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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남의 영화읽기

한후남 저 | 도서출판황금알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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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150164 / 192쪽 / 250g /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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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한(恨)의 소리, 서편제 문학계의 거성 이청준 소설가가 타계했다. 〈서편제〉는 이청준의 연작소설 『남도사람들』 5편 중, 일부만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리고 배후에 많은 일화를 간직한 영화이다. 영화배우 오정혜를 발굴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고 업신여기던 우리의 소리에 가치를 부여할 계기가 된 영화이다. 또한 제작자 이태원과 임권택 감독에게는 인생의 크나큰 전환점이 되었던 영화이다. 임권택 감독은 ‘병신춤’의 대가 공옥진의 소리와 춤을 접하고 가슴 깊은 곳을 정통으로 맞은 듯 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판소리는 그의 안에서 뿌리내려 ‘서편제’가 되고 ‘춘향뎐’이 되었던 것이다. 서편제는 고졸(古拙)하고 소박한 동편제의 전통적 창법에서 탈피해 가공과 수식으로 소리를 만드는 후천적 기법의 소리로 광주, 나주, 보성 등 주로 섬진강 서쪽 지방에서 불린다. 돌을 갓 넘긴 사내아이가 뙤약볕이 내리쬐는 콩밭 머리에서 탯줄을 길게 늘어뜨린 듯 광목 끈에 묶여 흙을 파먹고 있다. 김을 매고 있는 젊디젊은 어미는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홀려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머리 위의 해는 이글거리고 흙투성이가 된 어린아이는 이미 고달프고 한 많은 인생살이에 한발을 빠뜨리고 있다. 잔칫집에서 구성진 가락을 뽑아 올리던 소리꾼 사내는 달빛이 교교한 밤, 청상과부의 방에 달빛 타고 스며들어 돌배기 아들 앞에서 뜨거운 몸뚱이를 섞고 만다. 여인과는 길지 않은 인연인가 아이를 낳다가 여인은 죽고 어린 남매 둘을 데리고 사내는 불타는 단풍잎을 즈려밟으며 소리 여행을 시작한다. 사내는 소리가 시원찮은 아들에게는 북채를 잡히고 어린 딸에게는 소리를 가르치려 무던히도 애쓴다. “서편소리는 사람의 가슴을 칼로 저미는 것처럼 한이 사무쳐야 하는데 네 소리는 예쁘기만 하지 한이 없어.” “밀고, 달고, 맺고, 푸는 북장단의 추임새로 길을 안내하듯 소리를 이끌려면 장판지가 절듯이 몸뚱이 속에 북가락이 절어야 한다.” 사내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소리를 구현하고자 남매를 혹독하게 휘몰아친다. 이미 장거리에서는 약장사와 서커스단이 아코디언과 트럼펫 소리로 구경꾼들을 몰아가고 소외된 소리꾼 사내와 남매는 연명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소리꾼 목구멍이 갈보년 밑구멍보다도 못한 세상!” 사내는 절망하여 술에 절어 남매를 더욱더 학대한다. 아비의 술주정에 지친 아들은 ‘소리하면 쌀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이놈의 광대 노릇 때려치우면 그만 아냐’고 사내의 매를 피해 가족 곁을 떠난다. 둘만 남은 부녀는 다 허물어져 가는 폐가 한 귀퉁이에 기거하며 악착같이 소리에 매진한다. 그러나 오라비를 떠나보낸 딸이 시름에 빠져 소리를 놓자 사내는 한약을 달여 먹이고, 한약재 부자(附子)를 많이 먹으면 눈이 멀게 되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자, 비정한 아비가 되고 만다. 보약인 줄 알고 먹은 약기운이 번져 점점 시야가 흐려오자 딸은 체념한 듯 읊조린다. “전 이제, 하늘도 달도 별도 노을도 못 보게 되나요?” 핏빛 노을을 등지고 언덕에 서 있는 소녀의 처연한 모습 위로 유장하고 창연한 진양조 가락이 휘감아 돌고 있다. 죽은 눈빛이 목청으로 살아났던지 딸아이의 소리는 윤택해지고 이제 목이 트인 듯하다. 구불구불한 초가지붕을 끼고 터져 나온 심청가 가락이 애처롭게 매달린 선홍빛 감 가지에 피를 쏟듯 매달린다. “통성을 쓰지 말고 코를 울려 가성을 써라. 상성을 지를 때는 창이라도 찌를 듯 힘차게 내질러라, 아님 넋두리, 흥타령이 된다.” 한 젊은 사내가 고을마다 돌며 소리하는 여인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비로소 소리재 주막에 와서야 애타게 찾던 누이를 발견한 것 같았다. 사내가 떠날 때, 아버지가 지긋지긋하지 않나 물었었다. 누이의 ‘난 소리가 좋아, 소리를 하면 만사 다 잊을 수 있거든’ 그 말을 회상하며 사내는 북채를 잡고 장님 여인과 마주 앉았다. 여인의 소리에는 점점 더 힘이 태이고 이마와 콧잔등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리고……” 여인의 머릿속으로 피울음 같은 세월이 스쳐 지나간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백설이 휘날리며 구성진 가락은 세월을 잘도 떠밀고 지나갔다. 남매는 서로에 대해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라비가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제 소리가 저 사람의 북장단을 만났을 때, 진즉 알아봤지요.” 하고 실토한다. 장님 여인을 10년이나 품어줬던 주막 사내는 여인을 보내며 피 같은 절규를 뿜어낸다. “한이라는 건, 누구한테 받아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녀, 긴긴 세월, 먼지처럼 쌓이는 것이라네…….”

저자 소개

  • 저자 : 한후남
저자 : 한후남
·1952년 강원도 강릉 출생
·경기여고, 이화여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
·『경남문학』 등단, 『수필문학』 천료
·남명문학 신인상
·경남불교 문화상(문학 부문) 수상
·경남문학 우수작품집상 수상
·수필집 『시간의 켜』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수필집 『꽃도둑』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영화에세이 『후남의 영화읽기』
·경남문협 부회장 역임
·경남여류문학 회장 역임
·창원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강사
·창원 YWCA 수필창작 강사
·창원도서관 『도서관보』 편집
·창원 성주사 월간 『곰절』 편집장 역임

목차

한(恨)의 소리, 서편제·10
핏줄·15
포화 속에 꽃피운 우정·22
천사가 선택한 남루한 인간의 삶·30
찰리의 선택·36
죽음의 향연·42
정(情)의 심장부, 중앙역·46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른 예술혼·54
일탈, 바그다드 카페·62
인류의 정수리, 티베트·67
이글거리는 욕망의 덩어리·73
의사와 과학자의 차이는?·80
욕망의 사계·86
완전한 평등, 성(性)·94
영혼이 푸른 시인, 마리오·100
현대인의 시린 삶·108
영혼의 집을 짓는 목수·114
영원한 자유인, 랭보·120
야성(野性)의 순례·126
생명(生命), 그 무한한 존엄성·130
사랑의 방정식·138
빛을 먹고 여무는 사춘기·143
비밀과 거짓말·150
홀로 빛나는 별은 없다·157
느꺼운 정을 가르친 선생, 김봉두·162
꿈을 따는 아이들·170
긴 하루, 짧은 생애·177
가족의 힘·181
생생한 삶·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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