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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낡고 녹슨 철조망

강민영 저 | 삶창 | 2022년 04월

우리 사이의 낡고 녹슨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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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491 / 312쪽 / 410g /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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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이 산문집의 특징이라면 무수히 많은 잠언과 조우한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호출된 작가가 카뮈였다. 카뮈는 현실 인식이 뛰어난 작가다. 카뮈의 소설은 삶의 불온성과 병약함 같은 것을 우리에게 눈치채게끔 생활의 심화, 즉 인권의 바른 가치를 알게 해준다. 또한 어떤 욕망과 도시의 질환들을 분석하게 만드는 힘을 꿈틀거리게 해준다. 강민영의 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신이 다루는 주제를 풀어내는 사고력이 그럴듯한 수사에 의존하지 않는 점이다. 고전을 언급하면서도 자기의 사유와 언어로 문장을 쓸 줄 안다. 이 예술적 감수성은 튼튼한 현실인식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병일(시인) 작품을 말하면서 나를 말하기 책의 1부는 대체로 저자의 일상적인 경험을 저자 스스로 확인하고, 해석하고, 내면에 아로새기는 작업들로 채워져 있다면, 2부는 시인으로서 또 조형예술가로서 인류의 정신적, 미적 유산들을 작가나 예술가의 삶과 함께 읽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은 2부에 이르러서야 이 산문집을 ‘예술과 삶의 에세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2부에 실린 글들에서 저자는 자신의 다양한 작품 읽기 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는 난삽한 평론가적 눈이 아니라 친절한 가이드의 역할을 하지만 단지 거기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작품 읽기가 자신에게 내면화되는 과정 즉 ‘읽기’가 ‘익기’가 되는 정서의 떨림이 배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절망한다. 사람 때문에 절망하고 사람 때문에 절실하다. 한 편의 영화, 한 권의 책, 그리고 한 페이지의 글, 혹은 몇 줄의 짧은 문장이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갈등하는 우리를 곧바로 요점에 이르게 한다. 글과 영화에 녹아 있던 작가의 의식 덕분에 그와 동시대를 살아보고 싶은 갈망을 갖기도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이 절대적이라며 추구해왔던 삶의 목표와 방식이 근본적으로는 우리를 구원해주지 못한다는 것과,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놓쳤거나 외면했던 가치는 역시 인간에게서 나오는 향기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실수한다면, 그게 바로 탱고죠」) 저자의 이러한 반성적 통찰은 글 편 편마다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통찰에는 포즈가 없다는 것을 독자도 어렵지 않게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강민영 시인의 장점이고 이 책의 특징일 것이다. 이것은 보기 드물게 산문집에 해설을 쓴 이병일 시인의 짚어주기에도 잘 드러난다. 이병일 시인이 말하는 강민영 산문의 특징을 옮겨보겠다. 그는 나를 말하면서 작품을 말하고, 작품을 말하면서 현실을 말한다. 그 현실의 진술 속에서 대상과 나, 주체와 현실을 순환하면서 직관적으로 감지되는 ‘삶의 태도’를 읽어낸다. 이와 같이 그는 지금 여기의 눈으로 작품을 이해한다. 그러하기에 “지금 살아 있는 노인이 얼마나 더럽고 추레하든 그는 결코 하찮은 사람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그는 그 나이까지 살아남아 자기 생명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이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해설, 「예술의 힘으로 커진 사람은 인간으로도 큰사람이 된다」 책 속에서 오래전에 읽은 감동적인 글이 생각난다. 뉴욕의 거리에서 풍선을 파는 남자가 있었다. 흑인 아이 하나가 멀리서 풍선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다가가서 “아저씨, 저 검은 풍선도 하늘 높이 날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그 남자는 “그럼, 날 수 있지. 자, 봐라”라고 말하면서 풍선을 색깔별로 골라 하늘로 날려 보냈다. 파랑, 노랑, 빨강, 흰색, 검정의 풍선들은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갔고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풍선 장수는 아이에게 말했다. “풍선을 날 수 있게 한 것은 풍선의 색깔이 아니라 그 안의 공기란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후에 아이는 성장해서 미국의 저명한 인권운동가가 되었다고 한다.(「가르침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다.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나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듯, 삶의 반대는 절망에 굴복하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앞의 책에서 “행복하게 죽기 위해서는 행복하게 살아야 하며 죽음을 겁내는 것은 삶을 겁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삶의 이면에는 늘 죽음이 있으므로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삶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이삶의 완성이고 어떻게 해야 잘 죽는 것인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각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다만 우리의 죽음의 선택과 방식을 남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우리의 욕심일 수도 있겠다(「죽음, 따스한 입맞춤의 순간」) 독서를 꾸준히 한다면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줄이고 자기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그 세계가 성공을 향해 줄타기하며 치열하게 최고를 추구하는 세계만 아니라면 문학이 주는 선물을 톡톡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자기 혁명과 변화와 계몽과 가치관의 정점을 찍게 될 것이다. 처음 얼음판 위로 갈라지기 시작한 몇 개의 균열에 문학이 망치질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평생 책을 읽으며 늙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작가가 되기로 했다.(「문학이 내게 준 선물」) 행복할 때 느끼는 불안은 분리될 때 오는 슬픔으로 대체되어 우리를 더 고독하게 한다. 이들의 갈망과 충족은 차라리 지속할 수 없어 고독한 것이다. 달콤한 짧은 꿈에서 다시 치열하고도 단조로운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갈증 또한 참담하다. 불안과 공포, 갈망은 사실상 우리의 불완전하고도 미흡한 내면을 특징으로 한다. 그렇게 벡신스키는 내재된 우울과 공포를 표현하고 드러내면서 평생을 견디고 살았다. 그는 아내의 죽음, 아들의 자살을 겪으며 살다가 안타깝게도 100달러 정도의 돈을 빌려주지 않아 앙심을 품은 친구의 10대 아들 두 명에게 십여 군데나 칼에 찔려 살해됐다.(「즈지스와프 벡신스키의 사랑과 고독」) 모스크바에 야스나야 폴랴나로 불리는 톨스토이의 영지가 있다. 그곳에 비석도, 비문도 없는 관 모양의 직사각형 풀 무덤에 그가 누워 있다. 야스나야 폴랴나, 밝은 공터라는 뜻에 걸맞게 그의 무덤 위에는 햇빛이 가득 차 있다. 울창하고 커다란 떡갈나무와 갈참나무 숲속, 산책로 옆 그의 무덤만으로도 이반 일리치를 통해 보여주었던 톨스토이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톨스토이는 유언에서도 어떤 화려한 장식이나 공식적인 추도사 없이 평범한 농민의 죽음과 같은 장례를 치르라고 했다. 이반 일리치가 임종할 때 그를 둘러싼 모든 절차와 의식을, 기만적이라고 말하는 데서 톨스토이의 의식이 그대로 나타난다.(「종은 우리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강민영
저자 : 강민영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과 그룹전,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그룹전, 그 외 인사동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하며 조형예술 작가로 활동하다가 2007년에 수필 신인상을, 2015년에 『내일을 여는 작가』에서 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수필가, 시인이 되었다. 저서로는 서간집
『아들이 군대 갔다』와 시집 『아무도 달이 계속 자란다고 생각 안 하지』가 있다. 다음 출간할 네 권의 책을 집필 중이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4


