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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828107 / 388쪽 / 504g /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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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어머니는 야뇨증이 있는 형 때문에 이부자리를 자주 빨았다. 그때마다 풀을 먹여 빳빳하게 손질한 이부자리는 마치 생철조각처럼 차가워서 선뜻 이불 속으로 파고들기가 겁이 날 지경이었다. 그때 먼저 옷을 홀딱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 어머니는 알몸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체온으로 따뜻하게 만든 뒤 우리 형제를 이불속으로 끌어들였다. 형과 나는 그 추위에도 매일 밤 어머니의 양쪽 겨드랑이에 코를 묻고 건건한 땀내를 맡으며 단잠을 이뤘다. ---「엄마의 행방」중에서 진호가 베트남에서 송금한 전투수당을 똘똘 뭉쳐 갖고 있던 어머니는 세를 끼고서라도 무허가 집 한 칸이나마 장만하겠다는 결심으로 노린동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게 축날까 벌벌 떨던 어머니는 아들이 귀국하기 보름 전 피 같은 돈을 어느 사기꾼의 입에 몽땅 털어 넣고 받은 충격으로 쓰러진 채, 자리보전하고 있었다. 진호는 눈이 뒤집혔다. 뵈는 게 없었다. 젊은 혈기에 사기꾼의 허리를 당장 꺾어버릴 기세로 찾아다녔다. 결국 사기꾼은 잡았지만 땡전 한 푼 구경 못하고 도리어 살인미수라는 죄명으로 6년형을 복역하게 되었다. 옥살이를 하다 보니 달희에게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진호가 그렇게 세월을 축내고 있을 때 달희는 아들을 낳았다. 한국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이름도 ‘대한’이로 지었다. ---「하얀 약속」중에서 보살은 젖먹이를 떼놓고 온 마음도 아프지만 자꾸 불어나는 젖가슴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풍선처럼 퉁퉁 불은 젖을 남몰래 짜 버리지만 젖이 돌 때의 젖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스님은 삼십 년 전의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 고모가 팔삭둥이를 낳은 지 보름 만에 잃고 친정에 와서 조리할 때 스님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그때 젖몸살을 앓던 고모의 뻘겋게 부어오른 얼굴이 지금도 눈앞에 선했다. 할머니와 가족들의 온갖 회유와 닦달에 못 이겨 억지로 빨게 된 고모의 젖 맛은 엿기름같이 들큼하고 날콩처럼 비렸다. 그렇다고 토하진 않았으나 주룩주룩 설사를 계속한 기억이 아직도 잊어지지 않았다. 공양주의 젖 맛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묵언스님」중에서 동범을 만난 첫 날부터 술에 곤죽이 된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명동거리를 갈지자로 활보하며 술집을 순회했다. 동범은 처음부터 한 경지에 오른 도인처럼 좋고 나쁜 걸 가리지 않고 탐착하지도 않았다. 그저 뭐든지 다 좋았다. 그의 긍정적인 사고가 다소 주관이 없어 보였으나 모든 것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넉넉한 포용력에 우리들은 주저 없이 매료되었다. 설령 누가 비위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그는 외톨이가 될망정 비난의 동조자가 되길 거부했다. 그러니까 그 친구 앞에서는 당장 죽일 놈도 서서히 좋은 친구로 둔갑했다. 그만큼 그는 뛰어난 설득력과 친화력이 있었다. 설득력이란 말이 아니라, 과묵한 실천력이었다. 어쩌면 예술적인 감각으로 한껏 예민한 우리보다는 의학도인 그가 모두를 포용하는 이해의 폭이 넓고 깊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모임에서 항상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그를 가리켜 ‘의학박사’가 아니라 ‘허허박사’라고 불렀다. 어떤 껄끄러운 일도 끝내 허허 웃게 만드는 허허박사. 그는 우리들의 맏형 같은 존재였다. ---「허허박사 정동범」중에서 스님이 그만 손을 털고 일어섰다. 샘물이 넘쳐흐르는 물가로 다가선 스님이 그 주변에 놓인 올망졸망한 그릇 앞에서 허리를 굽혔다. 거기에 널려있는 그릇들은 이제 그만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찌그러진 양은그릇이라든지 운두가 깨진 항아리뚜껑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거기엔 물이 가득 담겨 찰랑댔다. 새나 짐승들이 먹도록 떠 놓은 물인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손을 씻는 물이었다. 그것도 쓰는 순서가 있었다. 샘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플라스틱 그릇의 물부터 차례대로 써 나갔다. 