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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 : 채영주 중단편 선집

채영주 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06월

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 : 채영주 중단편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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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40349 / 408쪽 / 389g / 130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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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소시민의 위선과 무기력한 초상 절망에 지독하게 침잠해 끝내 마주한 성찰의 실마리 『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는 그의 데뷔작 「노점 사내」를 포함하여 채영주의 첫 소설집 『가면 지우기』(문학과지성사, 1990)의 여섯 편과, 두번째 소설집 『연인에게 생긴 일』(문학동네, 1997)의 네 편이 모였다. 이 작품들은 약 10년에 걸친 채영주 문학 세계의 변화와 함께 그의 작가 의식의 저류를 흐르는 일관된 상상력의 구조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첫 소설집의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병익이 지적했듯 채영주 소설의 특징은 ‘가장 1980년대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정치학도로서의 날카로운 세계 인식을 기반으로 설계된 소설들이기는 하나 당대에 익숙하게 호출되던 민중과 변혁, 혁명을 지향하는 거대담론 대신 집단과 개인의 갈등, 소시민의 이중성, 지식인의 번민 등에 천착한 점이 인상적이다. 책임편집을 맡은 한수영이 해설에서 지적했듯 채영주는 “사람들이 이러한 ‘피안의 설계도’에 혹하는 까닭은, 그만큼 현실 세계가 근본적으로 부당하고 모순으로 가득 찬 곳이기 때문이란 점을 꿰뚫고 있었”고, “현실의 이면과 어두운 곳, 혹은 사각지대를 응시하며 현실의 공간과 피안의 세계의 간극을 오가며 탐색”해나가는 전개 방식은 바로 그가 견지한 창작자적 입장을 반영해낸다. 내게 있어 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너를 지켜보자면 나는 언제나 어수룩하고 무기력한 자신을 대하는 느낌이었고 네가 하는 말들은 마치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처럼 나를 당혹스레 만드는 것들이었다.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러한 기억들은 똑같이 생생한 빛깔로 남아 있다. (「노점 사내」, pp. 50~51) 데뷔작에서부터 꾸준히 나타나는 ‘자기 살해’의 욕망은 이후 채영주의 여러 소설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채영주는 무기력하고 비관적인 자기 일부를 직시하고 이를 제3의 인물로 형상화해 살해하는 방식을 자주 차용하지만, 실은 그마저도 허구인 듯 마무리하며 실제적 행동 자체가 실패함을 암시한다. 팔리지도 않을 물건을 하루 종일 내려놓고 거두기를 반복하는 사내(「노점 사내」), 한겨울 추위 속에 오징어를 팔면서 털코트를 입은 귀부인에게 분노할 줄 모르는 행상 아낙(「가면 지우기」)으로 등장하는 이들은 중심 화자의 서술 속에서 죽였다고 믿어지지만 이후에 진위를 알 수 없도록 처리하는 식이다. 고아원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가출」의 “우리 등에는 단단한 쇠파이프가 하나씩 박혀 있대. [……]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 뿐이야. [……] 어디로도 달아날 수 없는 목마라는 거야”(pp. 240~41)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이 절망은 주어진 운명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숙명처럼 그를 지배한다. 우리가 채영주 문학을 다시 소환하고 그 현재성의 의미를 물어야 하는 이유도 그 절망과 환멸에 있다. 그것은, 마치 자기 살해의 욕망이 자기애의 전도된 발현이듯, 그의 절망과 환멸은 구원과 희망에의 의지의 다른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절망을 통해 우리는 당장의 구원의 가능성을 얻는 대신, 깊은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이 성찰은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 ‘나’의 확장으로서의 우리 사회, 집단, 조직 나아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론적 반성으로까지 연장된다. 한수영(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명쾌한 논리와 적극적 실천이 미덕이던 1980년대를 지나, 이념을 잃고 허무와 방황의 1990년대로 진입했던 한국 현대문학. 그 흐름 속에서 채영주는 한발 앞서 자신을 통렬히 들여다보며 답 없는 절망을 지독하게 밀어붙여보는 작업을 진행한 창작자로서, 문제적 개인으로서 여전히 유의미한 문학사적 자리에 위치해 있다. 그의 중단편 선집을 통해 시대적?사회적 고뇌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냈던 그의 작업을 따라가며 우리도 오늘의 초상을 다시 상상해볼 기회를 얻게 되리라 기대한다. ■ 본문에서 누구를 탓할 생각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건 모두 내 어리석은 실수였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을 북북 찢어버리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대자보에 씌어져 있던 자랑스러운 이름 위에는 붉은 매직으로 가위표가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더 큰 글씨로 변절자라고 적혀 있더군요. (「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 p. 80) 아버지의 초상, 새끼줄로 엮은 둥근 올가미, 황금빛 십자가였다. 나는 자꾸만 손끝이 떨려오는 것을 박영길 씨에게 눈치채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아버지의 초상은 그의 길 위에 드리워진 올가미가 되었을 만큼 처절한 것이었을까. 나머지 두 장 중 한 장의 그림은 열 개의 손가락을 모두 펼친 손을 그린 것이었고 다른 한 장은 커다란 종 속에 쪼그리고 앉은 남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가면 지우기」, p. 141) 나는 불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불을 지른 것은 그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명령했고 나는 그것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들이 내게 돈을 지불하고 내 영혼을 샀기 때문이다. 영혼을 팔아버리고 나는 무척 행복했다. 나는 불몽둥이를 들고 사방으로 휘두르며 춤을 추었다. 그러나 춤을 추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 팔과 다리는 그들의 실타래 끝에 매달린 나무토막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팔다리에 불이 붙고 있다. 팔과 다리가 불타고 있다. (「지난겨울의 불」, pp. 189~90) “그러지 말아요. 그건 그 아이의 책임이 아니에요.” 이모는 주춤하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형국이가 광주형제원으로 들어온 것은 80년 5월이었대요. 이 애는 어느 젊은 부부의 시체 사이에서 젖가슴에 흐르는 피를 핥고 있었구요. 그때 이 애 나이가 만 네 살이었으니 충격이 어지간했겠어요.” (「상처」, p. 266) “네, 시간의 단절을요. 어느 순간 그 사물이 움직여져 있기를 기대하는 거예요. 아주 조금이라도…… 그럼 우린 그 순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간의 정지가 있었음을 알 수 있잖아요. 그 정지와는 무관한 누군가가 와서 주변의 물건들을 흩뜨렸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가는 거죠. 하지만 이따금 원상태로의 복원은 아주 완전하지는 못해서 약간의 흔적이 남겨지는 거예요.” (「담배와 포도주」, p. 365)

