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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201710 / 444쪽 / 625g /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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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대를 노래한 천부적인 시인, 낮은 자리에서 탄생한 사랑의 말들, 총 4부 구성으로 수록한 윤중호 시전집은, 1980년대에서 2000년 초반까지 윤중호 시인의 작품활동을 망라했다. 1부 ‘본동에 내리는 비’에서는 시인이 1980년대 중반 서울 본동에 살며 만났던 시인의 일상과 이웃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2부 ‘금강에서’는 1980년대 윤중호가 만나온 인물들의 성품과 표정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3부 ‘靑山을 부른다’에서는 자신과 뭇 생명을 키워준 삶을 ‘靑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러내고 있으며, 4부 ‘고향 길’에서는, 평생 가난한 이웃의 삶과 함께하며 시를 써온 시인이, 삶, 죽음, 사랑과 생명의 근원적 장소를 돌아보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젊음을 보낸 윤중호 시의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의 시는 고립된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이웃들, 저잣거리의 외침들, 들풀의 아름다움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당시에는 문학을 통해 민중의 삶을 시적 주제로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윤중호 시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와 이웃의 얼굴, 그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들여다보며 민중의 맨 얼굴과 삶의 모습을 담백하면서도 명징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1부 ‘본동에 내리는 비’와 2부 ‘금강에서’는 시인이, 고립된 이웃의 장소로 깊이 들어가 각 인물들의 모습과 삶의 기척을 섬세하고 생생한 언어로 전해주고 있다. 특히 「본동 일기」 연작과 「안면도」 연작에서는, 본동 판잣집 골목과 야학 활동을 하며 안면도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과 그 장소성을 뛰어나게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이웃들은,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민중의 관념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으며, 삶의 핍진성을 탁월하게 포착한 보편성으로 오늘날 더욱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 인물들은 시대적 관념의 열정에서 성급하게 드러난 것이 아니라, 시인이 자기 삶의 자리에서 만난 이웃과의 연대감을 바탕으로, 세심한 관찰과 사랑으로 형상화한 얼굴이다. “본동의 가파른 골목길에” 살던 시인에게, “한쪽 눈은 백내장으로 보이지 않”는 좌판 행상 아주머니의 얼굴이 본동의 진짜 모습이다. 시인이 “옆집 지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 “딸이냐고, 입을 가리고 웃으셨다.”