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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0751665 / 104쪽 / 167g / 124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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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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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주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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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 10,800
- 1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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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위트와 유머를 놓치지 않는 가족과 고향의 신화
시인은 시골, 전라남도 보성 복내면이라는 농촌에서 나고 자랐다. 1970년에 태어난 그의 세대는 타의로 자의로든 시골, 집을 떠나 무섭게 팽창하는 도시로 나갔다. 다들 그래서 그렇게 했지만, 시인은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고 혹은 하지 않고 돌아왔다. 도시를 겪고서 돌아와 보니 고향이 보였고, 다시 보였고, 다르게 보였다.
문화는 세태에 따라 변해간다. 오랜 문화와 급격히 변하는 세태는 엇박자를 내기 마련이다. 시골과 도시의 부조화도 변화 속도와 방향이 다른 데서 온다. 모두 홀린 듯 발전 일변도, 성장 우선만 외쳤으므로. 누가 뒤처지든 누가 희생당하든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독식한 승자가 우상처럼 떠받들어지던 시대였다. 경쟁에 내몰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올바른 판단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시절이었다.
친구가 진돗개 새끼 얻어왔다
후배는 귀 보고 순종이 아니라고 했다가
친구에게 면박당했다
중학교 건물 짓는 인부들에게 고기 얻어먹었다
자립을 아는 개였다
친구와 후배는 빳빳한 꼬리 보아 순종이라 하고
풀어진 눈과 처진 귀로 보아 잡종이라며 다툰다
휘파람 불어 금동이를 불렀다
꼬리 세운 금동이가 머리 내밀었다
근친상간이 순종 만드는
개의 역사를 생각했다
― 「금동이」 전문
순종이냐 잡종이냐가, 그러니까 혈통이 돈이 되고 돈이 되어야 값지게 여겨지는 세태가 시인은 의아하다. 본질보다 외형과 금액을 따지고 앞세우다 보니 인류가 그토록 경멸하던 근친상간을 가족보다 사랑하는 반려견에게 강요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인간과 개의 역사 중 애완견이 생산된 시기는 몇백 년에 불과하다. 여러 품종의 개를 교배시키고 유전 형질을 고정시키기 위해 근친상간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기준에 맞지 않는 새끼는 모두 도태시켰는데, 목적은 상품이 되어버린 개가 인간의 유대 관계를 다시 쓰게 만든 상황은 도시와 시골 관계에서도 별다르지 않다.
고영민 시인은 이창수 시인이 \"일상과 현실을 몸으로 삼고 있으며, 삶의 비극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가족과 고향의 신화를 삶의 구원처로 삼고 경험적 진실을 통해 상처 입은 존재들에게 곁을 내주며 사랑과 애도의 노래를 건네고 있다\"고 했다.
소외되었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묶는 경험적 휴머니즘
시냇물이 옆으로 흘렀네
마을에 식자가 있어 횡천이라 불렀네
시냇물 따라 버드나무가 자라고
버드나무는 새와 구름 불러왔네
냇가에 작은 술집도 생겼다네
술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옆으로 걸었네
횡천 거슬러 올라가면
푸른 학 날아다니는 청학동이 나온다네
시절이 하 수상해지면
순한 사람들이 청학동에 들어와 살았네
사나운 도적들 찾아왔지만
나무꾼이 되거나 더 깊은 산으로 갔다네
횡천에 다리가 놓이고 시장이 섰네
길이 포장되고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네
사람들도 앞만 보고 걸었네
구불구불 길도 직선으로 바뀌고
논도 밭도 바둑판 되었다네
사람들은 직선을 숭배했다네
그러든 말든 횡천은 옆으로만 흘렀다네
횡천 가로질러 그물이 쳐 있었으나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네
밤 강물에 일월성신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건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물고기라서
마을 사람들 본체만체 지나갔다네
― 「횡천橫川」 전문
개발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도시는 개발을 원하는 자들의 공간이 돈이 흘러가야 하는 길을 지도 위에 그어 버리면 피와 땀으로 지켜온 복잡다단한 농촌의 역사, 내력, 문화, 이야기, 추억, 삶의 양식은 직선으로 잘려 조각나 버린다. 그러나 세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도 하늘의 이치는 변하지 않음을 횡천은 보여주고 있다. 횡천에 뜬 일월성신은 우주의 시간이고 질서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그물에는 걸리지 않는다. 시인의 눈은 그것을 본 것이리라.
