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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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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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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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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해
- 16,200
- 10,800
- 16,920
- 16,830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시인선 79번째 작품으로 최명진 시인의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가 출간되었다. 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2006년 《리토피아》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 후 오랜 기간 공백을 거쳐 온 시인은 더 단단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다만, “아름다운 동화를 도저히 쓸 수 없는 일그러진 시대에서의 부조리한 삶의 단면을 냉정한 카메라의 시선으로 포착”(《리토피아》 심사평)하는 근력을 간직한 채로. 먹먹한 슬픔을 담백하면서도 유쾌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그려낼 줄 아는 기량을 가진 최명진 시인의 풍부한 시편이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라는 첫 번째 이름으로 묶였다. 시인이 그려내는 세계는 “아무것도 아닌 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에/대해 생각”하는 인물들로 가득하지만, 시인은 삶과 예술이 아름답고 반짝이는 순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우? 그것도 노래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우? 이것도 노래이니(「별이 빛나는 밤에」)”라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이 그려내는 존재들을 정말 “아무것도 아니(「괜히 나온 산책」)”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시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지하 1층은 하늘 다방이 자리하고 있(「엄마손 제과」)”는 슬프고도 아이러니한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곳에는 “할머니를 도와 먼 버스정류장까지(「사람 마음」)” 무거운 짐을 선뜻 옮겨 드리는 이가 있고, 바구니를 들고 서 있는 사람에게 “통 크게 만 원 한 장 넣어 주(「그는 거기 서 있다」)”고도 마음이 개운치 않은 이가 있고, “무엇이 왜 그들 스스로를 버리게 하는지(「초특급삼류액션블록버스터」)”를 끊임없이 곱씹는 이가 있다. 삶을 “살아내야만(「엄마의 삶이란」)” 하는 일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시적 화자들은 “나는 살 수 있다(「신들린 손」)” 다짐하며 타인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일상적인 풍경으로부터 시작되는 이들의 목소리는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변주되어 매 시편이 새로이 느껴진다. 그 노래를 들은 우리가 시인을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인지도 모른다. 해설을 쓴 이병일 시인은 최명진의 시집이 “현실이라는 거대한 환각을 주의 깊게 포착해내고 있”다고 진단하며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를 읽는 순간, ‘일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한다’와 ‘몸 자체가 세계의 한 풍경이다’라는 문장을 동시에 떠올렸다”고 고백한다. 