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91158543891 / 208쪽 / 270g / 145 x 21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김이나
-
도미닉 페트먼, 유진 새커
-
수전 손택
-
갱여운
- 16,200
- 27,000
- 19,800
- 16,920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대홍수로 인간이 멸망하기에 이르렀을 때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 퓌라가 돌을 뒤로 던져 인간을 다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들은 어머니의 뼈를 뒤로 던지라는 신탁을 받고 어머니란 대지이고, 대지의 뼈란 바로 돌이라고 풀이하여 신탁을 올바로 수행할 수 있었다. 인간은 원래 대지의 뼈인 돌이었다. 돌은 결국 부서져 흙이 되므로 인간이 흙으로 빚어졌다는 신화적 상상력과 다르지 않다. 그리하여 돌. 돌고 돈다. 아득한 물과 불의 시간대를. -p. 15, 1부 ‘돌’ 중에서 기차든, 배든, 비행기든 모든 탈것, 이곳을 떠나 저곳으로 움직여 가는 것들을 보면 무언가 설레고, 아련하고, 두근거린다. 아마 아득한 미지의 곳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 아이 머리를 잡고 높이 들어 올리는 것을 ‘서울 구경’이라고 했다. “서울 구우경” 하면서 들어 올려지면 그게 재미있어서 자꾸 해달라고 보챘다. 당시엔 서울 한 번 가는 게 퍽 대단한 일이었고 거의 평생의 소원이었으니, 아마 아이를 들어 올리던 어른도 가슴 한편엔 서울에 가보고 싶다는 일말의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p. 20~21, 1부 ‘비행기’ 중에서 며칠 전,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서 있으니 건너편 담장 위로 하얀 것들이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벌써 버드나무 솜털이 날리는 때인가 하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비눗방울이었다.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열심히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는데, 요즘은 비눗방울도 어찌나 성능이 좋은지 하얗게, 투명하게 반짝거리며 터지지도 않고 오래오래 떠다녔다. 그 비눗방울을 보고 순간 버드나무 솜털인 줄 알고, 이어 우리 마을 신작로에 있던 버드나무 가로수를 생각해 내다니, 가로수는 베어졌지만, 그 뿌리는 마음 깊숙이 뻗어 나이가 들수록 그리워진다. -p. 71~72, 2부 ‘가로수’ 중에서 나중에 논밭을 팔게 되자 엄마는 심심하다고 집 근처 공터를 빌려 밭을 일구셨다. 그리고 여전히 콩을 심었다. 이젠 메주콩 대신 서리태, 동부, 팥, 녹두 등 여러 종류를 조금씩 심었다. 물론 강낭콩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걸 잘 말려 페트병에 담아 두고 내가 친정에 갈 때마다 “밥에 두어 먹어. 나중에 또 줄게.” 하며 두세 통씩 싸주셨다. 엄마가 준 콩으로 밥을 지어주면 “또 콩밥이야?” 아이들은 구시렁대고 “콩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 나는 어릴 때의 우리 엄마가 되고. -p. 83~84, 2부 ‘콩’ 중에서 아파트에 살면서 시래기를 엮지도, 장작을 패지도 않는 지금은 무엇을 갈무리해야 할까.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란 그림책엔 겨울을 위해 옥수수와 나무 열매를 모으는 친구들과 달리,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는 프레드릭이란 생쥐가 나온다. 프레드릭은 긴 겨울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쥐들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프레드릭이 마지막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는 때도 십일월일 것이다. 긴긴 이야기를 준비하며 겨울이 오기 전 한 해를 갈무리하는 달, 바로 십일월이다. -p. 87~88, 2부 ‘십일월’ 중에서 주변을 감싸듯 흐르는 가을 물소리 같은 서늘한 명징함.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선 느티나무가 주는 견결함. 가을 운흥사지는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드물고 굳고 정하다는 갈매나무처럼 외롭고 높고 쓸쓸하다. ‘운흥’은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남이니 사부대중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중흥의 의미이겠다. 하지만 생生과 회會가 있으면 멸滅과 산散도 있는 법. 서산대사도 삶과 죽음을 구름이 일어나고 스러짐에 빗대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p. 94, 2부 ‘운홍사지에서’ 중에서 우물 하면 큰언니의 어릴 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엄마가 깊이 잠든 큰언니를 두고 작은언니를 업고 밭일을 갔을 때 잠에서 설핏 깨어난 큰언니가 엄마를 찾아 밖에 나왔다가 그만 우물 근처에서 다시 잠든 이야기. 