유장한 세월 동안 자연과 어울리며 사람들이 만들어 낸 풍경은 자본의 칼로 난도질당했다. “앞으로만 걸어라, 앞만 보고 뛰어도 모자란 판국에 옆으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런 반동분자들은!” 이런 자연스러움이 낯도 모르는 외지인들에 의해 깎이고 잘려나가는 상황이 시인은 불편하고 황당하다, 내가 누구인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시인이 보고 자란 모든 것들이, 내가 알지 못하게 변해가는 상황이 마치 누군가 내 기억을 삭제하는 듯해 보인다. 일상적인 물건, 비누나 칫솔 따위에서 시집, 술친구로부터 머리 위에 빛나던 조약별까지 기억에서 박박 지워가기에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요행히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만은 기억하고 있지만 이 기억 또한 곧 사라질까 두렵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풍경 속에 살고 있는” 것들이 “혼신을 다해 나를 기억해 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나를 기억해 낼 수 있기를.
『횡천』은 우리 시대의 삶이 온전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누가 나서서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이라도 시인의 삶을 되돌아보거나 곱씹어보면 지금과 다른 얼굴과 표정을 내면 깊이 묻어두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고달픈 현대사와 숨겨 둔 개인사를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으로 말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그를 그의 처지를 우리는 모두 암묵적으로… 이해한다.
한 시인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고 자라 중년이 되도록 보고 배우고 알게 되고 느낀 모두를 시로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입장에 서 보는지 독자는 알기 어렵다. 그 어려움을 덜어주겠다고 시인이 고주알미주알 사연을 휘갈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눈 밝은 독자가 고마운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쉽게 만나기 어렵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멀리서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것은 사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듯싶다.
1. 봄의 동력
봄의 동력 ______ 10
사슴 ______ 11
복내 ______ 12
횡천橫川 ______ 13
침묵 ______ 15
털신 한 켤레 ______ 16
한려 ______ 17
섬진강 1 ______ 18
섬진강 2 ______ 19
이 세상에 없는 세상 ______ 20
내구름 ______ 21
흰 알약 ______ 22
망초 ______ 23
2. 보성강
우화 ______ 26
가물치 ______ 27
잉어 ______ 28
목련 ______ 29
얇은 벽 ______ 30
분수 ______ 31
보성강 ______ 32
파주 ______ 33
삼정 ______ 34
지리산 1 ______ 36
지리산 2______ 37
금동이 ______ 38
눈사람 ______39
처음과 끝 ______ 40
3. 도를 아십니까?
산수유마을 ______ 42
나를 기억하는 방식 ______ 44
콩 ______ 45
오늘의 운세 ______ 46
도장의 힘 ______ 47
꼬막 무덤 ______ 48
유선사 ______ 49
옻 ______ 50
입산금지 ______ 51
도를 아십니까? ______ 52
항아리 ______ 54
이팝나무집 ______ 55
양림동 ______ 56
4. 땅벌
산초 말리는 계절 ______ 58
가족 ______ 59
가난한 재벌 ______ 60
구름의 표정 ______ 62
수몰민 ______ 63
내 친구 이기권 ______ 64
통영 ______ 66
두승산 ______ 67
땅벌 ______ 68
상무지구 ______ 69
눈보라 ______ 70
음력 ______ 71
화엄무인텔 ______ 72
바위 선생 ______ 74
봄봄 ______ 75
┃해설┃이진우(시인)
멀리서 보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 ______ 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