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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강덕심 시인의 시집을 관통하는 공통 화소(話素)는 식물 이미지이며 그중에서도 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꽃을 통해서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과 마주치게 된다. 즉, ‘꽃’은 피고 지는 것으로 생명의 원리를, 꽃씨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으로 사랑의 원리를, 탄생과 소멸로 고독과 존재의 원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꽃은 자연 속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표상이며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의 객관적 상관물이 된다. 식물은 땅에서 수액을 끌어올려 생명의 원천을 만들어내며 그 주변에는 항상 흙, 바람, 햇살, 비처럼 생명력 넘치는 자연물로 가득하다. 이는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과 다름없다. 강덕심 시인의 시에서 상상력의 중심이 되는 꽃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다. 시인은 식물이 지닌 생명력과 교감함으로써 일상적 삶에 갇힌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통찰을 얻고 있다. 번지 없는 산기슭에 피었지 풀 비린내 사그라드는 공간을 새파란 잎으로 수놓는 구절초 실뿌리가 밀어 올린 가느다란 몸 세워 암술에 하늘빛 살며시 얹고 꽃잎 터트려 멀리까지 번지는 웃음 가을 하늘은 더욱 높아져서 양떼구름 밟으며 걷는데 늦게 온 편지처럼 몇 송이 꽃의 사연 -?구절초? 전문 이 작품은 구절초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형상화하였다. 구절초는 “번지 없는 산기슭”의 “풀 비린내 사그라드는 공간”에 피면서도 왜 자신이 여기에서 태어났는지를 탓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새파란 잎으로 수”놓는다. “가느다란 몸 세워/ 암술에 하늘빛 살며시 얹고/ 꽃잎 터트”리는 것이다. “멀리까지 번지는 웃음”은 청각을 시각화한 공감각적 이미지인데 이를 통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형상화한다. 이렇게 ‘구절초’는 심미적 완상의 대상이 아니라 화자의 삶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감각적 대상물로 발현한다. 화자는 이러한 인식 속에서 더욱 높아지는 가을 하늘을 보며 “양떼구름 밟으며” 걷는다. 그리고 우리네 삶도 “늦게 온 편지처럼” 반가워지리라는 통찰에까지 이른다. <책속에서> 1부_4월이 몸을 푼다 봄비 1 꽁꽁 동여맨 겨울 편지를 보내고 새 소식을 받으려고 입춘이 뛰어가더니 살며시 봄비 내려놓는다 마른 흙의 입술이 촉촉해지고 여린 싹들의 연초록 볼이 도톰해진다 야윈 저수지에도 속살이 차오르는 봄비 창문에 기대어 차 한 잔 마시는데 마른 잎에 타시락대는 소리가 상큼하다 봄비 그치면 새잎 몇 장 걸쳐 입고 붉은 꽃, 노란 꽃, 흰 꽃, 흐드러지게 피어나겠지 겨우내 얼어붙은 내 가슴에도 파릇파릇한 전류가 흐를 거야 폐교에서 운동장을 누비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맑고 