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91195334643 / 256쪽 / 340g / 135 x 20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최인서
-
김행숙
-
김혜영
- 19,800
- 15,120
- 11,700
- 15,120
출판사 리뷰
[본 문] 그믐이 됐는지 서쪽 창문이 까맣게 닫혀 있는 걸 이순은 보고 있었다. 준섭이 자던 자리는 온기가 사라지고 스산스레 빈 이불이 덮여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래도 안방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순은 설핏 잠이 들었다. 이제껏 흔들리지 않았던 가슴은 도끼질을 당하는 장작처럼 고통에 전율했다. 한여름 다투어 피었던 꽃들이 시들어 말라가고 이파리들은 색이 바래고 있었다. 그중 어느 꽃 한 송이가 새삼스러운 외마디처럼 피어있었다. 오뉴월에 피는 양귀비였다. 계절 지나서 핀 꽃이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쳐다보는 이 없어도 혼자 웃을 수 있는 저 꽃처럼 아름답고 싶었다. 덧없는 사랑에 기대어 그믐밤을 밝히는 시간은 오늘로 충분했다. 슬픔이란 무엇인가. 슬픔의 도가니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이 모습은 스물아홉 이순의 모습일 수는 없었다. 슬픔이 흘러간다. 슬픔이 소리 내지 않고 흘러간다. 내 뱃속 탯줄을 끊어 낳은 자식인 양 호호 불며 몇 달을 키웠어도 그 밥상은 내 밥상이 아니었다. 품에 안고 자장가를 토닥거렸어도 그건 빌려온 위안이었다. 차용한 모성 흉내였다. 차라리 아무 연고도 없는 문 앞의 업둥이라면 이 마음 같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속인 것도 아닌데 속은 것 같은 불쾌감이 떫은 감을 베어 문 것 같이 텁텁했다. 아무리 입속을 헹구어 내도 떫은맛은 앙금처럼 남았다. 준섭의 씨였기에 더욱 묘한 배신감과 불쾌가 이순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내 마음 같지 않은데 명서를 낳은 봉자가 있지 않은가. 내 속으로 난 자식 희서는 딸이라고 뒤로 돌리고 제사 지내줄 아들이라고 명서에게 쏟은 몇 달간의 정성이 억울했다. 돈으로 산 아이. 돈으로 보쌈해온 아이. 그것도 내 돈 아니고 준섭의 돈으로. 그런데 왜 그게 내 자식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일까. 얼음물 목욕을 한 후처럼 깨어났다.
작가의 말
1. 만남
2. 별리
3. 행복
4. 가면
5. 순애
6. 작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