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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저 | 문학세계사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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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0755410 / 174쪽 / 258g / 124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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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중얼중얼 혼잣말의 시학 오탁번 시인은 섬세한 물리적 파상(波狀)에 자신의 궁극적 귀속처가 있음을 노래함으로써 작고 아름다운 서정적 순간을 포착하고 착상하고 형상화해왔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토로하지 않고 사물 스스로 말하게 하는 세련되고 깊이 있는 감각과 사유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성 그대로를 살리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코 사물과 손쉽게 동화하지 않고 사물과 한결같이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속성을 형상적으로 추출하고 배열해간다. 다시 말해 자신의 경험을 직접 노출하려는 욕망을 경계하면서 사물이 가진 본래 속성을 자신의 실존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번 시집은 자신이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삶의 심층을 유추하고 성찰하는 방법을 취하게끔 함으로써 이러한 원리를 적극적으로 실현한 결실이다. 낮은 목소리로 전해져오는 미적 전율이 참으로 미덥고 아름답다. 이제는 ‘시인 오탁번’의 유사에, 속살처럼, 아늑한 거소(居所)처럼, 가닿아 보자. 원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1963년 겨울 청량리역에 내렸다 안암동까지 추운 길을 걸어갔다 그 길이 내 생애의 비알이고 벼랑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른 채 내가 걸어온 길은 기승전결 엉망인 쓰다가 만 소설 낙서 같은 시 눈물이 앞을 가려 (상투적 수사가 이럴 땐 딱!) 더는 얘기 못 하겠다 …… 종종이나 찍어야지 ― ?종종이? 전문 스물한 살 ‘청년 오탁번’은 1963년 겨울 원주역에서 청량리행 기차를 탔다. 청량리에서 안암동까지 걸었던 그 ‘길’이 “내 생애의 비알이고 벼랑”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고 한다. ‘비알’은 ‘비탈’이니 그 아찔하고 가파른 비유를 새삼 일러 무엇 하겠는가. 적수(赤手)의 한 청년이 그 후로 걸어온 길은 “기승전결 엉망인 쓰다가 만 소설”이나 “낙서 같은 시”로 남았다지만, 그 안에는 실존의 고독과 고통이 눈물처럼 떠오르면서 끝내 ‘종종이’처럼 일견 적막으로 일견 침묵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큰 것을 이야기하는 역리(逆理)의 방식을 두고, 시인은 “눈으로 읽는 시보다/귀로 듣는 나무의 울음소리가/더 시답다”(?시집이 운다?)라고 비유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의 비유적 형상은 다음에서 더욱 확장된다. 수수밭 가에서 팔 휘저으며 새떼 쫓는 할아버지나 보행기 밀고 가다가 느티나무 그늘에 쉬는 할머니는 중얼중얼 혼잣말 잘도 하신다 그 말을 가만히 귀동냥해서 들으면 그게 바로 시다 그러나 문장으로 옮겨 적으려는 순간 는개처럼 흩어져 버린다 마른기침 사이로 쉬는 한숨에는 전 생애의 함성이 있고 캄캄한 우주를 무섭게 가로지르는 살별의 침묵도 있다 중얼중얼 혼잣말이여 아, 알짜 시여 ― ?혼잣말? 전문 ‘혼잣말’은 누군가에게 할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는 자기 확인의 언어이다. 수수밭 가에서 새떼를 쫓는 할아버지나 보행기 밀고 가다가 쉬는 할머니가 중얼중얼하시는 ‘혼잣말’은 시인의 비유를 통해 “그게 바로 시”로 새삼 등극한다. 그 ‘시’는 문장으로 옮겨 적으면 곧 사라져버리니 그저 혼잣말로 우주를 가득 채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른기침 사이로 쉬는 한숨에도 생애를 가득 채운 함성이 들어 있고 우주를 가로지르는 침묵도 잠겨 있지 않은가. 그 “알짜 시”야말로 그에게 “새싹 올라오는 마늘밭”(?위리안치?)처럼 신생하는 순간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겠는가. 오탁번 시인의 중얼중얼 혼잣말이 우리 문학사에 짙은 밑줄을 긋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능청스러운 언어로 사물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모어母語의 예술가’ 그는 풍경의 구체나 기억의 심도(深度)도 놓치지 않지만, 그에 딱 맞는 토박이말을 찾아내느라 정성을 들이는 모어(母語)의 연금술사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비록 표준어가 규율과 소통의 편의를 도모했다 하더라도 그는 살아있는 입말이야말로 그 자체로 우리말의 가능성을 확장해가고 있다는 자각을 의식의 심층에 간직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말라르메가 ‘시인’을 일러 ‘부족 방언(모어)의 예술사’라고 정의했다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모름지기 시인이란 모어를 최대한 세련화하여 구성원들에게 깊은 인지적, 정서적 감염을 선사하는 존재라는 함의에 훤칠하게 가닿게 된다. 더없이 풍요롭고 살가운 모어의 집성(集成)이 말하자면 그의 근작들을 수놓고 있는 셈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이자 원서헌(遠西軒) 문학관 관장인 오탁번 시인(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참 많은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이 없는 그를 일러 우리는 ‘천재’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문단에서는 그를 ‘3종 3관왕’이라고도 칭한다. 대학 재학 중에 동화(66년 동아일보), 시(67년 중앙일보)가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졸업 이듬해에 소설(69년 대한일보)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고 이어령 선생은 ‘내 글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활달한 언어, 인간과 자연을 실물적으로 포착하고 재현하는 오탁번 시인의 시는 이제 나이, 늙음, 죽음, 존재 등의 문제까지도 넘어서는 담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오탁번 시인은 지난 2003년 백운국민학교 애련분교의 부지와 건물을 샀다. 자신이 다니던 국민학교의 분교다. 교실 세 칸과 숙직실, 안채를 손보아 아담한 문학관을 만들었다. 제천과 원주 일대를 둘러보다 결국 '삶의 밑변'이었던 천등산 박달재 아래로 자리 잡았다. 문학관의 이름은 원서헌(遠西軒), 제천에서도 먼 서쪽이라는 뜻의 조선시대 지명이다. 해가 지는 곳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오탁번
저자 : 오탁번
1943년 충북 제천.
백운초. 원주중 ? 고. 고려대 영문과, 대학원 국문과.
1966년 동아일보(동화), 1967년 중앙일보(시), 1969년 대한일보(소설) 신춘문예.
1971-2008년 육사 교수부, 수도여사대,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목차