저자 소개

  • 저자 : 채영주
저자 : 채영주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정치학과를 졸업하였고, 1988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노점 사내」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장편소설 『담장과 포도넝쿨』 『시간 속의 도적』 『웃음』 『목마들의 언덕』 『크레파스』 『무슨 상관이에요』와 소설집 『가면 지우기』 『연인에게 생긴 일』, 무협지 『무위록』, 동화 『비밀의 동굴』, 유고집 『바이올린맨』 등이 있다. 2002년 6월 지병의 악화로 타계하였다.

편집 : 김형중
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은 책으로 『켄타우로스의 비평』 『변장한 유토피아』 『단 한 권의 책』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후르비네크의 혀』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무서운 극장』 등이 있다.

편집 : 한수영
문학평론가, 연세대학교 글로벌창의융합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은 책으로 『문학과 현실의 변증법』 『소설과 일상성』 『한국 현대비평의 이념과 성격』 『친일문학의 재인식』 『사상과 성찰』 『전후문학을 다시 읽는다』 『정치적 인간과 성적 인간』 등이 있다.

목차

노점 사내
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
가면 지우기
지난겨울의 불
가출
상처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나이
겨울 소묘
담배와 포도주
족자카르타의 베착

해설 채영주 중단편 전집에 관한 짧은 보고 · 한수영
채영주 20주기 기념 선집 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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