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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하양으로 - 민음의 시 287 (양장)

강정 저 | 민음사 | 2021년 09월

커다란 하양으로 - 민음의 시 287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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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09073 / 168쪽 / 235g / 124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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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나는 지금 열렬히 죽은 채 나는 지금 죽어도 좋다 몸이라는 웅대한 거짓말이 숨통을 조여도 죽음 다음은 머리칼에서 풀려난 비녀처럼 뾰족하고 또렷할 것이니 그래서 나는 지금 열렬히 죽은 채 오 초마다 꼿꼿하다 ―「오 초의 장식」에서 『커다란 하양으로』의 화자들은 죽음 앞에 담대하다. “나는 지금 죽어도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죽음 이후 찾아올 ‘또렷함’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다. 확신은 그가 “지금 열렬히 죽은 채” 살아 있는 데서 온다. 이 시집에서 죽음은 대수롭지 않은 듯 삶과 함께 놓여 있다. “입관 직전 벌떡 일어나 오늘의 안부를 적는 시체”(「생시의 입관(入棺)」)처럼, 죽은 자는 안부 전화를 걸기도 하고 돌연 살아 있는 얼굴로 나타나기도 한다. “온 세상을 삼키려 드는 죽음”(「커다란 하양으로」)의 긴장이 언뜻언뜻 드러나지만, 이 죽음은 삼켜진 채로, “살아 있는 오늘의 빛”에 감싸인 채로 존재한다. 산 자가 일상에서 죽음을 마주치고, 죽음에 예속된 자가 죽음을 대담하게 껴안는다는 불가능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집의 마지막에 실린 산문 「무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길가의 고양이와 눈 마주친 화자는 문득 “내가 고양이를 본 게 아니라 고양이의 꿈속에 내가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이라는 확신을 느낀다. 고양이의 꿈속은 “현실보다 엄밀하고 또렷한 시공간”이다. 이 세계의 경험은 “죽는다고 해서 완전히 죽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나’를 벗어나 나를 바라보고, ‘죽음’ 바깥의 세상을 경험해 본 이는 이렇게 초연한 문장을 말할 수 있다. “나는 그저 떠도는 눈의 반사체들일 뿐/ 나 자신인 적 한 번도 없었다”(「눈물의 모서리」). ■ 하양의 자서전 생각이 지워지고 지워진 생각이 다시 글이 되고 글이 된 뜻이 전하려던 뜻을 전하지 않겠다는 체념이 되어 백지 뒤가 두텁게 열렸다 (......)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잠시 돌아본 자의 뒷모습이 평생 동안의 나였다 살아 있던 시간이, 모든 시간이 다 지난 다음 조립된 시간 스스로의 관이었던 거다 ―「지우개로 지은 집」에서 나와 죽음을 넘어서, 화자는 ‘커다란 하양으로’ 향한다. 하양의 세계는 축적된 지식과 습성으로 구성되는 색채를 무화시킨다. 세상은 사람들이 이름 붙인 다채로운 색으로 구성되지만, 화자가 경험한 또 다른 시공간인 꿈속은 무채의 세계다. 흰색, 즉 빛의 총체인 동시에 표백과 박멸의 색인 하양에 주목한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작품해설 「하양의 자서전」에서 『커다란 하양으로』를 두고 “어떤 색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철의 그물망을 들고 세상을 관찰하는 한 무채론자가 색채에 두고 이루어 낸 전복적인 색상환이자 성공한 반란”이라고 말했다. 썼다 지우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백지의 가능성이 열리듯, 하양의 에너지는 세계와 나 사이의 경합과 전복, 부서짐과 깨어짐에서 나온다. 강정에게 시는 자신을 가둔 세계에 맞서 내 안의 세계를 항변하고 주장하는 도구이자, 그 주장을 스스로 파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더 큰 침묵 속에서 더 하얀 절규로 어둠의 형태를 망각 또는 양각하기 위해”(「무채」) 시는 쓰인다. 나로 규정되고, 나를 통해 규정하고, 다시금 그것이 깨어지는 움직임 속에서 시는 “한때 작렬하다가 말라붙은 시간의 완고한 응결체”가 된다. 그 응결체로서 우리 앞에 놓인 『커다란 하양으로』를 ‘하양의 자서전’이자 시의 자서전이라 불러 보아도 좋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강정
저자 : 강정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했다. 『그리고 나는 눈먼 자가 되었다』 『처형극장』 『키스』 『백치의 산수』 등 8권의 시집과 『그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콤마, 씨』 등 5권의 산문집이 있다. 록 밴드 ‘엘리펀트 슬리브’의 리드 보컬이다.

목차

1부

왼손 미사 15
오 초의 장식 17
죽음의 빛의 19
생시의 입관(入棺) 22
돼지 떼가 몰고 온 상여 24
수평선 너머 27
커다란 하양으로 30
우는 거미 32
달의 독무(獨舞) 34
한겨울, 바다의 분진 36

2부

러닝 타임 41
보라 선 45
진화론 48
살의 파도 ― 박병천 ‘살풀이’ 모창 50
뱀을 만난 길 ― J에게 52
유리 전차 55
마주 선 창백 58
해 끝으로의 산행 61
십자 그늘 63
눈물의 모서리 65

3부

군청(群靑) 바깥으로 69
학의 평범한 자태 71
왼발의 구도 73
전태일 기념관 76
짓눌린 날개 78
배우 80
인형의 화엄(華嚴) 84
집 속의 집 86
모차르트 비린내 92
해 지는 정음(正音) 95

4부

찢긴 막 99
E-D-Am-E 101
귓속, 파도의 침소 104
까마귀 따라 107
야금(冶金)된 여명 110
귀에 걸린 애련 112
안녕, 비둘기 114
지우개로 지은 집 116
그림자 교회 118
아침의 굴과 골 121

5부

무채 125

작품 해설?박혜진(문학평론가)
하양의 자서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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