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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상설 공연 - 민음의 시 288

박은지 저 | 민음사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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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상설 공연 - 민음의 시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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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09080 / 156쪽 / 220g / 124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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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낭떠러지의 꿈 낭떠러지의 꿈은 이어지고 짝꿍은 종일 낭떠러지 아래서 이름을 주웠다 봄꽃을 닮은 이름,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름, 잘 웃는 이름 주워도 주워도 주워지지 않는 이름을 붙들고 엉엉 울었다 잠에서 깨면 그 이름을 잊는다고 엉엉 울었다 ―「짝꿍의 이름」에서 박은지의 시에서 진실은 침묵하는 사람들의 표정 뒤로 감춰진다. 러시안룰렛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게임의 룰을 알려 주는 대신 “넌 이렇게 이해가 한 박자 늦다”(「죽은 나무들」)며 다그치고, 예언자는 “너는 더 착해질 수 있을 거야”(「쓴 적 없는 일기」)라고 말하며 화자의 두 눈과 두 귀를 가릴 뿐이다. 낭떠러지가 많은 마을에 사는 아이에게 낭떠러지가 위험하다고 말해 주는 이도 없다. 아무도 진실을 알려 주지 않기에 인물들은 짐작에 몰두하고, 짐작은 꿈으로 번진다. 박은지의 인물들은 그렇게 꿈에서도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있지만, 그 모습이 무력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박은지의 시에서 꿈은 진실에 우회해 다가가는 길이자, 사라진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방식, 사랑을 지킬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말을 통해 “나 진짜 열심히 사랑할 거야 더 많이 더 오래 성실하게”라고 건넨 다짐과 약속에도 사랑에 대한 시인의 태도가 녹아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그것으로 우리가 무엇을 지켜 낼 수 있을지, 정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박은지의 시는 바로 그 불분명함으로부터 꿈을 꾸기 시작한다. 눈을 감지 않고도 펼쳐지는 꿈, 현실 가운데 펼쳐지는 기묘한 꿈은 사랑이 불가능한 세계의 풍경을 조금씩 바꿔 놓는다. ■ 요괴의 춤 요괴는 환영의 춤을 추었네 작은 새의 날갯짓 같기도 하고 삽질 같기도 한 춤. 나는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요괴가 끓여 준 수프를 먹었다 그러곤 요괴에게 이름을 물었지 우리는 해가 뜰 때 일어나 밭을 일구었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꿈으로 엮은 노래를 불렀네 ―「보리 감자 토마토」에서 박은지 시의 인물들은 산책을 하다가,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다가,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기묘한 존재들을 마주친다. 모든 계절을 한 번에 살아 내는 나무, 숲을 헤매다 마주친 요괴, 문설주에 바른 양의 피를 넘어 교실로 들어오는 악마가 마치 평범한 일인 듯 일상 속에 등장한다. 이렇게 현실로 태연히 걸어 들어온 기묘한 존재들은 현실의 시공간 사이사이에 환상을 겹겹이 포개어 놓는다. 요괴, 비밀, 발소리 같은 환상이 현실과 뒤섞이고, 그 가운데로 들어가는 인물들을 따라 우리의 감각은 비현실적인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다. 오늘에 붙박여 있으면서도 과거-현재-미래를 한 번에 살아 내는 모습을 그려 본다. 까마득히 먼 미래에도 거듭될 실패를 예감하면서, 밥을 지어 먹고 춤추고 노래한다. 이런 인물들의 모습들은 일상의 슬픔을 견디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았는데, 그 모습이 위안이 되는 것은 슬픔 위로 내려앉은 환상의 풍경이 우리가 아는 슬픔을 조금 더 머물 만한 장소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름 상설 공연』은 슬픔 앞에서 가져 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상상하게 한다. 오늘의 슬픔을, 어쩌면 슬픔 다음에 올 풍경까지도 가만히 마주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저자 소개

  • 저자 : 박은지
저자 : 박은지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1부 창밖엔 꽃눈 내가 꾸고 싶었던 꿈 13 횡단열차 14 몽타주 16 그렇게 여름 18 밤을 건너는 손바닥 20 짝꿍의 자랑 23 눈을 뜰 수 있다면 26 창밖이 푸른 곳 28 짝꿍의 모래 30 짝꿍의 이름 33 아끼는 비밀 36 작은 물결 38 하염없이 긴 계단 40 공동주택 42 2부 두 손은 한 줌의 재 녹지 않는 눈 45 의자들 47 계단과 물 50 주말 상설 공연 52 생존수영 54 반듯한 사랑 56 구름 위에서 달을 볼 때 58 옥탑에게 61 산비둘기 찾아와 둥지를 틀고 64 가족일기 66 공유지 68 텐트 앞에서 70 새로 산 공책 72 쓴 적 없는 일기 75 뜸하게, 오늘 77 3부 봄의 끝에서 펄럭이는 정말 먼 곳 81 언제나처럼 작고 텅 빈 83 검정 몰래 84 예고편 86 죽은 나무들 88 점, 선, 면 90 쉬운 일 92 서로를 볼 수 없는 곳에 앉아 같은 소리를 들었다 94 비를 쏟아 낸 얼굴 96 거울을 보니 검은 개가 98 선명한 기준 100 계약직 102 녹음의 기원 104 ( )에게 105 잠의 방향 112 가족일기 프리퀄 114 기념 촬영 116 빈 118 이별 일기 120 보리 감자 토마토 122 못다 한 말 124 작품 해설 125 꿈과 돌의 시 _김보경(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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