1. 해동갑

소 두 마리의 울음소리?______?12
삼대 三代?______?15
이름?______?18
보릿고개?______?21
박달재?______?23
벌초?______?26
일기예보?______?28
해동갑?______?30
어리보기?______?31
술적심?______?32
냄비?______?33
풍경 風磬?______?34
네 이놈!?______?36
시집이 운다?______?37
어영부영?______?38

2. 해름

비백 飛白?______?42
구구단?______?43
봉양역?______?44
종종이?______?45
옛 말씀?______?46
버슨분홍?______?48
해름?______?49
옥수수수염?______?50
혼잣말?______?53
얼굴?______?54
동창회______?55
독후감?______?57
벼랑?______59
살맛?______?61
위리안치?______?62
제비?______?63
니, 해라?______?64

3. 시인의 사랑

춤사위?______?66
저승길 동무?______?68
별 ‘아! 이어령’?______?70
추억?______?72
절명시?______?73
이수익?______?75
노향림?______?77
윤석산?______?79
나태주?______?81
용고뚜리?______?83
시인의 사랑?______?85
바보 양띠?______?88
오누이?______?92
개꿈, 니콜로 파가니니?______?94
과일 바구니?______?96

4. 휘뚜루

두루뭉술?______?100
똥딴지?______?101
무기징역?______?103
여류시인?______?105
몹쓸?______?107
용꿈?______?108
감별사?______?112
음식윤리?______?114
팬데믹?______?116
휘뚜루?______?118
나자르 본주 ?______?120
팽이?______?122
일동 기립!?______?124
아잔?______?126
세상일 다 이러루하니?______?128
쇼팽의 심장?______?130
제천?______?132
늘푸른큰키나무?______?134
사람 사는 일 다 이러루하니?______?136

┃시인의 산문┃언어를 모시다?______?137
┃해설┃유성호 · 시간의 필경사가 전해주는
말과 마음의 고고학______?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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