처음 손을 씻은 흙물은 그 옆의 손바닥만 한 고추밭에 뿌려졌다. 그리곤 바로 위쪽의 양은냄비로 옮겨갔다. 그러니까 애벌 씻고 버린 플라스틱 바가지에 새물을 떠놓고 마지막으로 손을 헹궜다. 서너 차례 물그릇을 바꿔가며 씻는 모습이 어쩌면 엄숙한 의식처럼 보였다. 처음 쓰고 버린 물은 흙물인데 반해 마지막 손을 헹군 물은 마셔도 될 만큼 맑았다. ---「스님의 월척」중에서 추운 겨울, 소년이 학교에 가려고 나서면 누렁이가 먼저 댓돌에 놓인 소년의 고무신을 깔고 앉아서 그 체온으로 신발의 냉기를 덜어주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이면 누렁이가 앞장서서 미끄러운 눈길을 먼저 터 주었다. 그 뿐인가. 어스름한 오후, 하굣길에 항상 기분이 찜찜한 산모퉁이의 성황당까지 비를 맞으면서도 마중을 나와 소년의 두려움을 덜어 주던 그 누렁이에게 뭔가 좀 먹이고 싶었으나 모두가 마음뿐이었다. 농가의 가축을 쓸어 가기 위해 순사들이 개울 건너 마을을 들쑤시고 다닐 때, 소년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이웃 마을의 잔칫집에 급히 다녀왔다. 소년은 누렁이와 함께 잔칫집에 가서 버려지는 음식찌꺼기라도 먹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신풍구금 身豊口金」중에서 어머니는 아들이 입대하면 재봉틀도 없이 삯바느질을 한다고 했으나 그것은 장님이 지팡이도 없이 외출하는 꼴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남의집살이를 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영호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집을 옮긴 다음 날, 어머니를 모시고 왕십리 중앙시장으로 나갔다. 시장 끝 싸전거리에 중고재봉틀을 파는 가게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바느질을 하자면 당장 필요한 것이 재봉틀인데 중고품이라도 마련하면 남의집살이를 면하는 건 물론, 떠돌이처럼 남의 집을 헤매지 않을 것이었다. ---「엄마의 때꼽」중에서 추천사 김영한 소설가는 문학이 진정 무엇인가를 아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그가 등단 이후 꾸준히 발표한 작품은 점점 더 진화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다져온 그의 저력에서 우러나오는 현상이라 하겠다. 설익은 작품 두어 편 내놓고 곧 밑천이 드러나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는 함량 미달의 얼치기 작가들이 수두룩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김영한 소설가의 잠재력은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이광복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소설가) 소설의 근본은 이야기성性이다. 소설가는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진짜 같은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자신만의 문체로 형상화하기에 바쁘다. 쓰고 또 지우는 작업을 부단히 계속한다. 남이 읽었을 때 어설프지 않은 이 과정을 통해 고통\u003d행복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면 나만의 역설일까. 김영한 선생님의 작품은 선명한 나이테가 있다. 녹록치 않던 삶의 성찰 끝에 그어진 나이테. - 박희주 (부천 문인협회 명예회장·소설가) 「진돌이 전성기」는 다분히 정치색이 짙은 소설이다. 그러나 절묘하게 이끌어 가는 문장과 묘사가 감동적이다. 영화 ‘구해줘’를 보는 듯 스릴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 흥미롭게 읽혔다. - 박영래 (소설가) 엄마는 엄마다를 보여주는-「엄마의 행방」 약속하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이 따로 있음을 보여주는 -「하얀 약속」 기왓장을 지면서 도반이 된 인연을 감동적으로 그린 -「묵언스님」 자업자득이라, 순둥이의 통쾌한 역습을 보여주는 -「진돌이 전성기」 고름주머니라는 노승이 가시 하나로 촌철살인 하는 -「스님의 월척」 자운영 꽃처럼 만발한 성적 호기심의 시절을 보여주는-「불장난」 미워할 수 없는 군대 동기, 반전의 인간형을 보여주는 -「신풍구금」 중고재봉틀에 얽힌 사모곡을 보여주는-「엄마의 때꼽」 돈으로 해서 일어나는 불상사를 그린-「유전유죄 ·1, 2」 문학이 한 가닥 희망이자 절망이었던 친구-「갑장 나으리」 친구가 뭔지를 보여주는-「허허박사, 정동범」 - 김진초 (소설가)
작가의 말
엄마의 행방 / 11
하얀 약속 / 43
유전유죄^1 / 67
묵언 스님 / 93
진돌이 전성기 / 119
허허박사, 정동범 / 143
스님의 월척 / 175
불장난 / 203
신풍구금 / 255
엄마의 때꼽 / 301
유전유죄·2 / 329
갑장 나으리 / 355
발문_
신풍구금身豊口金은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입심 좋은 역작
이광복(한국문인협회 이사장^소설가) / 3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