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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688806 / 512쪽 / 670g / 15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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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선친께서 떠나가신 후 두 번째 봄을 맞습니다. 아직도 선친의 부재가 실감이 나지 않아 가끔 당황스럽습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만나게 되는 선친의 모습은 그러나 다가서면 홀연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여러 달 와병 중에 계시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늦가을 오후, 모처럼 낚시터 물가에 앉혀 드렸을 때 눈을 감은 채 하늘을 우러러 “오십 년 지기의 손길 같은 햇살이 정말 좋구나” 하며 만족해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승에서라도 성한 몸으로 따스한 봄볕 가득한 물가에서 낚싯대 한 대 펴놓고 평안하시기를 그저 소망할 뿐입니다. 선친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가며 어떤 이유에서든 마무리 짓지 못한 미완의 작품과 단행본으로 발간하지 못한 여러 작품을 정리, 발간하고자 계획했습니다. 나중에 선친의 전집 발간을 위한 선작업이기도 하고, 천승세 문학세계의 전모를 이해하는데 당연히 포함돼야 할 중요한 부분이기에 그렇습니다. 그 첫 번째로 준비한 <선창>은 1981년 1월부터 1982년 10월 30일까지 ‘광주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입니다. 애초 3부작으로 구상, 집필하셨던 작품입니다만 1부만 마친 상태로 남게 되었습니다. 당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활동에 전념하시면서도 방대한 자료를 참고해가며 글을 써나갔지만 1부만 마친 상태로 남게 되었고, 여러 이유로 결국 선친 뜻대로는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부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한 편의 완성작으로 볼 수 있기에 독자들께서 읽어가며 작가의 노력을 이해할 수 있고 치열한 작가정신 또한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간 준비작업을 하면서 가급적 당시 광주일보에 실린 원고 그대로를 싣고자 했으며 어려운 한자, 단어에는 각주를 달아 읽는 데 도움이 되게 했습니다. 당시 <선창>을 쓰실 때 남기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밤새워 몇 회의 분량을 겨우 마친 아침 탈진한 모습으로 “내가 이 소설을 쓰면서 확 늙는구나!” 하며 힘들어 하시던 뒷모습이 아직도 안쓰럽고 생생합니다. 그만한 노작이었음에도 미완으로 남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선친의 여러 작품 속 인물들에선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연상되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 시대의 부조리, 현실의 모순에 저항하며 역경을 이겨내려는 강인한 사내들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인물에 투영된 작가의 일면을 종종 만나게 되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선창>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모쪼록 <선창>이 일반 독자는 물론 소설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읽는 재미와 함께 작가의 노력과 예술혼을 전해주고, 소설 공부에 큰 도움이 되어 주길 기대합니다. 선친의 미완성 유작을 정리, 발간하는데 뜻을 함께하고, 선뜻 출판해 주신 출판회사 헥사곤에 감사드립니다. ● 천의경 / 하동 천승세 기념사업회 책 속에서 297. 세가(勢家) 1 온통 노랗게 뵈는 세상이었다. 하늘도 땅도 노랑색 한가지로만 물들여졌나 봤다. 가물가물 혼줄이 나가는 낌새였다. 노랑색 하늘 가운데로 씨가지 열리듯 아슴아슴한 얼굴들이 떠돌았다. 조부의 얼굴인 듯도 싶고, 병삼노인의 얼굴인 듯도 싶었고, 그리고는 승주댁과 어린 상모놈의 얼굴인 듯도 싶은 형상들이 백근짜리 바윗덩인 양 내려앉는 거였다. 당포는 그제야 ‘제포’ 땅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렸다. 시린 눈꺼풀을 닫는데 청승맞은 가락이 고막을 채웠다. 공발 영감과 병삼 노인의 목소리인 듯싶었다. 주고 받고 매기곤 되받는 소리에 어지간한 신명이 돋쳤다. 당포는 애써 귀를 종그리며 그 아련한 소리들을 담는다. 그렇겠다. ‘합포’ 땅의 먼 세월일 것이었다. 어이허야 지점이야아- 수동해지 조선이라 산맥이고 장군이라, 영상이고 선민이니 수성에다 국군이라, 병신존어 손어하고 민불방초 요순이라, 태벽혈에 지두하고 수불탑이 원부카네,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천하명기 나릴즉에 태백용이 함께내려. 소백산 기봉하여 소백산에 내린용이, 주마뫼 떨으져서 명승당이 되얏고나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이명당에 터를잡고 초가삼칸 지을적에, 오행으로 주추놓고 인의예지 기둥세와, 팔조목 도리얹고 하도낙서 대붕얹고 계졔연목 걸으놓고 차차로 잔자메니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오?초로 알매치고 사대문을 지을즉에, 일륙수를 북문내고 이치하라 남문내고, 삼팔목에 동문내고 사구구문 서문내고, 고방장에 고방내고 천울방에 문을내가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이명당 이터으다 좋은일 가려받어, 새집짓고 들은연후 왕운을 받들즉에 남전북답 장만하여 우리부모 봉양카고, 자손만 번성혀라 한탯줄에 팔형제라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한사당에 글을갈쳐 경주서울 첫서울에, 과거보기 힘을쓰니 등방급제 하얏고나, 알상급제 하온후에 부귀영화 좋을시고, 우리인생 두고보면 호사다마 분명하다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한두살에 철을몰라 부모은공 갚다카나 이삼십을 당해놓고 부모은공 못다갚네 무정셰월 여류하여 원수백발 돌아오니 한심하고 가련허다 애롭고도 설은지고 어이허야 지점이야아- 절통허고 분통허다 헐수없제 헐수없어, 홍안만 늙어가고 사람의 이공도를 뉘라서 막을손가 춘초만 연년록이라 사람칠십 다살어도 죽을인솅 불쌍코나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당포는 이내 사흘난 송장처럼 길게 누워 뻗었다.
세가
정어
제2장 주망창해
향호배
곽암
대루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