또한, “이 세상의 가장 한심한 것들이 시를 이루게 하는 힘임을 최명진은 알고 있다. 시의 묘미는 현실의 얼굴에 있”다고 덧붙이며 최명진의 첫 시집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 시집을 추천한 길상호 시인은 최명진의 시집이 “어느 순간 읊조리던 소리는 “샤우팅”으로 바뀌고 한없이 깊은 묵음으로 다시 이어지기도” 함을 강조하며 시인이 변주해내는 노래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그가 믿는 노래의 힘은 아름답게 지어낸 멜로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향한 지극한 마음에 있”다고 분석하며 “시인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된다고 격찬한다. 이 시집을 펼친다면 도무지 “아무것도 아니(「괜히 나온 산책」)”라고 말할 수 없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에 흠뻑 빠지게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 엮고 보니 엄마의 예쁜 모습이 한 줄도 없다 다정한 아내를 많이 담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좁은 생각들 전부 보듬어 책을 허락한 두 분께 감사하다 또한 내겐 누이 같은 장모와 처남 새아버지와 이복동생들 친구 같은 막냇삼촌 그리고 이모가 셋이나 있다 살뜰한 분들이지만 담긴 글이 없어 여기 밝혀 둔다 2023년 1월 최명진 책 속에서 아내 몰래 오십만 원 드렸다 부러 몰래는 아니었는데 드리다 보니 처가엔 서운할 일 같아 주저리 단속하고 밖을 나왔다 마침 첫눈이 내리고 있었고 아내가 점찍어 둔 신상 겨울 점퍼가 생각났다 아내 몰래 낮술 홀짝이며 싱숭생숭 앉아 있자니 눈발이 점점 성해지고 있었다 자기도 첫눈 보고 있다고 전 화해 온 아내다 첫 생각에 지금 당장 만날까 말꼬릴 올리는데, 아내여 미안하다 ---「첫눈」중에서 힘들면 내 무릎에 좀 누워 배기고 불편해 임신한 아내가 마땅히 쉴 곳이 없다 아내는 서운한 것이다 산책 문제는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아무 생각 안 하는 것 같지만 정말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꽤 중요하다 ---「괜히 나온 산책」중에서 주인집은 수도세를 매번 바가지 씌운다 자기네는 물 쓸 일 없다고 혼자 자취하는 내게 반을 떠넘긴다 담근 김치도 갖다준다 오다가다 만나면 아저씨는 정정하시고 막내아들은 예의바르고 아주머닌 뭐 뜯어먹을 거 없나 궁리하듯 나를 본다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건네면 호호 날씨 덥지? 하면서 오물세가 또 어쩌고 자식 같으니까 하면서 그럴 땐 내가 이 집 장남인 것이다 ---「절반 식구」중에서 짐이 무거운 할머니를 도와 먼 버스정류장까지 기왕에 옮겨 드린 건데 할머니 안색이 좋지 않다 시간에 쫓겨 빨라진 내 걸음도 있었지만 자꾸 달아나는 자신의 짐을 손 쳐내듯 도로 가져가시는데 내심 서운함에 빈 웃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할머니 비로소 안도했을까 지나 보니 미안했을까 나 혼자 그렇다 두고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없던 사람이 생겨나 마음을 흔든다 없던 마음이 생겨나 사람을 흔든다 길바닥에 통째 흘려 버린 아이스크림이 녹자 발 동동 구르는 아이는 이제 못 먹을 건 알지만 예쁜 모양 그대로 남아 주길 바란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안 되는 거라고 얘기는 하지만 ---「사람 마음」중에서 그는 내가 출퇴근하는 그 시간에 바구닐 들고 서 있다 나는 지나칠 때 마치 그를 없는 사람처럼 외면하곤 했는데 한번은 통 크게 만 원 한 장 넣어 주니 고맙다고 연거푸 고개를 숙인다 내가 당황한 것이다 왜 그런진 모르지만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후 그 앞을 지나다 눈 마주치면 그가 반가운 얼굴로 웃는다 나는 눈을 피했다 그가 왜 그런진 알지만 다음에 멀리 돌아서 가기로 했다 간혹 그가 없는 날도 있을 거였다 장마가 왔을 때 그가 자릴 피했을까 슬쩍 보면 담벼락에 몸을 붙인 그가 거기 서 있다 낙담할 일은 아니지만 고개 숙일 일도 아니다 매번 그를 지나칠 