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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543112 / 80쪽 / 110g /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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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는 나를 추억해 본다 밋밋한 저녁은 추억을 곱씹기 좋은 때라, 시인은 자신을 추억해 본다. 덜 설레고, 덜 화나고, 가슴 쿵쿵거릴 일 없는 사람이지만 목련이 핀 것을 보고 문득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 어린 시절, 장날에는 새끼 염소처럼 울음 하나씩 목에 감고 엄마를 기다렸고 옹달샘에는 진달래가 동동 떠 있었다. 잠겨서 서러운지, 서러워서 잠겼는지 모를 수몰지구에서는 조각난 산골 논배미와 황톳빛 이야기가 떠밀려 왔다. 검정고무신 안에 파닥거리는 피라미// 감자 사리 산 꽃의 설익은 감자 살// 누나 달비로 사 먹던 호박엿// 쌀 뒤주에 숨어 놀던 숨바꼭질// 겉보리로 바꿔먹던 풍개맛// 불구멍 난 나일론 양말 뒤꿈치// 잊히지 않은 별자리 -p. 40, 제4부 ‘옛 생각’ 강정나루엔 여전히 어린 날의 깊이로 물 흐르고, 어린 날의 높이로 달이 뜨지만 잊지 못한 기억은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 『지는 꽃에게 말 걸지 마라』에서 삶의 단편과 추억을 모아 언어로 보여주기보다 단어와 단어, 행과 행, 시와 시 사이의 빈 공간으로 말하기를 선택했다. 7부로 나뉜 40편의 시는 전통적인 문법을 지키면서도 섬세한 단절과 깊어진 여백으로 무게감을 더했다. 마냥 붉은 고철을 들었던/ 손바닥에 꽃이 피었다// 손금의 줄기 위로 한 송이/ 꽃// 마냥 붉은// 내 손에 들린/ 심장// 뛴다 -p. 49, 제6부 ‘쇠꽃 심장’ 김창제 시인은 자신만의 시세계가 뚜렷한 시인이다. 『고물장수』, 『고철에게 묻다』, 『녹, 그 붉은 전설』, 『나사』 등의 시집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시에서 철강 노동자로서의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쇠를 잘라 먹고 사는, 먹어도 먹어도 쨍그랑거리는 사람이기에 쇠는 그의 시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이 되었다. 고온에 녹아내린 쇠는 붉게 출렁인다. 마냥 붉은 그것은 손바닥에 핀 꽃이기도, 심장이기도 하다. 그에게 쇠는 단순한 노동의 산물이 아니다. 당강당강 잘려나간 시간이다. 잘린 새벽이자 토막 난 하루이다. 지겹도록 엉겨붙은 녹물은 저녁놀에도 스며들어 용접봉 끝에서 붉게 타오른다. 서러워서 붉은 게 아니라 붉어서 서럽다 했던가. 배롱나무를 물들인 여름은 오래도록 붉어서 오래도록 서럽기만 하다. 하지만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시인은 그 자리에 머물러 서러워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자신의 새벽을 잘라내며 마주한 폐타이어에서 검은 열반을 엿보듯이 그는 노동의 순간 삶을 성찰한다. 저물어가는 해는 향기를 잃고 비틀거릴지라도 시인의 빈 지갑 속을 채워주고 망개나무 열매 같은 노을 속에서 지친 새는 해탈을 달게 마신다. 붉어서 서러운 여름 지나 나무들이 올곧은 업을 이룬 염불암에는 단풍 드는 소리가 가득하다. 파계사 연못에 젖은 단풍잎 방석 깔고 앉은 산은 별빛 독경 소리를 길잡이 삼아 돌아간다. 신용목 시인은 김창제 시인의 시를 인간과 인간을 하나로 묶는 ‘연대’의 장르라 평했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로부터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며, 동시에 삶과 노동을 통과한 자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이 무엇인지, 또 그런 자만이 상정할 수 있는 죽음이 무엇인지 소박하고 담담하지만 누구보다 아프게 되묻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시를 단문으로 짧게 끊어가며 정적인 긴장감을 생성해 실존의 한순간을 일깨운다. 이렇듯 시에서 생생하게 드러나는 삶의 현장성은 노동이 남긴 인간의 개별성을 강조한다. 가난에 자줏빛 눈물을 흘리며 붉어서 서러운 노동을 지고 살아온 시인은 연분홍 참꽃을 보며 사랑을 떠올린다. 꺾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하나 진 꽃은 또 핀다. 연분홍으로 웃고 울다 연분홍으로 진, 한결같은 모습으로 제 몫의 생을 살아내고는 담담하게 져버리는 그 모습에 말한다. 지는 꽃에게 말 걸지 말라고.
자서
제1부
새의 편지
제2부
파계사 / 먹고 사는 일 / 다시, 봄 / 깍지 끼는 강 / 눈 온 세상 / 낙엽 / 참꽃 / 봄에 오는 눈 / 보리암
제3부
검은 얼굴 / 생선구이
제4부
옹달샘 / 목련 / 염소 울음 / 욕쟁이 아재 / 누가 볼까 봐 / 수몰지구 / 강정나루 / 가난의 맛 / 옛 생각 / 부자
제5부
절개지 / 가버린 뒤쪽
제6부
플라스틱 / 쇠꽃 심장 / 쇠와 사랑은 / 쇠장수 / 비 오는 날 / 어판장 / 배롱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