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91165120412 / 236쪽 / 310g / 148 x 21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김혜영
-
나태주
-
스즈키 유이
-
김행숙
- 15,120
- 16,650
- 15,300
- 11,700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 손자 하나 더 얻을 욕심에 할머니는 아무도 몰래 인섭엄마를 아버지의 작은댁으로 삼으셨다. 인섭이 떡아기 때부터라고 한다. 엄마도 동네 사람들도 아무도 몰랐다. 인섭이 가출한 뒤 혹시 인섭의 소식을 들을까 하여 찾아갔던 그 밤에 나는 비로소 알았다. 아버지를 상대로 끝없이 이어지던 인섭엄마의 넋두리 속에서 할머니가 왜 그렇게 펄펄 뛰셨는지 알게 되었던 것이다. 할머니도 아버지도 엄마도 다들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인섭이 불쌍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불쌍했다. “그 인섭이를 내가 좋아했거든.” 막내에게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막내는 민감하게 달려든다. “그런데 할매는 왜?” “할매가 죽어도 안 된다고 했어, 홀시어미라고.” 석연찮은 표정이지만 막내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다들 각자의 상념에 빠져 말없이 술만 마신다. 자리에 눕자 셋째언니가 할머니 이야기를 꺼낸다. 다들 한마디씩 한다. 좋았던 이야기, 서운했던 이야기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아는 이야기들도 있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같이 겪었던 상황이었는데도 보는 시각이 달라서였는지 내 기억과 전혀 엉뚱한 이야기도 나온다. 내가 제일 먼저 잠이 든다. 꿈을 꾼다. 흰 옷을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가 앞장서서 길을 가고 있다. 인섭이 그 뒤를 따라간다. 그는 여전히 입을 비죽이긴 하지만 울지는 않는다. 따라가면 안 된다고 내가 소리친다. 인섭이 돌아보며 웃는다. 보조개가 예쁘다. 언뜻 잠이 깬다. 언니들의 목소리가 잠결에 아른아른 들린다. 삼우제까지 지내고 다들 떠난다. 요 며칠이 마치 딴 세상의 일인 것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다시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위안보다 자신들에게 떠안겨질 내 몫의 일을 먼저 생각하는 메마른 곳, 그러나 이미 함께 메마른 내게 어울리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면 제일 먼저 전화를 하리라, 끝내는 게 겁나지 않으니 시작 또한 겁나지 않다고 말하리라. 내 생활이 있는 곳, 그 생활을 함께할지도 모를 사람이 있는 곳, 이제 태어날 내 자식들의 탯자리를 묻을 또 다른 고향을 향하여 간다. 고흥을 지나쳐 오는데 돌팻말이 보인다. “또 오십시오. 살기 좋은 고흥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 「고향」 중에서 ● 엄마의 눈물을 보면서 여자는 여전히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던 자기 안의 어린애를 보았다. 엄마의 사랑을 갚기 위해서 모시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혼자만이 오롯이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유치한 마음으로 내내 엄마를 모시고 살아왔던 것이었다. 이제라도 자식 노릇해야 하는데 엄마는 기다려 주실까?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여자는 끅끅 속으로만 울었다. 한참을 울다보니 조금 가슴이 뚫린 것 같았다. 여자는 점심을 준비하려고 손을 씻고 안으로 들어왔다. 습관처럼 엄마가 누워 있는 방을 들여다보는데 엄마가 이상했다. 여자는 언니들!! 하고 외마디 비명으로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 언니들을 깨우며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는 여자를 보더니 무엇이라고 간절한 표정으로 얘기를 하는데 이미 목이 잠기기 시작했는지 아무리 귀를 가까이 갖다대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언니들이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와 엄마의 머리맡에 앉았다. 엄마는 계속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하고 언니들이 차례로 귀를 갖다댔지만 아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어느 순간 엄마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턱이 벌어지고 순식간에 손톱 발톱이 시퍼렇게 변하더니 진득한 땀이 온몸에서 송송 솟아올랐다. 그러더니 피라는 피는 다 빠져나간 것처럼 얼굴이 창호지처럼 창백해졌다. 엄마!! 언니들이 엄마를 붙들고 통곡하는 소리가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의 일인 양 실감이 나지 않아 여자는 주저앉아 멍하니 엄마를 바라보다 문득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임종을 지키지 못해 마음이 무거울 장남을 걱정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전화기를 들었다. “집에 도착했어? 얼른 와. 엄마 돌아가셨어.” 십 년 넘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엄마를 이제야 떠나보냅니다. 엄마, 안녕!! ― 「여자, 엄마」 중에서
작가의 말 | 마음 조아리며 불효의 죄책감 풀어낸다 · 5
고향 · 11
그 여자의 창(窓) · 39
가을비는 겨울을 재촉한다 · 61
무섭고 더럽고 슬픈 이야기 · 89
어느 특별했던 보통날 · 109
길 위에 서다 · 133
선택 · 155
사람, 그 쓸쓸함에 대하여 · 175
여자, 엄마 · 193
해설 | 안녕, 시작과 끝 · 김나정 · 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