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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박찬숙 저 | 푸른쉼표(가연) | 2021년 07월

가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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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5334643 / 256쪽 / 340g /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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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본 문] 그믐이 됐는지 서쪽 창문이 까맣게 닫혀 있는 걸 이순은 보고 있었다. 준섭이 자던 자리는 온기가 사라지고 스산스레 빈 이불이 덮여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래도 안방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순은 설핏 잠이 들었다. 이제껏 흔들리지 않았던 가슴은 도끼질을 당하는 장작처럼 고통에 전율했다. 한여름 다투어 피었던 꽃들이 시들어 말라가고 이파리들은 색이 바래고 있었다. 그중 어느 꽃 한 송이가 새삼스러운 외마디처럼 피어있었다. 오뉴월에 피는 양귀비였다. 계절 지나서 핀 꽃이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쳐다보는 이 없어도 혼자 웃을 수 있는 저 꽃처럼 아름답고 싶었다. 덧없는 사랑에 기대어 그믐밤을 밝히는 시간은 오늘로 충분했다. 슬픔이란 무엇인가. 슬픔의 도가니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이 모습은 스물아홉 이순의 모습일 수는 없었다. 슬픔이 흘러간다. 슬픔이 소리 내지 않고 흘러간다. 내 뱃속 탯줄을 끊어 낳은 자식인 양 호호 불며 몇 달을 키웠어도 그 밥상은 내 밥상이 아니었다. 품에 안고 자장가를 토닥거렸어도 그건 빌려온 위안이었다. 차용한 모성 흉내였다. 차라리 아무 연고도 없는 문 앞의 업둥이라면 이 마음 같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속인 것도 아닌데 속은 것 같은 불쾌감이 떫은 감을 베어 문 것 같이 텁텁했다. 아무리 입속을 헹구어 내도 떫은맛은 앙금처럼 남았다. 준섭의 씨였기에 더욱 묘한 배신감과 불쾌가 이순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내 마음 같지 않은데 명서를 낳은 봉자가 있지 않은가. 내 속으로 난 자식 희서는 딸이라고 뒤로 돌리고 제사 지내줄 아들이라고 명서에게 쏟은 몇 달간의 정성이 억울했다. 돈으로 산 아이. 돈으로 보쌈해온 아이. 그것도 내 돈 아니고 준섭의 돈으로. 그런데 왜 그게 내 자식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일까. 얼음물 목욕을 한 후처럼 깨어났다.

저자 소개

  • 저자 : 박찬숙
저자 : 박찬숙
1945년 경기도 출생
1968년 숙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68년 KBS 국영 공채 1기
1976년 KBS 보도방송위원
1976년 한국 최초 여성뉴스 앵커
라디오 정보센터 박찬숙입니다, 심야토론 등등
KBS, YTN, MBN, 채널A 에서 50여 년간 시사프로그램 다수 진행
2004년 17대 국회의원
2012년 2대 한국터키친선협회 회장
2021년 (사) 한국아나운서클럽 10대 회장
수상
2000년 27회 한국방송대상 앵커상
서울언론인클럽 언론상
저서
1992년 동서문학 신인상 ‘파꽃과 꼬리’ 당선
1995년 ‘세상을 연다, 사람들을 연다’ (시사칼럼집)
1998년 ‘사막에서는 날개가 필요하다’ (소설)
2007년 ‘유럽의 도시 공공디자인을 입다’(공저)
‘일본 경제, 공공디자인으로 다시 살아나다’(공저)
2014년 박찬숙의 시선, ‘물결 숨결’ (사진칼럼집)

목차

작가의 말
1. 만남
2. 별리
3. 행복
4. 가면
5. 순애
6.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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