때 뒤통수 간질거리는 것이다 ---「그는 거기 서 있다」중에서 도무지 길이 안 보인다고 해요 길이란 게 다 그래 그래서 제가 누굽니까 네 첫걸음 전문가 제가 늘 전하는 말씀입니다 처음은 다 헛걸음 같아요 헛발질 헛수고 헛소리 첫걸음이 이렇게나 얼굴이 다 달라 그럼 어떡해 신은 공평하지 않은데 그래서 여러분이 절 만난 게 천만다행이다 행운이다 아시겠죠 (중략) 신은 말씀하셨습니다 허리는 뭐다 다시 일으켜 세운다 첫걸음이 또 낭떠러지라는 사람들 꼭 있죠 있어요 그건 순전히 틀렸다 엉터리야 저를 못 믿겠다 누가 그러죠 의심해 좋다 이거예요 저는 다 압니다 저는 절대 강요 안 해요 제가 애걸합니까 요구한 적 있나요 어디 손 한번 들어 봅시다 제가 여러분입니까 제가 여러분입니다 따라 합시다 나는 살 수 있다 나는 살 수 있다 그래서 제 오른손이 소개할 이게 뭐냐, 네 신입니다 신 ---「신들린 손」중에서 이런이런 어쩜 좋아, 어서 가서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 슬픔의 냄비는 까맣게 타 버렸을 것이네 슬픔의 집엔 아무도 없으니 서둘러 가야 하네 슬픔의 시동을 켜고 슬픔의 엘리베이터를 올라 슬픔의 현관문을 열면 슬픔의 탁한 기침이 콜록콜록 슬픔의 코를 막고 슬픔을 환기시켜야 하네 이런이런 나는 왜 이리 슬픈 정신머린지 내 슬픔의 일상은 이렇다네 사실 오늘 아침 나는 슬픔을 절반밖에 먹질 못했다 슬픔이 상할까 남긴 슬픔을 끓는 냄비에 부었다 슬픔의 전화가 울려 와 슬픔의 전등이 꺼지고 슬픔의 카페에서 당신 슬픔과 내 슬픔이 만나 슬픔을 야기할 때 슬픔은 슬프지 않았다 당신 슬픔의 주인공은 누구죠? 나는 예고 없는 슬픔을 공개했다 눈물을 나눈다면 그 반을 당신께 드릴게요 우리는 슬픔이 각별했다 ---「슬픔은 매번 이렇게」중에서 하늘이 무너졌네요 털썩 주저앉지 않습니다 저는 로커니까요 로커에게 그리 헤비한 사연은 아니지만 하늘이 왜 언더그라운드에 있느냐고 엄마는 샤우팅 하시네요 기타 리프를 튕겨 봅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아니면 땅이 꺼진 걸까요 언플러그드 된 골방에 누워 손 하나 까딱하지만 손에 잡히질 않네요 저도 딸린 식구니까요 엄마 보세요 하늘은 잘 무너집니다 보세요 엄마 솟아날 구멍이 어딘가 우─ 그것도 노래라고 우─ 이것도 노래이니 ---「별이 빛나는 밤에」중에서 등 돌린 할아버지 옆집과 싸우고 윗집과 싸우고 서울에선 쓸모없는 할아버지 스스로를 멱살 잡아 밖에 내다 버린 고약한 할아버지 어린 나를 벌벌 떨게 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외양간 들어내고 까치 소리만 심심히 듣던 할아버지 나무지게 위에 나를 올려 산길 걷던 할아버지 채송화 심고 박하 잎 닦고 저녁내 작은방에서 새끼줄 꼬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잔칫날 기어이 술상을 엎더니 할아버지 미쳤다고 서둘러 보낸 요양원에서 얌전해진 할아버지 면회로 담배 한 보루 건네주면 눈물만 글썽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주문이 밀려 못 갔습니다 배달 오토바이 함부로 돌리지 못했습니다 살다가 전속력으로 멀어진 할아버지 치킨보다 못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큰절하는 삼촌은 구부정하고 보릿자루만 해진 할머니와 흰머리 더러 난 제가 있습니다 어린 딸은 영정 앞에서 삐쭉빼쭉 히프춤을 춥니다 ---「제사」중에서
1부 거짓말이 늘지 않았다면
첫눈
괜히 나온 산책
삼겹살
비닐봉지
뒤끝
외식
통장
명분
내 자취는
아내와 선인장
엄마손 제과
꽝
마흔 살
마스크팩의 여유
2부 각자의 바닥에 누워
파출이모
닥터 스트레인지
대상포진이 지나간 자리
테트리스
사직
사람 마음
그는 거기 서 있다
새사람
절친
신들린 손
바다낚시
먼지 하나에 주머니 하나
한심한 것들
울기 직전
3부 저는 벌레가 됐습니다
꽃의 장례
물기
물고기
덧버선
돈세탁
쌀벌레
태권브이
딸깍!
야옹
슬픔은 매번 이렇게
최씨는 머리가 아프다
절반 식구
개 미안
초특급삼류액션블록버스터
별이 빛나는 밤에
비빔밥
4부 쓰다 만 노트
낯설기도 하지
북아현
수상한 천장
거미 부부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가로등
잠든 자를 위한 기도
그게 얼마나 한다고
식은 꽃등심
그녀가 오지 않는 밤
고창
제사
엄마의 삶이란
저기 지는 노을 바라보면
병원놀이
무게
해설
저공비행으로 본 삶의 얼굴들
―이병일(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