일손이 바빠 다들 들에 나가 있어서 사위가 고요한 때, 승환이 아버지 말에 의하면 마침 밭일이 끝나 소를 앞세우고 오는데 소가 우뚝 멈춰 서더니 아무리 이랴, 이랴, 해도 가질 않아서 이상히 여겨 앞에 가보니 조그만 어린애가 잠들어 있더란다. 어린 시절 그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는데, 이야기는 항상 소가 영물이지, 영물, 하며 소에 대한 찬양으로 끝나곤 했다. -p. 106~107, 2부 ‘우물’ 중에서 어린 시절 오빠들은 뒷산에서 작은 알들을 주워 와 짚 검불을 깐 상자 안에 넣고 헝겊을 덮은 다음 아랫목 이불 밑에 두었다. 나는 어떤 새가 깨어날지 안달하며 몰래몰래 들여다보곤 했다. 가만히 만져보면 아랫목에 데워져 미지근한 알들이 팔딱팔딱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매끄럽거나 거칠거칠하거나, 단단하거나 바스러질 듯 말랑한 느낌이 들던, 하얀색, 연한 하늘색의, 혹은 갈색 점들이 찍힌 작은 알들. 그 알들에서 깨어날 작고 어린 새. 한 번도 부화에 성공한 적은 없지만, 그때의 두근거림은 하도 강렬하여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p. 140, 3부 ‘어떤 기다림’ 중에서 동물과 식물의 경계에 갇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엉거주춤함이 우리의 안정적인 모습일까. 아, 결국 공짜 점심은 없다. 설령 약간의 먹을 것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부단히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면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 하물며 먹을 것을 오로지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현재 인간임에랴. 나도 이제 몸을 일으키고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 -p. 158, 3부 ‘우리도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중에서 양옥으로 바뀌기 전, 옛집에는 골방이 있었다. 큰오빠가 사용하는 사랑방에 딸린 작은 방인데, 거기엔 큰오빠의 책장이 있어서 일종의 서재 같은 역할을 했다. 주로 한국 대표 단편선, 게오르규의 『25시』 같은 소설들. 김소운의 『목근통신』 같은 수필들, 각종 문고본 등 문학 작품들이 꽂혀있었는데, 거기에서 내가 발견한 것이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다. 오빠가 고등학생이었으니 내가 초등학교 삼사 학년 무렵의 일이다. 그즈음 나는 학급문고에 비치된 계몽사판 세계명작동화에 빠져서 종종 밥 먹는 것도 잊고 정신없이 읽는 중이었다. 책이란 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 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골방의 책장에 꽂힌 오빠 책들을 훑어보다가 두꺼운 표지에 세로로 인쇄된 작은 책을 발견하고 컴컴한 골방에 앉아 그 책을 다 읽었다. -p. 181, 4부 ‘진달래꽃과 시인 기질과’ 중에서 장롱 안에서 장롱 밖을 보거나 장롱 밖에서 장롱 안을 보거나, 틈으로 바라본 세상은 낯설고 놀랍다. 그 놀라움을 위해 우리는 창호에 구멍을 내고 내다보거나 들여다본다. 벽틈에 얼굴을 들이대고 바늘구멍 사진기에 눈을 맞춘다. 사진기에 맺힌 상은 전도되어 있다. 그리고 초승달. 마치 하늘에서 우리를 엿보기 위해 낸 좁은 틈새 같은 달. 틈은 우리를 관음의 세계로 이끈다. 좁은 틈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더 자세히, 더 골똘히 보아야 한다. 머리를 아래로 하고 거꾸로 보거나, 이편에서 저편을, 저편에서 이편을 엿보다 일어나는 낯섦과 매혹. 시에 대한 요즘 생각이다. -p. 207, 4부 ‘엿보기, 거꾸로 보기’ 중에서
돌 / 두 영화 / 비행기 / 의자 / 사전 / 열하일기를 다시 읽으며 / 기게스의 반지 / 해삼위 / 사과꽃 / 수집에 대하여 / 레 미제라블 편력기 / 나이 듦 / 윤독의 즐거움
2부. 십일월
가로수 / 나의 백일장 / 눈 / 콩 / 십일월 / 달력 / 운흥사지에서 / 한 그루 과일나무를 심을 수 있다면 / 화초장 / 우물 / 내가 만난 바다 / 변두리
3부.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손수건 / 무서운 이야기 / 고양이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어떤 기다림 / 대공원의 봄 / 이삭 줍는 사람들 / 빨래 / 우리도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 복숭아 / 새벽 / 마스크
4부. 진달래꽃과 시인 기질과
뒤란과 여적, 그 아늑하고 아득한 / 진달래꽃과 시인 기질과 / 저녁의 뒷면 / 중고와 숭고 / 붉은 등처럼 진달래꽃이 / 온몸으로 온 힘을 다해 / 엿보기, 거꾸로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