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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백수인 시인의 시는 시공간의 무한한 확장이라는 서정의 본질적 요소에 충실하다. 다시 말해, 왜 서정적 세계관으로 진술해야 하는지 합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서정이라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형식, 그 자체에 매몰된 언어 나열이 아닌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백수인 시인의 시편들은 시간적으로 현재와 과거를 비약적으로 오가며, 공간적으로 주체의 자기보존 지점을 넘어서 보다 커다란 지평을 향해 확장되어가는 시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시적 스케일의 구심점에 언제나 자기 자신을 두고 있어 서정의 자기 본위에 충실해 있다. 이때 구심점으로서의 자기 자신이란, 대상에 대한 상실과 회복을 시인이 모티프로 삼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자아 → 대상 → 세계로 확대되어가는 시적 이미지를 통해 서정이 지닌 자아의 무한성을 구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백수인 시인의 독특성과 보편성은 이와 같은 시세계 구현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중략)
시인은 「너럭바위」, 「뜬구름」, 「단풍나무의 근육」 등 직접적으로 ‘앎’이나 ‘깨달음’을 진술하는 시편들뿐 아니라 시편 곳곳에서도 대상에 대한 섬세하고 직관적인 ‘견성’의 시선으로 자아와 대상 사물의 변화를 포착해낸다. 그리고 이를 보편적인 미적 감성이나 시대 인식으로 제시하여 그 시적 풍격을 높이고 있다.
흔히 서정시는 따분하다고 말한다. 서정시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버렸다고도 한다. 서정은 타자를 말살하는 알리바이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서정에 대한 비난이 조각난 자기 인식과 깨어진 사물을 무질서하게 나열하는 언어 유희들에 대한 적확한 변명일 수는 없다. 서정(poetry)이 잘못된 게 아니라 서정시(poem)가 잘못된 것이다. 서정은 죄가 없다. 기실 우리는 서정의 본질을 궁구하지 못한 채 그저 타성적으로 쓰여진 시 아닌 시들을 흔히 보곤 한다. ‘거리의 서정적 결핍’이 왜 무한아로 도약할 수 있는지, 무한아에 대한 상상력이 어떻게 보편적 지평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여전한 시적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시작에 임하는 이를 만나기 쉽지 않다. 백수인 시인의 시편들은 그에 대한 적절한 모범답안을 우리 시단에 제시한다. 자아의 확장은 타자에의 말살이 아니라 타자와의 조우이며 언어의 한계를 넘어 인식 지평의 보편성을 제시하는 서정적 시도임을 그의 시는 보여준다. 백수인 시인은 서정의 서정성에 충실하다. 그러하기에 역설적으로 우리 시의 희귀한 예가 된다. 무한아를 향한 시인의 서정적 노력이 더 많은 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 손남훈(문학평론가·부산대 교수) 작품 해설 중에서
제1부
섣달그믐 / 아버지의 가지산 / 톱 / 노루발 / 눈 내리는 아침 / 아버지의 일기장 ─ 유배 / 아버지의 일기장 ─ 마당 / 아버지의 방 / 어느 봄날의 쓸쓸함 ─ 바람과의 전쟁 / 남바우들판 건너기 / 시인의 무덤 / 고사리 꺾기 / 벌목 / 아버지의 손목시계
제2부
겨울 울란바토르 / 문 ─ 광동대협곡에서 / 소 발자국 / 궁전의 새 ─ 터키 여정에서 / 병마용갱 / 고로쇠나무 / 몽골 설원에 서서 / 두만강변에서 부르는 노래 / 혼불의 비행 ─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다 / 몽골의 칭기즈칸 / 출발 지연 /그리운 금강산 / 검은 목소리
제3부
눈썹은 칼이다 / 옹이 / 동적골 연리목 / 사위질빵 / 풀독 / 뜬구름 / 단풍나무의 근육 / 땅굴 속 풍경 ─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다 /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 / 등나무꽃 / 홍시 먹기 / 절벽 아래에도 매화는 피는가 / 눈썹달과 여우 꼬리 / 꿈 이야기 / 민들레 홀씨 / 강아지풀 / 한삼덩굴
제4부
기양사 자목련 / 사자산 / 석대벌 여장군 / 오월의 분수대 / 나는 지구다 / 정남진에서 하얼빈까지 / 한라산 기슭에서 무등을 바라보네 / 억불바위 / 두만강으로 달려간다 / 목장갑 한 짝 / 너럭바위 / 주먹밥 / 평화에 대하여 / 헬리콥터 / 징검다리를 건너며
작품 해설 : 무한한 보편성의 언어 - 손남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