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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에 갇힌 시절 (양장)

백지은 저 | 시와반시 | 2021년 12월

서랍 속에 갇힌 시절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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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3451279 / 104쪽 / 104g / 116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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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라훌라 빨랫줄에 걸린 옥양목 치마 펄럭거리네 2월의 바다도 출렁거리네 떠난 아버지 출렁거리고 있네 펄럭거리네 부재의 시간이 378일 되었네 물 위로 나비가 되어 날아가시네 노란색과 파란색이 춤을 추고 있어 내리막 저만치 가고 없는 아버지 해진 바랑에는 팔공산 절 냄새 스며있네 바랑지고 바다로 가시나 반월당 저만치 떠난 아버지 내리막을 데리고 내려가시네 떠난 아버지 수렁 속을 헤매시네 벽 설거지통에 그릇을 쏟아 부었다 그릇이 이가 나가 손가락을 다쳤다 어디가 아픈게지 도마 위 칼이 빤히 보고 있다 온종일 떠돌다 돌아온 바람이 창문을 흔들었다 안과 밖이 서로를 가둔다 벽은 견고하고 문을 열어야 문을 닫을 수 있다 이가 나간 그릇을 바람 속에 던져 버렸다 다친 손가락은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는 떠났는데 벽에 걸린 아버지의 사진이 벽을 만든다 아버진 현관문의 비밀 번호였다 아버지를 누르면 벽이 열릴까 갈대밭 철새 그녀의 뇌 속은 동굴이다 머리카락 끝엔 고드름처럼 그녀의 남편이 매달려 있다 바다가 사납게 울고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세상 모든 눈물보다 더 깊이 땅을 파고들 때 폐선을 타고 해운대 파도 속을 헤집었다 푸른 사과 한 조각을 입속으로 넣어 주는 딸을 남편이라 생각한다 어디 갔다 지금에야 왔어요? 금니가 형광등 불빛에 반짝이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막이 내려진 무대조명 같다 당신 잘못 한 거 없어요, 울지 마요 별안간 파티마병원 503호 숲으로 변한다 그녀는 웃는 새 딸은 우는 새 병상엔 온갖 음으로 노래하는 새 둘이서 걷던 갈대밭에는 바람 소리만 그때 철새 한 마리 날아들어 산소호흡기 위에 앉는다 삐~~ 그녀의 뇌 속 동굴이 환해진다 503호 숲 무대 저편이 되었건만 둘이서 걷던 갈대밭에 바람 소리만 들린다 아버지의 보청기 아버지, 보청기를 빼고 싶은지도 모른다 보청기를 빼고 나면 천 세대가 넘는 넓은 아파트가 다 조용한 줄 안다 다 조용해서 아랫집이 조용하고 윗집도 조용하고 복도가 적막하다 어쩔까 고장 난 자전거같이 귀가 어두워서 마누라의 그 잘난 배우 타령을 듣지 않아도 되고 옆에서 사료를 달라고 보채는 제제의 답답한 눈빛도 피할 수 있었다 휴식이 필요할 때는 듣지 못하는 딱 적당한 핑계 그래서 능청스레 티브이를 보고 있어도 된다 음식을 소리 나게 씹을 수 있다고 와인 잔에 럼주를 넘치도록 채워 막걸리처럼 벌컥 마셨다 건강한 삶을 위한 보청기 딸이 해준 보청기에 정오의 햇살이 부서지듯 아버지는 평화를 잃어버렸다 이제 온종일 귓속이 아프다 윗집 화장실에 물 내리는 소리 옆집 피아노 개인지도 교습으로 아이들의 복도를 오가며 왁자지껄 싸우는 소리 209호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바람피웠다고 비로소 알게 된 할머니의 욕 하는 소리 208호 젊은 부부의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 다 이해하고 참을 수 있지만 초저녁 잠자리에 들어서 막 깬 새벽 세시의 정적은 소리를 들어본 기억으로 고막을 터지게 했다는 더는 잠이 오지 않아 적막한 새벽에 아버지는 보청기를 귀에서 뺀다 - 시인의말 겨울만 되면 쓸쓸하다 외친다. 빛나던 시절이 분명 있었지만,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뿐일 테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일일이 안부를 전하지 못해 시집을 만들었다. 살아있음을 시로 전한다.

저자 소개

  • 저자 : 백지은
저자 : 백지은
경북일보 문학대전 대상 수상
『시에』 등단
동서문학상 수상

목차

| 제1부 |
\t 라훌라
\t 벽
\t 갈대밭 철새
\t 아버지의 보청기
\t 아버지와 햄버거
\t 중고서점
\t 아버지의 바다
\t 납작한 죽음
\t 창가에 앉아
\t 달빛에 담아
\t 적멸寂滅
\t 안부
\t 스타벅스

| 제2부 |
\t 절규
\t 낯익은 풍경
\t 오징어
\t 길
\t 읍성엔 비가 내려서34\t 똑딱 단추
\t 멀어진 봄날
\t 미도다방
\t 택배
\t 24인치의 세상
고래 사냥
\t 귀 얇은 목련 나무
\t 서문시장 수제빗집

| 제3부 |
\t 오래 버려둔 시간
\t 시애틀로 떠난 엄마
\t 엄마는 일터에 가고 아이는 나비가 되어
\t 애견백화점
\t 장미와 생선가시
\t 서랍속에 갇힌 시절
\t L교수
\t 거미에 대하여
\t 밍기뉴 나무
\t 제제, 가족이 되다
\t 우엉
\t P에게로
\t
| 제4부 |
\t 미안합니다
\t 꽃밭에서
\t K 화백의 자화상
\t 속눈썹을 줍다
\t 빨간 사서함
\t 오월의 담장
\t 414번 버스 풍경
\t 늦지 않게 너에게 닿기를
\t 다림질
\t 서울역에서
\t 매미가 운다
\t 십 센티 두께의 세상
\t 一 子 영토
\t 삽화처럼
\t 캐슬 고양이
\t 여고시절
\t 해설 기억의 두 가지 방식|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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