(「본동일기 아홉」, 부분)는 아주머니의 얼굴이, 윤중호에게는 ‘詩’가 되는 것이다. 윤중호의 시는 인물의 얼굴을 또렷이 그리면서도, 당시의 시대성과 역사성을 놓치지 않는다. 그의 시에는 삶의 고됨과 해학이 동시에 있으며, 이웃의 비극은 대상화되지 않는다. “판잣집만 즐비한 산동네에” 고립되어 있던 가난은 “나좀 내비둬” 말하지만, “바람”과 “예배당 종소리”와 “눈”과 열렸다 닫히는 “부엌문”들과 함께 있다. “모진 죄가 무엇인지를 모르”지만, 시인은 “새벽은 오겠지” 하며 세계에 대한 전망을 열어놓는다.(「본동일기 둘」 부분) 또 그의 시는 삶의 소리로 가득 차 있으며, 시인은 그런 소리들에 마음을 쓰고 관찰하고, 이웃과 연결되고 나누려고 한다. 시인은 그곳으로 눈 돌리지 않을 수 없고, 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벽을 쿵쿵 두드리자 그 아저씨 한물간 목소리로 “총각 왜 시끄러워서 그랴” “아뉴 볼륨좀 높여 달라구유” 어쩌구 악을 쓰며 신이” 났다. 시인은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고 안심하며, 방 한 켠의 라면 상자를 보며 “신명”을 내는 것이다.(「본동일기 다섯」 부분) 이것이 윤중호가 자기 시대를 살며, 민중의 얼굴을 그려내는 방식이었다. 이렇듯 윤중호 시인은 관념을 걷어낸 체험의 깊이에서 비롯된 시들을 통해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이웃들에 대한 관찰을 넘어 스스로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보여주었다. 이 제 됐 습 니 다 시인은 3부 「청산을 부른다」와 4부 「고향 길」을 통해 우리 생명과 사랑의 근원을 돌아본다. ‘고향’은 단순히 물리적 장소를 넘어 구체적인 삶의 장소에 뿌리내린 원형적 공간이다. 유고시 「가을」에서는 “이. 제. 됐. 습. 니. 다.”라며 고향과 만난다. 윤중호의 시에는 결핍이나 절망이 없다. 그의 시의 바탕에는 ‘금강’과 ‘청산’의 시간과 공간이 있으며, 그 시공간의 형상인 ‘고향’이 있다. 역사를 간직한 그 장소들에서 시가 계속 움직이고 자라나니, 그의 시는 애초에 삶이 시작된 자리를 향해 열려 있으며, 이미 다 마련돼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시집 『고향 길』을 두고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어리석은 이 시대에 있어서 가장 근원적인, 그러면서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라는 김종철(문학평론가)의 지적도 있지만, 시인이 “어두워질수록 더욱 또렷해”질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고향’ 공간 안에 그의 시가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고향 길”에서 다시 시의 길을 열어가고자 한다. 고향은, “흙바람벽에 기대어 / 빨간 웃통 드러낸 채 / 누더기에서 이를 잡고 있는 / 늙은 거지의 희미한 미소.”(「고향, 또는 늦봄 오후」)와 함께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전댕이 할머니’, ‘황새말 당산나무 할아버지’, ‘경은이 성님’의 얼굴이 고향의 얼굴이자 시의 얼굴이 되는 것이다. ‘윤중호 시전집’은, 사람들 속에서 시인이 걸어온 길과 생명을 키운 ‘금강’과 “청산”을 지나 “시”의 자리를 낳은 “고향 길”로 향해가는 두터운 길의 페이지들이다. 그의 시는 “온갖 잡티를 태우는 뜨거운 불에 / 쩍쩍, 금 간 틈새에서 / 푸르른 산바람 소리를 키우”는 장소였으며, 그 ‘詩’의 장소에서 시인은, “자유라는 말, 정의라는 말, 노동이라는 말, 그리고 살 만한 세상이라는 말, 그날 길 위에 서서 스스로 채찍질하며 고개 숙여 몸을 던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시인은 그 ‘詩’의 길에서 “한때는 귀신이 펑펑 울 그런 해원의 詩를 쓰고 싶었다. […] 서로의 묵은 업장을 눈물로 녹이는 그런 詩.”