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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푸가 - 삶창시선 67

박관서 저 | 삶창 | 2022년 01월

광주의 푸가 - 삶창시선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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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484 / 136쪽 / 136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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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짱짱하게 얼어부렀네 터져 오르던 그날의 함성이 그리 사라지진 않는다고 무지렁이 낮은 목숨들이 모여 말로 눈물로 주먹으로 한숨으로 (…) 사십 년을 보내고 사백 년을 다시 맞으러 차갑게 결빙된 영하의 광장을 저리 뜨겁게 건너고 있네 _「도청 분수대」 부분 “짱짱하게” 얼어붙은 전남도청 분수대를 보면서 시의 화자가 느낀 것은 도리어 뜨거움인데, 이는 얼어붙은 현실을 건너가고자 하는 마음의 다른 표현이다. 객관적 현실에 대한 감각과 인식이 시에서 무엇보다 우선이지만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의 마음’이 없다면 작품의 밀도와 긴장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시의 마음’이 없을 때 시는 현실에 곧잘 굴복하기 때문이다. 박관서 시인의 이러한 ‘시의 마음’은 이번 시집 전체에서 두루 발견된다. 이 작품에서도 현실이 얼어붙긴 했지만 “짱짱하게 얼어부렀”다는 표현을 통해서 ‘얼어붙음’ 자체를 인식하는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마음이 두드러진다. 표제작인 「광주의 푸가」에서도 시인의 그러한 ‘시의 마음’이 읽힌다. 이 작품에서는 5월 광주의 학살자인 “독재자”가 죽고 나서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시의 마음’은 그동안 “맑은 하늘”을 가리고 있던 존재가 단지 “독재자”뿐만이 아니었음을 말하고 있다. “독재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알게 모르게 우리도 ‘독재자의 마음’을 받아들였었다는 성찰을 통해서 “맑은 하늘”이 등장하는 점은, 앞에서 말한 어떤 현실 극복 의지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는 것을 증거한다. 역사적 사고와 지역적 상상력 이번 시집을 읽을 때 또 하나 유념해야 할 점은, 박관서 시인의 5월 광주는 그 이전의 역사적 지평 위에 서 있다는 시인의 인식이다. 먼저 5월 광주의 시각에서 역사를 보는 작품들에서도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을 통해 시인의 역사 인식은 드러나는데 이는 시인의 무의식 속에 5월 광주와 다른 역사적 사건이 뒤엉켜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잠수부가 되었던 80년 그때, 눈앞에 있는 광주에 다가가지 못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광주를 말하지 못하고 다만, 물안경을 쓰고 깊은 바다에 잠겨서야 바라보던 광주를, 이제 다시 진도에서 본다 _「진도에서 광주를 보았다」 부분 4·19와 5·18 그리고 촛불을 지나고서도 우리의 얼굴은 왜 이리 엉망인가 아직도 얼마의 마늘과 쑥을 더 먹어야 인간의 얼굴이 되는 것인가 _「나라의 뿌리를 묻는다」 부분 「진도에서 광주를 보았다」는 세월호 참사 당시 죽음을 방치한 국가의 무책임성과 비윤리성을 들어 1980년 5월 광주와 포개놓고 있으며, 「나라의 뿌리를 묻는다」에서는 식민지로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초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4·3이라든가 여순항쟁을 호명하는 작품들, 또는 미얀마 민주화투쟁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내비친 시편들에서 박관서 시인에게 5월 광주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나 동시대의 사건과 뿌리 깊게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인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정서를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시인의 역사 인식이 구체적 현실의 지반 위에서 세워졌음을 확인시켜준다. 이는 지역 정서를 갖는 것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곡해되는 이상한 풍토에 비견해보건대, 박관서 시의 건강함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역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상상하는 것이 곧 과학기술문명의 역설이 강제하는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의외의 비결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박관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여간 빛나지 않는다. - 쓸쓸한 간이역과 큰 기차역 사이에서 푸른색과 빨간색의 깃발(入換作業)로 30년 훌쩍 넘게 ‘5월 광주’를 살아낸 박관서 시인이 그동안 가슴으로 발효시킨 시편들을 들고 ‘세상이라는 큰 역’으로 나와 ‘사람’이라는 간이역에서 시의 깃발을 들었다. “그림자로 실체를 덮지 않겠다는 다짐”(「달맞이꽃」)과 “묵힌 분노만이 사랑”(「광주행」)이라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 믿음은 위험하지만/ 앞을 바라보지 않는 믿음은 없다”(「빚」)며 수화를 건네고, 그러면서도 칼빈총을 들고 트럭 짐칸에서 “빛을 지워 빛을 찾아내던 소년”(「눈빛」)을 가슴에 저장하고 있다. 광주는 박관서에 이르러 오늘 우리 삶의 자리로 실감되며 확장되고 있다. 착하고 순해 보이지만 한층 넓어지고 다부진 가슴을 담아, 눈물과 한으로 저며진 시(詩)의 깃발로 ‘세상이라는 큰 역사(驛舍)’에 펄럭이고 있다.(강형철, 시인)

저자 소개

  • 저자 : 박관서
저자 : 박관서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96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철도원 일기』와 『기차 아래 사랑법』이 있다.

목차

시인의 말ㆍ5

제1부 약산의 나라

달맞이꽃·12
광주행·13
회인에서·14
빚·16
길·17
눈빛·18
조태일문학관·20
망월동에서·22
얼굴 소묘·24
약산(若山)의 나라·26
꽃잎 흐르는 물에·28
은행나무 이야기·30
40년, 양팔을 뻗어·32
묘역에서·34
그의 눈을 바라보고 싶다·36

제2부 광주의 푸가

광주의 꽃말·38
그가 다녀간 후로·40
김현을 생각하는 저녁·41
동백꽃 72주년에·42
도깨비 땡볕·44
진도에서 광주를 보았다·46
우물·48
광주의 푸가·50
가을날에 건네는 차 한 잔·53
바라보는 미얀마여, 바라보소서!·54
하늘을 나는 것이다·56
나라의 뿌리를 묻는다·58
도청 분수대·59
그림자·60
천년의 하늘을 날다·62

제3부 인디언 매듭

깔링의 기도·66
양의 심장을 꺼내는 시간·68
인디언 매듭·70
몽탄(夢灘)·72
水山, 水仙을 만나·74
가거도 산다이·76
다경포(多慶浦)·78
상강(霜降)·80
레몬 인간·82
정읍사(井邑詞)·86
호랑가시나무의 말씀으로·88
다순구미·90
월선리 4년 차, 현금숙 여사의 노래·92
몽골에서·94
장구잽이 이다름·96

제4부 다시, 길을 나서며

다시, 길을 나서며·98
봄비·99
꽃이 피는 시간·100
흰·102
어무적과 송경동·104
알흠다운 가게·106
가거도行·107
11월, 탱자울에서·108
째보선창·110
백년, 나비의 세월·112
귀가(歸家)·113
무안에서·114
벅수, 벅수·116
겨울비 멀리·117
무화과(無花果)·118

해설
광주를 넘어 광주로, 반복을 넘어 반복으로(황규관)·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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