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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526579 / 232쪽 / 302g /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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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이 「수몰」은 패망을 겪는 이들의 변화와 추이가 어느 정도 지루함 아닌 지루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치장의 바닥 면적과 철창’, ‘미친 네로 황제와 나의 것’과 ‘수몰’이라는 뒷부분을 잘 읽어도 내용의 전말과 테마를 유추해 볼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을 신경 써서 읽으시면 좋겠다. 책 속에서 동변이란 T시를 중심으로 해서 동쪽 가장자리의 마을이라 해서 예로부터 붙여진 이름이었다. 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역시 예로부터 붙여진 서변이라는 것도 있었다. 동변은 면의 면적만한, 강과 산을 따라 비교적 길쭉한 땅이었다. 그들은 강을 건너서 강둑의 초입인 동변 입구에 내렸다. 강둑은 멀도록 뻗혀져 있었다. 그리고 강둑을 접하여 국도인 비포장도로가 뻗혀져 있었다. 강둑에 접하여 있는 가옥은 없이 강둑과 도로는 멀도록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국도의 왼쪽(북서쪽)에는 사과 과수원이 넓고도 길게 이어져 있었다. 향우는 손수레를 밀고 나가면서 상류는 대지주이고, 중상류는 소지주와 연사 공장 사장들이고, 상점을 차린 향우네는 중류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운동량이 많아서인지 피라미 튀김을 배불리 먹었어도 벌써 배가 꺼진 듯했다. 아직 벌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향우는 동변은 배고프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고장이며, 향기 좋고 눈에 아름답게 다가오는 꽃의 고장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서울에 있을 때 중하류였던 그의 가정이 중류로 수직 상승한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성희는 이성으로서 향우를 얼마간 좋아한다는 자각 증세를 느끼게 되었다. 그녀의 향우에 대한 장난이 진실의 애정으로 바뀌어 버렸음을 그녀는 스스로 놀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향우의 조숙함과 깔끔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향우의 얼굴보다 목소리를 아주 좋아했다. 그녀는 향우가 성희의 여성임으로 인한 미분화적인 일종의 육체적 매력을 느끼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4월 어느 일요일 경성과 향우는 강둑을 걸으면서 지금까지 팔린 토지를 살펴보았다. 입선 1^2동에서 검상 1^2^3동을 거쳐 반촌 1^2동까지 국도변을 따라 새로운 단층집들이 길다랗고 넓게 땅을 차지하고 있었다. 4월이었지만 진동하던 사과꽃 향기는 지상에서 떠나고 없었다. 벌써부터 통통배가 뜨지 않는 강물은 얼마간 푸르름을 잃고 있었다. 동변의 봄은 푸르름과 향기를 잃고 있었다. 향우는 11년 전 동변에 처음 왔을 때를 회고해 보았다. 입선동 다리 초입 부근에서 둑과 국도를 바라보았을 때, 너울거리던 아지랑이와 진동하던 사과꽃 향기는 이제 가슴 안에서 빛바랜 사진으로 변하여 사라져 가고 있었다. 매정한 시간 자체가 덧없었다. 그들은 일어섰다. 10월의 낙엽이 낙하하여 바람에 쫓겨 맨땅바닥에 살이 긁히는 아픔으로 신음하는 소리를 냈다. 창호는 저녁에 집에서 출발하여 열차를 탔다. 입석이었다. 저녁 식사 때 또 마신 술에 의하여 몹시 취해 있었다. 그는 객실 안에서 더위를 느끼고 승강구로 나왔다. 내려와서 마지막 계단에 섰다. 그는 소슬한 바람을 들이키며 생각에 빠졌다. 내일부터 또 문제아에 대한 뒤치다꺼리를 하며 보내야 한다. 사회나 집안이나 모두 괴상망측한 모습으로 돌고 있다. 젊음을 보낸다는 게 그다지 재미가 없다. 몸을 바쳐 도전할 만한 것이 없다. 바람이 시원하다. 승강구에 몰리는 바람을 베고 잠들고 싶다. 그는 손잡이에서 손을 놓고 계단에 앉으려 했다. 손을 놓아도 똑바로 서 있을만한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기에는 음주량이 너무 많았다. 그는 바람을 맞으며 비틀거렸다. 실족했다. 추락했다. 그의 몸은 휠에 휘감겼다. 입선1동에 가까운 강둑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경성의 이층집 잔해는 아무리 눈으로 뒤져보아도 찾을 길이 없었다. 몇 해 전 ‘얼음 창고’ 낚시터에서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떠올랐다. 특히 ‘나는 병들어 버렸다. 내 인생 끝까지 파출소 유치장 안의 몸부림이 되어 버릴 것이다’였다. 그는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탁 트인 해방감을 맛보았으리라. ‘능금꽃’ 회원 중에서도 그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무상이다. 그는 욕망의 덩어리다. 욕망은 무상의 감정을 강화시킨다. 욕망은 환상과 낭만을 통하여 번성과 영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자연(자연 법칙)은 지속적인 번성과 영화의 추구를 좌절시킨다. 남는 것은 무상뿐이고 품었던 욕망은 무상을 강화시킬 뿐이다. 차라리 무욕은 무상을 만들지 아니한다. 무욕은 번성과 영화를 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달빛 아래 회색 같기도 한 검정색의 재를 바라보았다. 한 세대의 번성과 영화가 끝나고 또 한 세대가 종언을 준비하고 있다.
작가의 말
동변의 사과밭과 강물 / 10
무서운 아이들 / 15
금호강 / 35
전성기를 준비하는 과수원들 / 43
태풍 / 50
뇌염 경보 / 53
결혼식, 그리고 첫사랑 / 61
전성기 전반기에 들어선 과수원 / 72
최절정기를 맞는 과수원들 / 78
과수원의 전성기의 후반부에서의 일들 / 82
쇠퇴기의 일들 / 111
쇠퇴기 과수원들의 재산 변동 상태 / 135
그 후의 재산 상태의 변동 추이 / 147
몰락의 길, 그리고 그 도정에 있던 일들 / 150
종말과 삭막한 죽음들 / 197
유치장의 바닥 면적과 철창 / 210
미친 네로 황제와 나의 것 / 222
수몰 / 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