1부
커피와 함께하는 여백의 시간12
가르침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17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그에 대한 사회적 고찰24
삶과 죽음을 엮는 강렬한 힘29
죽음, 따스한 입맞춤의 순간33
유효기간이 지나간 사랑38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는가44
사랑의 민낯48
원망만큼 컸던 그리움53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59
내가 책을 읽는 이유67
문학이 내게 준 선물75
용서하는 일81
누드, 본능과 순수의 생명력을 스케치하며90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94
즈지스와프 벡신스키의 사랑과 고독98
이문열의 『금시조』에서 만난 예술혼103
내 삶에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과 댄스108
황혼 무렵에 들리는 종소리115
남성 우월감과 성차별121
경계를 넘어간 사람들130
노년의 뻔뻔함140

2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148
“가요!”, 사랑의 또 다른 말156
실수한다면, 그게 바로 탱고죠162
아름다움이 도달하는 지점170
무지에 대한 경계와 면책권175
부모에게 살해당하는 아이들180
세상의 끝186
소년의 선택191
쓸쓸함은 줄어들지 않는다198
길을 비켜 가다204
내 삶보다 죽음이 더 가치 있기를209
삭제된 메시지입니다213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219
다섯째 아이, 벤227
살면서 배우는 거지234
유인원의 그림과 롤리타241
이편에서 저편으로249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다253
나는 에로스의 노예가 되었습니다259
종은 우리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266
이 기나긴 노력 끝에275
결핍의 도시279
우리 사이의 낡고 녹슨 철조망286

에필로그292

해설 | 예술의 힘으로 커진 사람은 인간으로도 큰사람이 된다297 이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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