를 쓰려고도 했다. 그리고 이제 그가 도착한 ‘詩’의 길은 “아무것도 이룬 바 없으나, 흔적 없어 아름다운 사람의 길, 어두워질수록 더욱 또렷”한 것이다.(「영목에서」, 4부 고향 길) 그가 걸어온 길은, 모두 “덧없어, 참 덧없어서 눈물겹게 아름다운 지친”(「詩」) 어머니의 길, ‘詩’의 길이다. 윤중호 시전집 출간은, 2022년 시의 자리, 삶의 자리, 문학의 자리에서 다시 발견되어 우리 시의 또 다른 길을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시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절박한 시대의 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윤중호의 시는 한 의미심장한 방향을 가리키는 매우 소중한 시적 좌표이다. 시는 근본적으로 언어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린다면, 시인 윤중호는 생전에 그 자신 ‘비근대적 삶’을 실천했듯이 타고난 성정과 재능대로의 ‘생래적인 시’ 쓰기에 투철하였고, 마침내 자신의 ‘비근대인의 시’를 우리 현대시사 속에서 높고도 특별한 반열에 올려놓았다.” ―해설 「비非근대인의 시론」에서, 임우기(문학평론가) 나는 비탈에 산다. 아침저녁, 등산하는 기분으로 올라다니는 산동네지만 장마질 때는, 제일한강교로 슬슬, 물구경 다니는 맛도 있고 이틀에 한 번씩은, 옆방 아저씨의 쌈구경하는 맛도 있다. 나는 비탈에 산다. 천 원짜리 미술 준비를 못 한 옆집 주희가 울면서 학교를 가는 동네지만, 비탈에서도 깔깔대면서, 나무는 하늘로 곧게 자라고 푸짐한 이파리를 피워 시원한 그늘도 만들 줄 안다. 나는 비탈에 산다. 사철 응달인 비탈이라, 봄은 더디 오지만 겨울 소식은 언제나 일등으로 오고, 몰랐지? 먹어봐야 입만 아리지만 여기서는 돼지감자꽃도 핀다. 나는 비탈에 산다. 부자 동네의 육십 몇 층짜리 빌딩보다도 더 높은 곳에 사신다. 종일 물 받기에 바쁘고 연탄값도 아래 동네보다 10원씩 더 비싸지만, 박 씨 아저씨는 10원씩 더 비싼 연탄값 때문에 술값이라도 생긴다. 새까맣게 종일 일해야 삼천 원 벌이지만, 그게 어디냐고 높은 데 사시는 분답게 매사에 열심이시다. 열심히 술 먹고 열심히 교회도 다니고 열심히 싸워, 심심찮게 코피도 터지지만, 산동네를 철거할 땐 두고 보자고 연판장도 돌리고 연일 술추렴이 벌어지는 부럽지? 나는 비탈에 산다. ―1부 「본동일기·열」 전문 ? 언덕은, 올라가도 올라가도 숨이 차지 않았다. 까치발을 선 채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했지만 눈을 감고도 보는 법을 배운 것은 여기, 이 언덕을 다 올라오고서부터이다. 다락골 날맹이, 다락 같은 운동장에 모여 잔바람에도 흔들렸지만 안장검, 의점, 발화지, 노루땅, 쪽다락골, 감나무골 고대도가 보이고 흔들릴 때마다 풋보리 피는 소리에 얼굴이 까맣게 타서, 우린 손을 잡고 웃었다. 기차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예쁜 수염을 휘날릴 줄 아는 강냉이에 싸여, 우린 얼굴을 가리지 않고서 하늘을 보는 법을 배운다. 배운다, 무심한 듯이 온몸을 떨어 소리 내는 보리호뜨기처럼 온몸을, 온몸을 내어 보이는 것들을. ―1부 「언덕의 얘기들」 전문 ? 소리여, 너는 어디에 있느냐 세상의 칼날 끝으로, 절둑거리며 엇모리 장단으로 거슬러 오르느냐 구정물이 되어, 세상의 가장 더러운 구정물로 떠돌며 기다리는가? 제풀에 미친 세상의 끝에서 흘러가는가?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여 눈물만 한 사랑이 어디 있느냐 슬픔만 한 믿음이 어디 있느냐 ―2부 「노래 4」 전문 ? 