동안 쓴 글을 세상에 내보내니, 어쩐지 쓸쓸해진다. 이 산이 아닌가? 하고 다른 산을 올랐다는 장군처럼,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싶다.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 또한 쉬이 바뀌지 않는다. 깨진 사금파리가 칼날이 되는 법. 무딘 날로는 아무것도 베지 못할 것이다. 나의 어딘가를 날카롭게 벼려야 할지 찾아봐야겠다. 그것이 부디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추천사
아직도 살아 있는 목숨이 부끄러워 멀리서 훔쳐보던 세상 문을 열고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배명희 작가의 「광장」을 보았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건 우리 문단사에 빛날 작품이야! 훗날 이 작품이 소위 문단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를 나는 구태여 따져 묻지 않겠다. 다만 여전히 문단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면, 운동권이나 좌우 고하를 떠나 그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의 「광장」을 한 번이라도 읽어달라고! \t― 송기원(소설가)
작품 세계
현대소설은 사회 현실에서 횡행하는 모순을 그 현장의 체험자를 내세워 증언하는 데서 뚜렷한 형태를 갖추었으며, 대표적으로 한국 단편소설이 지난 100년 넘도록 그러한 ‘겉과 속의 차이’를 하나의 집약된 상황으로 제시하면서 인물의 심정을 주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왔다. 이제 2020년대, 어쩌면 그 소설마저도 역사의 진화, 자본의 축적, 개인의 성취를 위한 최전선에 있었으나 그 어느 것도 자기 것으로 얻지 못한 이들의 모습을 흔해빠진 양상으로 치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배명희의 소설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긍이 ‘국뽕’으로 자리바꿈하는 동안‘커진 그림자’에 압도된 이들이 결코 소수가 아니며 그 ‘다수’들이 최소한의 자기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된 상태에 놓여 있음을 문학적으로나마 문제 삼지 않으면 안 된다.(중략)
배명희의 소설들은 현실에서 자본을 창출하거나 그것을 분배받거나 할 위치에서 밀려난 인물을 다루고 있다. 그 인물이 처한 출구 없는 삶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구체적 실증이 된다. 그 인물은 그런데, ‘재건축’으로 상징되는 헛된 미래를 향하는 길을 애써 차단하고, 출구 없는 삶 안에 남아 끝까지 몸부림침으로써 얻어낸 틈을 비집어 새로운 출구를 향한 미미한 빛줄기를 찾아낸다. 바닥으로 처진 삶은 이렇게라도 생기를 얻어야 하는 것, 배명희의 2020년대식 리얼리즘 소설의 진정한 가치도 이런 데 있다.
- 박덕규(소설가, 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작가의 말
광장
페트병
노란 가로등
어둠 그 너머
엄마의 정원
재건축
롤러코스터
작품 해설:출구 없는 삶에서 찾은 빛 - 박덕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