청아한 소리, 반짝이는 눈동자 아이들의 발길이 끊어진 운동장 하품하는 봄 햇살만 하릴없이 피어난 꽃을 배불리 먹고 있다 귀퉁이가 깨진 유리창에 파란 하늘은 아직 그대로인데 연필심에 침 발라 꾹꾹 눌러쓰던 아이들 이 낡고 삐걱이는 복도도 한때는 양초 칠한 추억들이 아이들 웃음과 함께 미끄러졌었지 운동장 가로질러 가는 바람에 비닐봉지가 자꾸 날아가다 뒤집힌다 거북선도 함성도 없는 이순신 장군 동상에 옆으로 무성한 풀꽃들과 나비 몇 마리 흩날리다가 사라진다 첫사랑 어쩌다 습관처럼 찾아온 기억을 하나하나 꽃잎처럼 뜯어 버리기도 했고 뭉게구름에 너의 이름 써서 쓸쓸해진 기억을 발송한 적도 있었지 그래도 너는 벚나무 키만 한 높이에서 찾아와 내게 허공을 마름질하던 그 봄날을 들려주었고 꽃망울 피워 휘파람새를 불렀지 나는 또 그리움에 별빛 헤아리다가 달빛에 발자국 새기며 잠을 설치곤 했어 그렇게 햇빛이 없어도 스스로 붉게 익어가던 내 볼은 첫사랑으로 남고 내가 쓴 문장들 사이로 바람이 불어 씁쓸하게 웃을 때 있었지 저녁이 오는 시간 먼 곳의 집들이 하나둘씩 불을 켜고 있다 12월을 보내며 티브이가 방안에 고여 있던 소리를 켠다 입담 좋은 목소리가 등을 두드리고 씻어낸 그릇 위를 넘나들면 고요한 집을 한참 수다로 채워 놓은 티브이를 끈다 창밖에는 밑동만 남은 느티나무 나이테에 감겨든 세월 등껍질에 내린 단단한 서리가 아직 남은 햇빛에 자지러지는 시간 한 해의 끝자락을 헤아리며 차를 마신다 호미가 봄을 흔들고 여름 나절을 울음으로 수놓던 매미 낫으로 가을을 채집하던 가을날 한없이 발버둥질하던 시간이 먼지가 되어 허공에서 내려앉는다 마음이 머물다 간 한 해의 뒷자락은 늘 젖어있다. 어느 가을날 오후 푸르름이 사라져가는 잔디밭 투명한 햇살이 넉넉한 오후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묵묵하게 푸른 잎 가득 채웠던 개쭉나무 이파리 떨구고 한량이 되어 바람을 맞는다 잠자리 몇 마리 허공을 빨갛게 물들이며 담장 너머로 날아가고 베란다에 기대어 공허한 눈빛을 보내는 제라늄 부드럽고 얇은 구름 떼가 옛날처럼 흘러간다 저 구름에 추임새 넣으며 기러기처럼 떠나고 싶다
1부 4월이 몸을 푼다
봄비 1·12
폐교에서·13
첫사랑·14
12월을 보내며·16
어느 가을날 오후·17
덤·18
4월이 몸을 푼다·20
봄비 2·21
지게·22
빈 들녘·24
함평 낙지·26
세탁기를 돌리며·28
늦가을 경내가 환하다·30
그래서 부부로 산다·32
질경이·34
2부 봄, 읽다
봄, 읽다·36
기다리지 마라·37
약속·38
텃밭에서·40
풍경에 놀다·41
오월·42
포장마차·43
봄 강가에서·44
매미·45
어머니의 글밭·46
파리·48
호미·50
큰개불알꽃·51
네모에 갇히다 -미술관에서·52
혀·54
3부 상처는 늘 꽃으로 피어
독사를 만나다·56
구절초·58
민들레·59
빈집·60
나무 솟대 -새·61
아래층 여자·62
아버지의 손톱·63
쑥차·64
입술·65
길·66
풀꽃 2·67
상처는 늘 꽃으로 피어·68
몽돌·69
미용실에서·70
철새 떼·72
4부 빈방
약력·74
오솔길·75
초가을 밤·76
고향집·78
청중평가단원·80
목련, 그 여자·81
다 안다는 나이지만·82
쥐불놀이·83
저녁 바닷가·84
사랑은·86
봄 배달·87
책장 앞에서·88
11월·90
빈방·92
사랑·94
5부 인기척
유월·96
짝사랑·97
눈물 꽃·98
산사山寺에서·99
브라보콘·100
불면·102
봄, 찍다·103
숨바꼭질·104
그녀의 집·106
목포는 항구다·108
아무도 오지 않는 정류장·110
마스터·112
어머니·114
인기척·116
담쟁이·118
해설 | 박성민_조화와 상생을 모색하는 식물적 상상력과 휴머니티의 시학·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