구경꾼이 모두 돌아가고 맥주병을 날리던 바른손 뚝살이 심심해지면 차력사 김 씨의 썩은 이빨이 찬물 한 모금에 시큰거린다 시큰거린다네 아주 공갈 염소똥을 챙기면서 떼어놨던 쓸개를 챙기면서 시큰거린다네 비리고 아린 세월만 자르다가 기갈 안 나는 뜬소문만 자르다가 마흔이 넘도록 여자 하나 못 물고 질긴 가난도 못 잘라냈네 한창때는 택시도 물어 끌고 만만한 철사도 자르던 이빨이 시큰거린다네, 찬물 한 모금에 썩은 이빨이 시리다네 하루 세끼가 시리다네 차력사 김 씨의 뿌리가 시리다네 ―2부 「차력사 김 씨의 썩은 이빨」 전문 ? 슬그머니 저잣거리에 내려와 서러운 곱사등, 조막손으로 눈을 가리고, 훔치듯 해바라기하며 차부 한켠에서 눈곱을 떼고 있어도 靑山은 靑山이다. 추운 세상 고개 돌리다가 언뜻 보았던 아! 그때 그 사람이었을까? 스스로 세상의 넝마가 되어 무료급식소 식판 그득히 따순 온기를 담던 사람, 세상의 쓰레기가 되어, 저물녘에 어둑어둑, 다리 절면서 스스로 깜깜한 밤이 되던 사람 다시, 靑山을 부른다. 싱싱한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는 저 마른 잡풀들이, 그리움에 떨며 허리 꺾어 키우는 새봄의 뿌리. ―3부 「靑山을부른다2」 전문 ? 아하! 어둠 속에서 산이 자라는구나 강 노을도 마을 불빛도 웅얼대는 산바람 소리도 모두 잠든 밤에, 감쪽같이 산이 자라는구나. 새벽녘이면 길어지는 그림자처럼 뉘엿뉘엿 지는 저 달그림자처럼 절망 속에서만 사랑이 자라는구나. ―3부 「밤길 4」 전문 ? 어릴 때는 차라리, 집도 절도 피붙이도 없는 처량한 신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뜬구름처럼 아무 걸림 없이 떠돌다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칼날 같은 세상의 경계에 서고 싶은 적이 있었다. 자유라는 말, 정의라는 말, 노동이라는 말, 그리고 살 만한 세상이라는 말, 그 날 위에 서서 스스로 채찍질하며 고개 숙여 몸을 던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귀신이 펑펑 울 그런 해원의 詩를 쓰고 싶었다. 천년의 세월에도 닳지 않을, 언듯 주는 눈길에도 수만 번의 인연을 떠올려 서로의 묵은 업장을 눈물로 녹이는 그런 詩.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지게 작대기 장단이 그리운 이 나이가 되어서야, 고향은 너무 멀고 그리운 사람들 하나 둘 비탈에 묻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돌아갈 길이 보인다. 대천 뱃길 끊긴 영목에서 보면, 서해바다 통째로 하늘을 보듬고 서서 토해내는 그리운 노을을 가르며 날아가는 갈매기. 아무것도 이룬 바 없으나, 흔적 없어 아름다운 사람의 길, 어두워질수록 더욱 또렷해. ―4부 「영목에서」 전문 p277 ? 장사한 돈은 그날부로 장터 장국밥집에서 모두 부어야 간다는 영동 무쇠솥 장수 편서방, 늘 춥게 웃는 신기료 장수 신씨 아저씨의 곱사등, 날근리 이장과 바람난 석호 아줌니의 댓바람 술주정, 도가집 술찌기미의 달콤한 신맛, 갈쿠리손을 휘두르던 상이용사의 붉은 눈, 새엄마에게 휘둘리던 큰 광운이 작은 광운이의 눈물에 튼 손, 입만 열면 뻥이다 사람 좋은 윤대포 아저씨, 부스스 늘잠이 덜 깬 노름꾼 오서방, 머슴과 눈 맞아 달아난 방앗간집 소년과부, 우물을 잘못 메워서 불났다 하면 왜골, 불이 나면 끽끽 출동하던 의용 소방대의 빨간 물차, 용하다고 소문난 퉁정골의 소경 점쟁이, 소경 점쟁이의 윗집 하얀 예배당, 주책바가지 병연이 엄니의 털털한 웃음. 그립구나, 너무 멀어서 눈물겹네. ―4부 「졸린 하루」 전문
엮은이의 말
1부 본동에 내리는 비
2부 금강에서
3부 靑山을 부른다
4부 고향 길
유고 시
미발표 시
해설_비非근대인의 시론_임우기
시집 『고향 길』 발문_김종철
윤중호의 삶
작품 찾아보기
후원해주신 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