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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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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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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수수밭에서 해가 지고 해가 떴다. 수숫잎을 흔들어대는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면 광활한 수수밭은 처연하게 일렁거리며 수숫잎이 저희끼리 서로 스치며 와슬랑와슬랑 스산한 소리를 내었다. 혜린은 눈부신 수수밭에 아슴아슴하게 빠져들었다. 마치 붉은 수수밭처럼 약동하는 미래를 꿈꾸게 하여 어린 영혼은 그만큼 찬란한 공상에 잠기게 했다.
\"아버지는 와키자시에 눈길을 주며 말했지. 조센징의 딸과 결혼하느니, 네 손으로 배를 갈라라!\"
\"어쩜 두 분의 아버지가 칼로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까요. 우리 아버진, 조선의 원수 아들과 사랑하느니!
차라리 조국과 가문의 명예를 위해 은장도로 자결하여라. 하시며 은장도를 던졌어요.\"
\"빨간색에 노랑을 섞어도 빨강이다, 말립니다. 붉은 혁명사상에 노랑 자본주의 사상을 아무리 주입해도 붉은 혁명사상은 영원하기요.\"
모두 합창했다.
\"북으로 가자!\"
현재, 미래, 과거의 공간과 시간을 가로지르는 가족 이야기
삼 남매는 행방불명된 아버지 소식을 66년 만에 듣고 혼란에 빠진다. 태어난 지 6개월도 안 되어 아버지와 생이별한 주인공은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그녀는 “아버지 때문에 결혼도 포기했는데.”라며 절규한다. 인간이 빚은 역사의 시간에도 자연의 시간은 무심히 지나간다. 인간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에서 보면 티끌만큼 작은 존재인가? 하지만 역사의 시간은 숭고하고 진실하다. 그녀는 아버지의 숭고한 역사의 시간을 대면하고자 한다. 지금 아버지를 만난다면 영화 인스텔라의 부녀처럼 나이가 뒤바뀐 채 만날 것이다. 우리는 3차원의 세계에 구속된 존재다. 현재, 미래, 과거의 공간과 시간이 있다. 시간이란 계속 변화하는 환상이다. “요렇게 예쁜 마리가 자라면 대문 밖 고추나무까지 베어버려, 마리를 짝사랑한 총각이 목매달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적은 없었지만, 어머니가 들려준 이 말 하나로 아버지와 살을 맞댄 듯 살가운 정을 느끼며 아버지를 찾아 과거의 시간 통로를 따라간다.
그녀는 다른 아버지를 섬겼다.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몽상적인 육의 아버지가 아니라 전지전능한 현실적 아버지를 붙좇았다. 정체성! 그녀는 정체성에 대해 묵상하다가 얼마 전에 익사한 오리가 생각났다. 토요일 오후 그녀는 정애 할머니 옆에 앉아 개울에서 빨래를 점벙대며 빨고 있었다. 그때 죽은 오리 한 마리가 물 위에 둥둥 떠다녔다. 그녀는 오리도 익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오리가 부지런히 방수 기름을 바르지 않으면 물에 빠져 죽는다는 정애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 자신도 정체성을 자각하지 않으면 죄에 빠질 수 있다는, 오리가 주는 깨우침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배신으로 고통과 슬픔의 감정을 누르며 어머니의 죄마저 용서하고, 어머니의 죄로 드러난 딸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고통이 슬며시 마음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듯했다. 사랑은 용서와 함께 싹트는 것일까? 그녀는 아버지와 올바른 관계가 회복되었다는 반가움에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가장 기적적인 인연은 가족이 아닐까? 70세를 훌쩍 넘긴 오빠와 언니는 유전인자로 동생의 출생 비밀이 들통나도 개의치 않고 보듬어 안았다. 삼 남매는 남북으로 갈라놓은 선을 넘어 북에 있는 아버지의 또 다른 가족을 만나러 간다. 아. 모든 것은 사랑이다.
아버지 소식
마르크시즘의 꿈과 용서 못 할 부르주아
최혜린과 붉은 수수밭, 그리고 마적
남만주철도 주식회사와 소스케
폭격 속의 여인
아시아 열차와 당고모의 사랑 이야기
삼 남매
무성영화 “똘똘이의 모험”
중공군과 승덕 (와키자시와 은장도)
거제 포로수용소와 똥간
용제의 죽음과 마리의 교통사고
용호의 첫사랑
부정선거와 신원조회
김마리
배롱나무의 꽃처럼 화사한 죽음
손잡고 선을 넘어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