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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불멸의 생에 깃든 죽음의 미학과 영생에 관한 철학적 사색 술상의 술안주에나 어울릴 ‘인간의 이야기’에 진 도깨비의 수장 홍제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청소부의 허리춤에 매달려 인간의 세상에 버려지게 된다. 인간을 이해하기엔 역부족인 홍제는 움직일 수 없는 책이 되어 인간의 시간을 무한히 흘려보낸다. 도깨비 섬으로 돌아갈 기회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홍제의 파란만장한 생. 내기를 완성할 미담을 찾아 끝없이 인간의 생을 떠도는 홍제의 자괴감과 인간의 끝없는 배신, 그 안에 깃든 홍제의 또 다른 깨달음을 찾아서. 무한의 생과 유한의 생이 벌이는 판타지 스릴러 도깨비 홍제로 인해 인간의 부귀영화를 손아귀에 쥔 기문은 또 다른 욕망에 눈뜨고, 감히 탐할 수 없는 홍제의 영생을 소원하게 된다. 채집자로 앞세운 인간으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것은 홍제의 숙명인가. 불멸의 도깨비 홍제의 곁에서 그의 영생을 손에 넣고자 하는 기문과 무한의 생에 염증을 느낀 홍제는 인간의 죽음을 동경하게 된다. ‘인간의 내기’를 완성해야할 임무는 망각한 채, 인간의 틈바구니에서 배신만 거듭 당하는 홍제의 생 끝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수천 년의 장구한 세월 속에 펼쳐지는 홍제와 인간의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다. - 책 속에서 혹시라도 내가 내기에서 이긴다면? 그렇게만 된다면야, 귀설에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홍제의 조롱을 더는 받지 않아도 될 절호의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잖은가. 홍제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17쪽 어느 날인가부터 오르의 방에 수상한 것들이 기생하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소리. 습습한 그림자. 까무룩 잠이 들다가도 웅성거림에 오르는 몸이 절로 동그랗게 말렸다. 정체불명의 소리가 자신을 해코지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아니고 장터의 왁자지껄 사람소리도 아니다. - 33쪽 차량의 외부는 물론 내부 어디에도 불은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불에 탄 것이라고는 사람뿐이다. 사람이 수시로 드나드는 호텔 주차장임에도 불기운이나 냄새를 맡았다는 사람은 없었다.“경찰도 어이가 없는지 그냥 갔습니다. 하기는 저도 이런 사건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라니까요.” - 49쪽 탈린을 펼치자면, 파란 불꽃은 그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 불꽃 역시 오르는 탈린이라 불렀다. 탈린은 귀화가 잠든 틈을 타 집안 곳곳을 훑고 다녔다. 나중엔 오르가 있는 곳이면, 학교든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든 상관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따라다녔다. - 69쪽 “조그만 녀석이 쓸데없는 노파심이 많군. 너를 잡아먹진 않을 거야. 심장을 꺼내 먹지도 않을 것이고. 일단은,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 다 들어줄 거야.” “그 다음엔요?” “그 다음엔 내가 원하는 걸, 네가 좀 해주면 돼, 아주 먼 나중의 날에 말이지.” “그것뿐인가요, 정말로?” “정말로 그것뿐이야.” “그래도 만약, 내 심장이 필요하면 일 년, 아니 십년 뒤에나 가져가요. 아니, 아니에요. 내가 죽고 싶다고 말할 때 그때 가져가요.” - 83쪽 괴물은 홍제가 아니라 인간들이다. 인간은 홍제를 손아귀에 넣기 위해 측은하게도 몸부림쳤다. 홍제에게 인간은 흔하게 태어나고 흔하게 죽는 생명에 불과했다. 인간은 아둔해서 그것을 알지 못했다. - 117쪽 홍제의 책을 들추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되는 일임에도 인간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권력을 쥔 자들의 잔꾀는 거기서 나왔다. 책이 사람을 삼킨다면 뒤탈이 없는 이들을 불러 시험하면 된다. 책을 펼친 찰나,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책이 토해낸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그들은 책의 정체를 알았지만 함구했다. - 141쪽 늙음을 모르는 홍제를 누군가는 숭배하고 또 누군가는 저주했을 것이다. 홍제 옆에서라면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결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것은 천형.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괴물, 홍제. 기문의 불어나는 나이는 훈장도, 지혜도, 뭣도 아니었다. - 183쪽 하진은 차에서 내렸다. 불덩이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는 몸을 낮춰 걸었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불덩이를 눈으로 쫓았다. 횃불도 반딧불도 아니다. 제 의지로 움직이는 불덩이.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음에 하진은 얼떨떨했다. 허둥지둥 휴대전화를 꺼냈다. 사진이라도 찍을 심산이지만 손이 말썽을 피운다. 하진의 손끝이 자꾸 엉뚱한 버튼에 닿았다. - 203쪽 껍데기뿐인 고백.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고백이었다. 귀화를 탓할 수 없음에 홍제의 실소는 허탈하게도 번져갔다. 제 아무리 도깨비라도 죽은 아이를 되살릴 방법은 없었다. 보지도 못했으니 그리움 따위는, 애잔함 따위는 없어야 했다. 자신의 아이라고 받아들인 순간부터 죽은 아이는 홍제의 가슴에 큰 구멍 하나를 남겼다. 그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홍제는 리아의 죽음과 삶이 있던 곳을 찾아다녔다. - 246쪽 홍제는 아내의 치마를 뒤집어쓰고 뒹구는 청소부에 눈살을 찌푸렸다. 팽하니 돌아앉았다. 도깨비 섬에 대한 얘기를 다 듣지 못한 것이 억울하고 또 허전했다. - 252쪽 생의 유한함은 얼마나 고귀한가. 하나의 죽음이 수많은 생명을 위해 남긴 것들은 또 얼마나 감동적인가 말이다. 홍제는 어리석고 아둔한 인간을 닮아갔다. 경멸은 사랑받지 못한 홍제의 옹졸한 마음이었다. - 295쪽 도깨비와 인간이 다름에도 무녀라는 신분을 등에 지고 홍제와 똑같기를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령은 도깨비를 농락했고 하늘은 노했다. 비령은 어두운 동굴에 갇히고 혼령은 저 홀로 구천을 떠돌았다. - 304쪽
프롤로그 인간들의 내기
도깨비의 인간, 인간의 도깨비
에필로그1 복수, 그 이후의 시간
에필로그2 감동의 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