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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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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진, 박종하
- 18,000
- 16,200
- 13,500
- 19,800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생각해 보면 나의 십 대에도 나의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현아야!”라고 다정하게 손짓하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나에게 말 걸기 어려웠다는 친구, 집까지 찾아와 학교 오라고 설득했던 선생님, 마지막 십 대에 만난 회사 선배들, 그리고 가족들.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들이 나를 지지해 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견디고 있는지 몰라요.
이 시들은 제가 만난 십 대 친구들의 이야기이며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소할지 모르지만, 우주보다 더 큰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지지만,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한결 좋아지니까요. 특히, 세영과 희정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함께 꿈꾼다면 조금 행복할 것 같습니다.
○책 속으로
내 어깨엔 주눅이 붙어살아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어디에선가 귀신처럼 날아와요
깔깔 웃는 내 얼굴에도 가끔 주눅이 붙어요
자세히 보면 교복에도 얼룩처럼 붙어 있죠
거울 속 그림자처럼 나만 볼 수 있다면
주눅 같은 건 없다고 거짓말 칠 수 있는데
나만 빼고 다 보이나 봐요
어깨 가슴 쫙 펴고 다니라고
교복 신경 쓰지 말라고
땅바닥 보지 말고 정면만 보라고
말해 주는 내 친구 등에도 주눅이 붙어 있죠
학원 가는 길 신호등 옆
빨간 등이 켜질 때를 기다리며 내 친구는
가끔 이런 고함을 지르죠
흥, 칫, 뿡
친구 등짝을 후려치면
주눅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잠깐,
주눅은 또다시 내 친구 머리 꼭대기에서
룰루룰루 노래를 하죠
가끔 내 친구와 나는 주눅 든 책가방을
서로 바꿔 들기도 해요
그러면 주눅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친구와 나는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을 연구 중이에요
-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 전문
버스 안 서열은 대충 넘어가야 해
너희들 교복과 모양이 달라도 대충 넘어가
내가 태어날 때 너희들과 다를 줄 어떻게 알았겠냐
너희들이 엉덩이에 땀띠 나도록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나도 실습실에서 엉덩이에 쥐가 나도록 실습을 해야 한다고
세탁소 냄새가 폴폴 나는 너희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어
버스 안에서 내 교복 보고 수군덕대는 거 알아
모르는 척 반대편으로 돌아서기도 했지 창밖을 보는 척
오래 쌓아 둔 낙엽처럼 지린내 나는 이 층 교복 가게에서
교복 입은 나를 보며 엄마가 눈물 한 방울 슬쩍 떨어뜨리는 걸 봤어
문제아였던 나는 고등학교에 갈 수 있을지가 문제였거든
너희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그 힘으로 계속 너희들과 같은 버스를 타는 거라고
그러니까 버스 안 서열은 그냥 대충 넘어갈래
- 「교복과 교복 사이」 전문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는 비밀이 아니다
삼촌은 삼촌이라서 알려 줬다
고모는 고모라서 알려 줬다
열쇠가 있는 할머니는 비밀번호를 몰라도 들어온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내 친구 희정이도 알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식탁 위에
‘우리 세영이 용돈’이라는 쪽지와 함께
만 원짜리 한 장이 놓여 있다
택배 배달하다 잠깐 들른 삼촌일 수도
밤새 식당에서 일하고 잠깐 들른 고모일 수도
시골에서 농사짓다 잠깐 들른 할머니일 수도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는 비밀이 아닌 것처럼
웃음이 나는 내 마음도 비밀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비밀번호의 비밀」 부분
제1부 너한테 고백할 거야
열일곱 /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 / 쉬는 시간 / 내가 말 안 하는 이유 /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 바로 너라고 / 고백할까? / 헤어진 다음 날 1 / 헤어진 다음 날 2 / 속마음 / 교실에서 잠자는 이유 / 학교 가지 않은 날에 대한 변명 / 내 목소리 들려요? / 말 걸기의 어려움 / 불면의 이유
제2부 지옥의 상담 시간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알림을 읽고 / 근로하는 삼촌 노동하는 엄마 / 나의 고민 / 나는 결코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 입시 상담 / 텅 빈 마음 / 사회생활 / 절대 비밀 받아쓰기 1 / 절대 비밀 받아쓰기 2 / 교복과 교복 사이 / 손님보다 알바생 / 이건 정말 상상일 뿐 / 이름표를 다는 시간
제3부 할머니는 내 손을 잡을 때마다
배신감 / 엄마 때문이다 / 할머니 덕분이다 / 비밀번호의 비밀 / 아빠는 몰라요 / 오늘이 사라지면 좋겠다 / 쓸쓸한 마음 / 명령의 오류 / 오늘은 만우절 / 우리는 거창한 여행 계획을 세웠다 / 용서하는 마음
제4부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
첫 만남 - 이상한 나의 선생님 1 / 관심 - 이상한 나의 선생님 2 / 숙제 - 이상한 나의 선생님 3 / 작별 인사 - 이상한 나의 선생님 4 / 회사 다니는 엄마 - 엄마의 일기장 1 / 밥 먹고 학교 가 - 엄마의 일기장 2
우리 둘 다 지각 - 엄마의 일기장 3 / 너의 슬픔 - 엄마의 일기장 4 / 이 비밀은 딸이 몰랐으면 해 - 엄마의 일기장 5 / 연차 휴가 - 엄마의 일기장 6 / 내 딸의 남자 친구 - 엄마의 일기장 7 / 너는 말 못 하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 보다
발문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